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에는 술을 빼놓기 힘들다. 한 해를 보내며 한 잔, 새해를 기대하며 한 잔 마시다 보면 걱정 근심을 훌훌 털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연말, 특별한 모임을 원한다면 직접 만든 술을 가져가 보는 건 어떨까.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술을 만들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함께 진행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은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선정해 전통주 시음 및 만들기 체험을 하고,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앞장서는 관광 사업이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59개소를 선정해 운행 중이다. 그중 지난해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돼 올해 5월 개관한 ‘인천탁주’에 방문했다. 서민의 애환을 달래 온 술,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업계 최초 ‘쌀 막걸리’를 만들다
인천 부평에 위치한 붉은 벽돌 공장. 인천탁주 건물 2층에 위치한 찾아가는 양조장에 들어서면 막걸리와 인천탁주의 역사에 대해 전시돼 있다. 막걸리를 만드는 재료부터 50년 전 실제로 사용하던 막걸리 병, 과거 신문광고까지, 마치 작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한편에는 전국의 모든 막걸리 병을 지역별로 전시해 좋아하는 술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천탁주는 1974년 인천 내 11개 양조장이 합병해 설립했다. 인천 탁주는 인천의 대표 막걸리 ‘소성주’의 고향이다. 소성주는 인천탁주가 1990년 탁주 업계 최초로 출시한 쌀 막걸리다. 그전까지 쌀로 술을 생산하는 것이 금지였기 때문에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이후 1990년 쌀 막걸리 제조를 허용한 이후 인천탁주가 가장 먼저 쌀 막걸리를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소성주는 1994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음료대회 주류 분야에서 무려 대상을 받았다.
현재는 ‘생 소성주’와 ‘쌀은 원래 달다’ 등 5개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시음해 볼 수 있다. 우선 ‘생 소성주’는 톡 쏘는 탄산의 청량감과 가벼운 목 넘김이 깔끔하다. 지난 2023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쌀은 원래 달다’는 합성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쌀로만 단맛을 낸 부드러운 막걸리다. 달콤하면서도 걸쭉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밖에도 ‘소성주 플러스’나 ‘소성주 1938’은 저도주 막걸리로 여성이나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정성” 막걸리 빚기 체험
인천탁주에서는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보는 ‘막걸리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먼저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신종찬 이사가 술의 역사부터 막걸리 제조 방식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설명하며 막걸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후 막걸리 빚기 체험이 이어진다. 신 이사는 “바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확히 알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선 준비한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넣는다. 이때 쌀보다 물을 많이 넣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희석이 되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술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 계량컵으로 1L를 딱 맞춰 넣는 것이 중요하다.
재료를 전부 배합했으면 누룩 물이 쌀에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치댈 차례다. 치댈 때는 밥알이 뭉쳐있지 않게 풀어주되 밥알을 으깨지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해야 한다. 쌀알이 으깨지면 밥 안의 전분이 깨져 당이 알코올로 발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에도 도수가 낮아져 술이 되지 않는다. 쌀알이 으깨지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만 치대는 것이 중요하다.
재료를 치댄 뒤에는 투명 단지에 넣는다. 잡균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독물로 병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이름과 날짜를 적은 스티커를 붙이면 완성이다. 물론 단지를 집에 가져가 10~25일 정도 발효시킨 뒤 체에 걸러야 막걸리가 된다. 3일 정도 하루에 한 번 뒤집어 주고, 뚜껑을 조금 열어 20℃ 이상의 온도에서 보관하면 하루가 다르게 막걸리의 형태를 갖추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효소가 발효하면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탄산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날 찾아가는 양조장을 찾은 한 시민은 “막걸리 체험을 쉽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구 거른다고 해서 막걸리지만, 그것이 아무렇게나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단계마다 주의해야 할 점이 많은 막걸리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체험이 끝난 뒤에는 인천탁주의 막걸리를 시음하는 시간을 가진다. 술은 알고 마셔야 더욱 맛있다고 했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들어본 뒤에 마시니 막걸리의 맛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인천탁주는 이 밖에도 소성주를 활용한 나만의 증류주 만들기, 술지게미 비누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 및 일정은 인천탁주(070-5221-3189)에 문의하면 된다.
인천/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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