시끌벅적해도 좋아, 이스탄불 시장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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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곳, 이스탄불은 다채로운 유산과 역사를 품고 있다.

동서양과 지중해, 그리고 흑해 사이에 위치한 이스탄불은 비잔틴 시대와 오스만 시대에 걸쳐 세계적인 무역 중심지로 거듭났다.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과 물건들이 모여들며 이스탄불에는 자연스레 대규모 시장이 들어섰다. 생필품부터 식자재, 골동품 등 각양각색의 물품을 판매하는 시장은 이스탄불의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시장은 그 지역의 역사와 오늘날의 삶을 가까이에서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호객꾼의 목소리와 흥정이 오가는 정겨움으로 북적거리는, 이스탄불 시장 4곳을 둘러보자.

01

이스탄불 역사의 진수

그랜드 바자르

Kapali Carsi

사진 – flickr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자,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1461년에 지어져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번성했다. 그랜드 바자르는 아치형 돔 지붕이 특징인데, 이에 따라 튀르키예어로 ‘덮고 있는’이라는 의미의 카팔리 카르시(Kapalı Çarşı)라는 이름을 얻었다. 점차 크기를 확장한 그랜드 바자르는 튀르키예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에는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그곳을 4000여 개의 상점이 가득 채우고 있다. 많은 상점과 복잡한 길에 ‘현지인도 그랜드 바자르에서는 길을 잃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매일 수십만 명의 현지인과 관광객이 그랜드 바자르에 방문한다.

사진 – flickr

그랜드 바자르에는 없는 게 없다. 튀르키예의 전통 공예품에서부터 생필품, 식재료 등 원하는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 특히 그랜드 바자르에서 카펫과 램프, 도자기 등 튀르키예만의 색을 담고 있는 전통 기념품을 사려는 관광객들이 많다.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오스만 전통 패턴이 각인된 새겨진 금속 식기도 인기 상품이다. 특히 차와 커피 서빙 세트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그랜드 바자르에서는 나르길레(Nargile)라는 튀르키예의 이색적인 물담배 기구도 살 수 있다. 나르길레는 과일 향이 나는 담배를 피우는 파이프로, 튀르키예의 상징적인 기념품 중 하나다. 나르길레 흡연은 오스만 시대부터 사람들이 카페나 집에서 즐겨하던 튀르키예의 오랜 문화다. 그 외에도 금이나 은으로 만든 장신구, 수건, 튀르키예식 디저트 등을 그랜드 바자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02

전 세계 향신료 집합소

이집션 바자르

Misir Carsisi

사진 – flickr

전 세계에서 모인 이국적인 향신료에 맘껏 취해볼 수 있는 시장이다. 1664년 설립된 이집션 바자르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향신료와 상품이 이집트에서 온 것이어서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집트 수입품에서 걷은 관세로 시장을 지어서 이러한 명칭을 얻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집션 바자르에는 과거에서부터 어시장이나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있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품목은 바로 향신료다. 이집션 바자르에서는 이집트를 필두로 한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향신료가 판매되어왔다. 이탈리아 출신 문학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Edmondo de Amicis)는 그의 여행기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1874)에 이집션 바자르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남겨놓았다. 그는“이집션 바자르에 들어가자마자 사람을 쓰러뜨릴 정도로 강력한 냄새가 후각을 파고들었다. 시장에 조금만 머물러도 머리가 둔해지는 게 느껴지며, 강력한 향취가 몸에 밴다. 이는 동양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인상 중 하나로 남게 된다”고 묘사했다.

사진 – flickr

오늘날 이집션 바자르에서는 90여 개의 상점이 향신료, 약용 식물, 튀르키예식 디저트,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 등을 판매한다. 이집션 바자르는 후한 인심으로 유명하다.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많은 상인들이 시식을 제공해 다양한 튀르키예 간식을 맛볼 수 있다. 시장의 물건 판매 가격은 유동적이며, 상인과 잘 흥정하면 저렴한 가격에 기념품을 마련할 수 있다.

03

도서 마니아 취향 저격

올드북 바자르

Sahaflar Carsisi

사진 – flickr

올드 북 바자르는 15세기부터 운영되어온 헌책 시장으로,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다. 시장이 세워지기 전 오스만 제국의 서점들은 마드라사(Madrasah)라는 이슬람 학교 주변에 있었다. 1460년에 시장이 설립된 후 시장의 지정 구역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베야지드 모스크(Beyazıt Camii) 옆에 시장이 세워지며 이곳을 중심으로 책의 출판 및 배포가 이뤄졌다. 또한 이스탄불 대학도 인근에 설립되며 이스탄불의 문학과 지식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헌책 시장은 수차례 화재를 겪고 현재의 터에 자리 잡았다. 오늘날 시장에는 25여 개의 서점이 모여 있다. 이스탄불의 학생들은 대학 시험을 위한 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 시장을 방문한다. 또한 시장에서는 종교 서적뿐 아니라 세계 문학 등 다양한 중고 서적을 판매한다. 운이 좋다면 절판돼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올드 북 바자르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서점들은 책뿐 아니라 기도 구슬, 중동 스타일 향수, 책갈피 등의 기념품도 함께 판매한다. 시장 중앙의 작은 광장에는 오스만 제국에 인쇄기를 들여온 이브라힘 뮈테페리타(İbrahim Müteferrika)의 흉상이 있다. 그는 1726년에 오스만 제국에서 첫째로 인쇄소를 열었고, 3년 후 첫 인쇄 책을 출판했다.

04

알라딘 램프를 찾아서

페리코이 골동품 시장

Ferikoy Antika Pazari

사진 – flickr

이스탄불은 숨은 보석 같은 골동품을 발견하기에 좋은 장소다. 이스탄불에서는 최근 들어 골동품 수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골동품 상인과 상점이 늘어나고 있다. 페리코이 골동품 시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 중 하나다. 페리코이 골동품 시장에서는 다양한 골동품과 유물, 가보, 그리고 수집품 등을 찾아볼 수 있다.

페리코이 골동품 시장은 일요일마다 열리는 주간 시장이다. 200여 명의 골동품상이 고서적, 빈티지 보석, 의류, 가구, 장식품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한다. 시장은 보통 9시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중 몇몇 노점상들은 새벽부터 노점을 차리기에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좋은 상품을 얻어갈 확률이 높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골동품 시장인 페리코이 골동품 시장에는 매일 수천 명의 인파가 오간다.

페리코이 골동품 시장이 위치한 페리코이 지역은 그 자체의 정취가 매력적인 곳이다. 현대적인 고층 건물과 오래된 석조 가옥이 나란히 있어 구와 신의 조화를 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는 사원의 종소리가 나지막이 울리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글=조유민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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