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초여름, 산과 들이 초록으로 물들면서 본격적인 산나물 채취 시기가 시작됐다. 특히 요즘처럼 낮 기온이 오르고, 논밭 가장자리에 풀이 무성해질 때 눈에 띄는 식물이 하나 있다. 한때는 알레르기 주범, 생태계 교란종으로 찍혔지만, 실제론 식탁 위 나물로도 손색없는 풀이 있다. 바로 ‘단풍잎돼지풀’이다.
길가 점령한 단풍잎돼지풀의 정체

단풍잎돼지풀은 북미가 원산이다. 한국에는 미군 물자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하천 둑, 논두렁, 길가 등에서 흔히 보이며, 한 번 자리 잡으면 뿌리가 깊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키는 3~4m까지 크며, 8월이면 노란색 꽃가루를 대량으로 날린다.
이 꽃가루가 비염,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단풍잎돼지풀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지금도 돼지풀, 서양등골나물, 가시상추, 아기수영, 가시박, 환삼덩굴 등 16종과 함께 관리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식물 자체에는 독성이 없다. 단풍잎돼지풀은 국화과에 속하며, 이 계열 식물 대부분은 식용이나 약초로 사용돼 왔다. 고들빼기, 곰취, 쓴박이, 참취, 민들레, 엉겅퀴, 40여 종에 달하는 쑥 종류 등도 모두 국화과다. 맛이나 향이 강하지만 독성은 없고, 조리법만 익히면 훌륭한 제철 식재료로 쓸 수 있다.
나물로 먹기 좋은 제철 식재료

단풍잎돼지풀의 나물 활용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국화과 식물 특성상 항산화 성분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항산화 성분은 체내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많은 산야초가 기능성 식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단풍잎돼지풀도 무분별한 제거보다는 용도 확대를 고민할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이 식물은 나물로 먹었을 때의 맛이 좋다. 향은 곰취와 닮았고, 데치면 부드러워 씹는 맛도 괜찮다. 된장국에 넣으면 특유의 향이 진하게 퍼지며, 들기름에 볶으면 향긋한 풍미가 더해진다. 조리 시 살짝만 데쳐야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맛도 살아난다. 너무 오래 삶으면 흐물거리기 쉽다. 살짝 데친 후 마늘, 파, 간장, 참기름으로 묻히면 밥반찬으로 충분하다.
된장국 외에도 전, 무침, 묵나물, 쌈 등 조리법이 다양하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연한 잎을 가진 경우도 있다. 일부는 직접 밭에서 단풍잎돼지풀을 키우기도 한다. 중심 줄기를 잘라주면 옆으로 퍼져서 너무 크지 않고 수확량이 많아진다는 식재 방식도 공유되고 있다.
식용 가치 재조명되며 관심 높아져

단풍잎돼지풀은 지금까지는 주로 제거 대상이었다. 하지만 봄과 초여름 시기 어린순을 활용하면 훌륭한 산나물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산나물과 비교해도 향이 짙고, 식감이 부드러워 별도의 양념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길가에 흔해 구하기 쉽고, 번식력이 좋아 채취량도 많다.
이 식물의 나물로서 가능성은 실제로 먹어본 사람들 사이에서도 점차 퍼지고 있다. 향이 진하고 고소하다는 평가와 함께, 봄철 별미로 손색없다는 반응도 많다. 생으로 쌈을 싸 먹거나 된장국에 넣었을 때 풍미가 좋다는 이야기들이 공유되면서 식재로서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식용 가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더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잡초로만 알려졌던 단풍잎돼지풀이 실제로는 ‘나만 아는 나물’로 인식되면서 개인 재배까지 시도하는 이들도 생겼다.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산야초에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주목받고 있다.
가시상추가 한때는 잡초 취급을 받다가 식재료로 주목받은 것처럼, 국내 자생지에서 퍼지고 있는 귀화식물 가운데 식용 가능성이 있는 품종은 꽤 많다. 지금처럼 무작정 제거하기보다는 용도를 넓혀 활용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단풍잎돼지풀도 그중 하나다. 수요가 생기면 사람들이 일부러 채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무분별한 확산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
특히 지금 시기는 어린순을 수확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늦어지면 키가 너무 커지고 잎이 질겨져 활용이 어렵다. 꽃가루가 날리기 전인 초여름, 바로 지금이 단풍잎돼지풀을 채취하고 요리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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