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산에서 뜯던 풀인데… 죽음 부르는 병도 막는다는 ‘한국 식물’

18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무더위가 시작되며 실내외 온도차로 인한 호흡기 부담이 커지는 시기다. 특히 미세먼지, 황사,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폐 질환 우려도 함께 높아진다.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과 동반되는 실내 공기 질 저하, 면역력 저하까지 겹치면 염증성 호흡기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12일 한국식품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폐 손상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소재로 약용식물 엉겅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식품기능연구본부 노화연구단 김근동 연구팀은 엉겅퀴 추출물이 치명적인 폐 질환인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의 주요 병리 기전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시켰다고 밝혔다.

사망률 60% 넘는 ARDS에 보조 아닌 대응 가능성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ARDS는 감염, 패혈증, 외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갑작스러운 폐 염증이 발생하면서 폐포가 손상되고 산소 교환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폐부종, 호흡부전으로 이어지며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다. 사망률은 40~60%에 이르고,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제가 없어 산소 공급, 기계적 인공호흡 등 보조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박테리아 독소를 투여해 ARDS 모델을 만든 뒤 엉겅퀴 추출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폐 조직 내 염증세포 침윤, 폐포벽 비후, 히알린막 형성 같은 ARDS의 대표적인 병리 증상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엉겅퀴 추출물은 염증 유전자의 과도한 발현과 대식세포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을 보여 항염 작용이 분명하게 입증됐다. 이 같은 효과는 폐 손상의 근본적인 발생 기전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로 연결됐다.

엉겅퀴, 폐 염증에 적용한 첫 사례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엉겅퀴는 기존에도 간 보호, 지혈, 항염 작용이 알려진 약용식물이다. 한방에서 오랜 기간 사용돼왔고, 국내외에서 주로 간 기능 개선 소재로 연구돼왔다. 그러나 염증성 폐질환, 특히 ARDS에 직접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에서는 ARDS와 연관된 병리 경로인 염증 단백질 ‘NLRP3 인플라마솜’의 활성, 저산소 반응을 유도하는 ‘HIF1α 경로’, 이 경로에서의 염증 유전자 발현 모두가 엉겅퀴 추출물에 의해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질환의 발병을 단순히 늦추는 수준이 아니라, 병의 흐름 자체를 끊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체 내 면역세포 중에서도 폐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의 염증 활성화를 직접 억제해, 면역 과민 반응으로 인한 조직 손상을 방지하는 메커니즘까지 확인됐다. 이 점은 단순한 증상 완화와는 차별화되는 결과다.

후속 연구 통해 기능성 원료로 개발 전망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김근동 노화연구단원은 “엉겅퀴의 주요 생리활성 성분을 중심으로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며 “치명적인 폐 손상 질환 예방 및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엉겅퀴 유래 신약 소재 개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국제약초의학저널(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게재됐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약용소재 연구라는 점에서 산업계 활용도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엉겅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현재 엉겅퀴 추출물은 간 기능 개선 기능성 소재로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에 일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처럼 폐 질환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 검증이 이뤄진 건 처음이다. 향후 안전성, 인체 적용 시험 등이 이어진다면, 천연물 기반 폐 염증 대응 물질로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특히 ARDS는 단일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코로나19 중증 폐렴, 독감, 바이러스성 폐질환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수요가 높다. 폐 손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달라도 염증성 경로가 유사하기 때문에, 엉겅퀴 추출물은 ARDS 외에도 여러 급성 폐 염증 질환에서 범용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전통 한약 소재에서 유래한 엉겅퀴가 실제 중증 호흡기 질환 치료 가능성을 가진 기능성 원료로 재조명받고 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