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와지붕 너머로 스며드는 늦은 오후의 햇살.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선비들의 담소와 붓글씨 소리가 날 법한 고즈넉한 풍경.
경북 경주시 강동면에 자리한 양동마을은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명문가의 학문적 전통과 선비정신이 그대로 스며든 살아있는 역사서다.
또한, 조선시대 전통 가옥과 건축 미학, 그리고 역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600년 전통의 씨족마을

양동마을은 월성 손 씨와 여강 이씨라는 두 양반 가문이 대대로 함께 살아온 집성촌이다. 서로 혼인하고 이주하며 삶을 나눈 두 가문 덕분에 조선시대 양반 문화와 생활양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청백리 손중돈, 성리학자 이언적 같은 조선 대표 선비들이 양동마을에서 태어났다는 건, 양동마을이 사상과 교육의 중심지였음을 잘 나타내 주는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산 따라 흐르는 마을 구조

양동마을의 집과 골목은 전통 풍수지리에 따라 산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형국으로 배치되어 있다. 전통에서는 이를 ‘물(勿)자’ 형국이라 부른다.
능선에는 종가와 고택, 골짜기 아래에는 조선시대부터 사용되어 온 실용적 생활공간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다.
더불어 양동마을 곳곳에는 신라시대 장터, 고분 유적 등 4~5세기 흔적도 남아 있어, 천 년 역사의 겹겹이 쌓인 풍경도 살펴볼 수 있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

양동마을을 거닐다 보면 이곳이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실감하게 된다.
양동마을에는 무려 국보 1점, 보물 4점, 국가민속문화재 12점을 포함해 총 24건의 문화재가 하나의 마을 안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이는 조선시대 선비 문화의 정수가 온전하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국보로 지정된 「통감속편」을 비롯해 보물인 무첨당, 향단, 관가정, 그리고 사호당, 상춘헌, 송첨(서백당) 같은 전통 고택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특히 심수정, 수운정, 강학당 등의 서당과 정자는 학문의 전당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양동마을 체험 프로그램

양동마을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청백리의 소박한 밥상을 재현한 비빔밥을 맛보거나, 선비들이 즐겨 먹던 전통 다식과 약과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
그리고 한지 뜨기나 떡메치기 같은 전통 기예도 체험할 수 있다. 체험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25명 이상의 단체만 가능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1박 2일 숙박 체험’이다. 그 이유는 1박2일 간 선비 체험이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양동마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살고 있는 마을

양동마을이 다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여기가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점이다. 약 150여 채의 고택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
아침이면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마당에서 들려오는 일상의 소리, 골목길을 오가는 주민들의 인사까지. 이 모든 요소가 모여 양동마을을 진정한 의미의 ‘마을’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600년 전통의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1박2일 숙박 체험은 더욱 특별하다.
마당과 고택, 그리고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한 선비의 시간을 체험하고 싶다면 경주 양동마을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경주 양동마을
주소: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125
운영시간: 09:00-18:00
입장료: 성인4,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200원
※양동마을 1박2일 숙박체험 [공식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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