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논마다 보였는데…” 이제는 잡기만 해도 벌금 나오는 한국 ‘멸종위기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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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초여름이 시작되면서 논밭과 하천 주변에서 보기 드문 생물이 눈에 띈다. 거북처럼 생겼지만 어디서 본 적 없는 모습. 목에 노란 줄무늬가 선명하고, 등껍데기는 산처럼 솟은 융기선이 뚜렷하다. 환경부가 6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한 ‘남생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그 주인공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포스터. / 환경부·국립생태원 제공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포스터. / 환경부·국립생태원 제공

남생이는 예부터 한반도에 서식해온 민물 거북이다. 고대 시가인 ‘구지가’에도 등장하며, 가야국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상징적 생물이다.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머리 윗면은 암녹색이나 흑색 계열을 띠고, 특별한 무늬는 없지만 눈 뒤에서 목까지 뻗는 노란 줄무늬가 특징이다. 일부 수컷은 몸 전체가 검게 변하면서 줄무늬도 사라진다.

등껍데기는 암갈색 또는 황갈색으로, 중심과 양쪽에 솟은 3개의 융기선이 있다. 전체 등갑 길이는 약 25~45cm. 암컷이 수컷보다 큰 편이다. 네 다리에는 비늘이 넓게 퍼져 있고, 발에는 물갈퀴가 발달해 있다. 외부 자극이 있을 경우 머리와 다리를 모두 등껍데기 안에 넣고 위협을 피한다. 다리에 있는 ‘취선’이라는 분비기관에서는 악취를 내는 물질을 분출할 수도 있다.

10월 짝짓기, 여름엔 알 낳는다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남생이는 10월부터 짝짓기를 하고, 11월경 동면에 들어가 이듬해 4월쯤 깨어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6~7월에 2~3차례에 걸쳐 알을 낳는다. 한 번에 4~15개씩, 얕은 흙을 파고 낳는다. 알은 2달 정도 후에 부화한다. 산란지는 하천변, 경작지, 제방 근처 등이 많다.

생활 반경도 넓다. 하천, 저수지, 연못 등 정체된 수역을 중심으로 살지만, 주변 논과 초지까지도 자유롭게 오간다. 유속이 느리고 숨을 수 있는 구조물이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먹이는 수초 뿌리, 곤충, 다슬기, 갑각류, 작은 물고기 등이다. 채소부터 동물성까지 두루 섭취하는 잡식성이다.

자라와는 다르다… 외래종 위협도 겹쳐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우리나라 민물 거북은 남생이와 자라 두 종류다. 자라는 주둥이 끝이 돼지코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고, 등껍데기가 평평하다. 반면 남생이는 산 모양의 등갑 융기선이 있고, 머리에 불규칙한 연녹색 줄무늬가 있다. 외형만 봐도 뚜렷하게 구분 가능하다.

문제는 외래종이다. 중국산 남생이와 붉은귀거북 등이 국내에 들어오며 생태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은 식성이나 서식지 특성이 남생이와 유사해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붉은귀거북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공격성도 강해 토종 개체를 밀어내고 있다. 여기에 주서식지인 하천 주변이 개발되면서 남생이의 서식 환경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남생이를 2005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남생이를 ‘위기(EN)’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험성이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무단 포획 시 처벌도 가능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6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위키푸디

남생이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함부로 포획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 허가 없이 잡거나 죽일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알을 훼손하거나 옮기는 행위도 불법이다. 남생이를 발견한 경우에는 손대지 않고 위치 정보를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알리는 것이 권장된다.

환경부는 지속적으로 서식지 복원과 외래종 제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 홈페이지에서는 남생이를 포함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생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남생이의 정확한 서식 위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경상권과 전라권의 하천 일대에서 발견 사례가 많다.

논두렁 생물의 귀환, 이제는 보호 대상

이처럼 남생이는 과거 논과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생물이지만 지금은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때 흔하다고 여겼던 생물이 사라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논두렁에 알을 묻고, 물속에서 유영하던 토종 거북이 다시 돌아오려면 사람의 관심과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

농번기마다 논을 휘젓는 트랙터, 제초제, 둑 정비 작업은 모두 남생이의 산란지와 은신처를 위협한다. 멸종위기종이 단순한 생물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지금 남생이를 지킨다는 건 한반도 생태계의 고리를 잇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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