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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걱정 없이 ‘우리 가족끼리만’ 온천 즐긴다는 ‘가족탕’의 정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와이로 한해 500만 명씩 여행을 갔다.

미국령 하와이가 아닌 경남 창녕의 부곡 하와이로 말이다. 우리나라 최초 워터파크 부곡 하와이는 1970~80년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였다. 흥망성쇠를 다 보내고 그저 추억의 여행지로만 남아있던 부곡온천단지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시국 온천 여행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가족탕’을 직접 찾아가 보고 부곡온천 현재 상황을 전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부곡온천단지

한해 500만 명 방문, 1970~80년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부곡 하와이는 당시 메가 히트 여행지였다. 창녕이 어딘지는 몰라도 부곡 하와이는 전국민이 다 알 정도였다고 한다. 부곡 하와이는 1978년에 문을 열었다. 신혼부부, 수학여행객을 실은 관광버스 수십 대가 매일같이 부곡 온천단지를 찾았다. 당시는 영업 제한이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관광특구로 지정된 부곡온천단지에서는 심야영업이 가능했다.


왼쪽: 80년대 초 부곡 하와이 주변 풍경, 오른쪽: 부곡온천단지에 세워진 최초의 건물 [출처: 창녕군청]



잘 나가던 부곡온천이 하향세로 접어든 건 89년 전면적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하면서부터다. 사람들은 부곡 하와이가 아닌 진짜 하와이 등 해외로 떠났고 부곡 하와이는 2017년 결국 폐업했다. 가정마다 보일러가 보급되면서 굳이 온천이나 대중 목욕탕을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목욕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이 있었다. 작은 온천욕장과 숙박시설만이 남아 부곡온천의 명맥을 유지하던 중 생각지도 못 한때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코로나 시국 대중 목욕탕이 영업을 중단하고 여러 제약이 생기자 객실마다 마련한 커다란 ‘가족탕’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 시절 대중탕은 손님이 없었죠.
영업도 할 수 없었고. 
그런데 가족탕 위주로 조성해놓은 숙박시설은 잘됐어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았죠.
송종진 창녕군 온천팀장이 말했다.

가마솥 마을에서 솟아나는 온천

현재 부곡온천 관광특구 내에는 23개 온천 업소가 영업 중이다. 부곡온천 관광특구 규모는 총 4.8㎢다. 부곡은 가마 부(釜)자에 골 곡(谷)자를 쓴다. 덕암산을 끼고 가마솥처럼 생긴 지형에 부곡온천 관광특구가 들어서 있다. 내년이면 부곡온천이 발견된 지 50주년을 맞는다.

부곡온천의 생성년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동국여지승람』에 ‘온천이 현의 동남쪽 17리에 있더니 지금은 폐했다’라는 기록을 통해 오래전부터 부곡에 온천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을에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어 전국 각지에서 옴 환자와 나병 환자들이 찾아와 치료를 했다고 전해진다.


1999년에 촬영한 부곡온천 전경 [출처: 창녕군청]

당시 나병 환자들이 하도 많이 오니까 온정(온천)을 없앤 거예요.
옴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옴샘이라고 불렀대요.
지금도 온정리가 있는데 온천단지랑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요.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지금 마을 위치로 옮겨갔을 것이다고 추정합니다.
송종진 창녕군 온천팀장

부곡온천 최고 수온은 78도다. 원탕고운호텔이 부곡온천의 시초다. 서울 노량진에서 목욕업을 하던 사람이 이곳에서 온천 굴착을 시작해 지하 63m 지점에서 온천수를 발견했다. 부곡온천은 업체 대부분 온천공을 가지고 있다. 400~500m에서 수중 펌프로 온천수를 끌어올린다. 온천수는 약알칼리성 유황온천으로 혈액 내 활성산소 제거, 피부질환, 신경통, 부인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인기라는 가족탕

부곡온천 관광특구 23개 업소 중 특색있는 곳을 골라봤다. 첫 번째는 크라운호텔이다. 관광단지에서 큰길 하나 건너 약간 높은 지대에 위치한 크라운호텔에서는 부곡 하와이를 포함한 관광특구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4년 전 레노베이션을 마쳐 비교적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고 깔끔하다. 여럿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가족탕을 갖춘 일반 객실도 좋지만 크라운호텔의 자랑은 개인 풀을 갖춘 스위트룸이다. 4층과 5층에 각각 자리한 프라이빗 풀스위트와 로얄 스위트는 야외 테라스와 개별 풀장을 갖추고 있다. 객실 내 목욕탕은 물론 야외 풀장 모든 물은 온천수로 채워진다.













두 번째 호텔은 부곡온천의 역사가 시작된 원탕고운호텔이다. 객실에 가족탕은 없고 시설이 낡은 편이지만 원조라는 상징성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객실보다는 온천만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천 발견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과 신문 기사 스크랩을 전시해 놓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왼쪽: 1973년 온천 발견 당시 사진, 오른쪽: 부곡 온천 최초의 목욕탕 [출처: 창녕군청]





부곡스파디움 따오기호텔은 관광단지 중심 온천중앙로에 위치한다. 주변에 식당, 편의 시설도 많다. 부곡스파디움 따오기호텔은 전형적인 가족탕 온천호텔이다. ‘스파’가 붙은 객실에 어마어마하게 큰 욕조가 설치돼 있다. 전자레인지와 인덕션, 밥솥 등 취사가 가능한 객실도 있어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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