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BTS도 다녀간 ‘쥐라기 공원’ 영화 속 그곳, 분화구 트레킹으로 경험하는 진짜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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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후 섬 북동쪽에 위치한 쿠아로아 랜치 전경 / 사진=쿠알로아 랜치

하와이(Hawai‘i)의 중심 섬 오아후(O‘ahu)는 와이키키를 필두로 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다. 해안선을 따라 호텔·리조트가 이어지고 마천루에 자리 잡은 콘도 시설과 주변으로 형성된 상권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해양 관광지가 와이키키의 성공 공식을 고스란히 따른다.

하와이를 대체할 바다 여행지가 많이 생겨난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는 여전히 ’원 앤 온리’ 여행지로서의 위치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MZ 허니문 성지로 급부상하더니 살인적인 물가에도 불구하고 3대가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지로도 여전한 인기를 누린다.

문득 이유가 궁금해졌다. 해서 이번 여행에서는 와이키키 바다를 지워보기로 했다. 쪽빛 물결은 그저 배경으로만 먼발치에 뒀다. 전기 자전거로 쥐라기 공원 촬영지를 누비고 분화구 안쪽 벽을 따라 트레킹을 즐겼다. 훌라와 우쿠렐레를 배우고 현지인들의 일상에 스며든 로컬 미술관에서 감성을 채웠다. 와이키키 해변이 아니고도 오아후 섬으로 떠날 이유는 충분했다.

# 제니, BTS도 다녀간 쥐라기 공원 촬영지

쿠알로아 랜치 E 바이크 투어


쿠알로아 랜치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제니랑 BTS, 빅뱅, 엑소 한국 스타들도 왔어요. 다들 신나게 즐기다 갔습니다.

쿠알로아 랜치 PR 마케팅 담당자


쿠알로아 랜치에서는 다양한 투어를 운영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승마체험, UTV 투어 그리고 전기 자전거 투어가 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요즘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쿠알로아 랜치(Kualoa Ranch)였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가자 섬 북동쪽에 위치한 쿠알로아 랜치가 모습을 보였다. 쿠알로아 랜치는 전체 면적 16㎢에 달하는 체험 목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촬영지 중 하나다.

축구장 2200개를 합쳐놓은 면적의 쿠알로아 랜치는 병풍처럼 펼쳐지는 세 개의 협곡이 만나 독특한 경관을 완성한다. 첫인상은 ‘목장’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완만한 구릉이 이어지는 목초지가 아니고 굴곡진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쥐라기 공원’ 그 자체였다. 가장 고점은 쿠아로아 릿지로 해발고도 589m 정도지만 압도하는 풍경에 훨씬 더 험준하게 느껴졌다. 어디에선가 공룡이나 거대 괴수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쥐라기공원과 고질라 등 70여 편이 넘는 영화·드라마를 왜 이곳을 배경으로 했는지 납득이 간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둘러본 쿠알로아 랜치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쿠알로아 랜치가 더 특별한 이유는 그저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촬영지 투어부터 짚라인, 승마, 버스 투어 등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다. 비교적 최근에 시작했다는 전기 자전거 투어를 택했다. 일명 쥐라기 밸리라 불리는 카아아와 협곡(Ka’a’awa Valley)를 가는 12㎞ 초보자 코스로 약 2시간이 걸린다. 키와 체형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고 가이드를 따라 투어에 나선다. 흙먼지가 날리고 오고 가다가 4륜차, 대형 투어버스와 마주하기도 하지만 나름 탐험한다는 분위기가 제법 나서 더 좋았다. 중간중간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정차해 사진을 찍고 주요 촬영지 스폿에서는 쉬어갈 수도 있다.


쿠알로아 랜치에서는 쥐라기 공원과 고질라 등 7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투어 동안 오래된 전설부터 근 과거의 역사적 사실까지 하와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 한 가지, 바로 쿠알로아라는 이름이다. 눈치챘겠지만 쿠알로아라는 이름은 순수 하와이 말이다. 고대 하와이 사람들에게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다는 쿠알로아는 하와이 탄생 신화 속 여신 ‘펠레’와 연관이 있다. 쿠알로아는 ‘등, 척추’라는 의미의 ‘쿠아’와 ‘길다, 크다’라는 뜻의 ‘로아’가 합쳐진 말이다. 화산의 여신 펠레의 여동생이 섬 북동쪽을 여행하던 도중 거대한 도마뱀을 만나게 됐고 긴 싸움 끝에 결국 승리했다. 그때 죽임을 당한 도마뱀이 현재 쿠알로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도마뱀 꼬리는 바다에 던져졌는데 그것이 뾰족한 월뿔 모양의 섬 모콜리이(Mokoli’i)가 됐다. 전설을 듣고 나니 훨씬 몰입이 잘됐다. 커튼처럼 굽이치는 협곡의 산세가 마치 거대한 공룡의 척추와 갈비뼈 같기도 했다.


쿠알로아 랜치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시간을 거슬러 가까운 과거로 가보자. 코스 초입에 위치한 배터리 쿠퍼 벙커는(Battery Cooper Bunker)는 2차 세계대전 만든 군사 시설이다. 전쟁 당시 실제로 보급품을 보관하고 군사 작전을 수행한 포진지였지만 지금은 작은 갤러리로 사용 중이다. 쿠알로아 랜치에서 촬영한 주요 영화 포스터와 이곳을 방문했던 전 세계 셀럽 사진으로 채웠다. 관광 명소로 완전히 기능을 바꿨다고 생각한 배터리 쿠퍼 벙커가 실제 대피소 목적으로 사용된 일이 최근에 있었다.

“2018년 1월 북한에서 하와이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쐈다는 경보가 발령되면서 대피령이 발효됐고 당시 방문객 전원이 급하게 배터리 쿠퍼 벙커로 몸을 피했어요.” PR 마케팅 담당자 브라이언이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전설과 신화,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역사 속 한 장면 등 쿠알로아 랜치가 품은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배터리 쿠퍼 벙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에 묵고 있다면 쿠알로아 그로운 샵을 놓치지 말자. 목장에서 방목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식한 굴과 새우 그리고 주변 농장에서 수확한 각종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지인들도 특별한 날 비비큐를 할 때 이곳에서 재료들을 잔뜩 사간다. 꿀과 커피가 유명하니 기념품으로 챙겨도 좋겠다.


쿠알로아 그로운 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쿠알로아 랜치

Kaneohe, HI 96744 미국

# 자연과 인간, 땅과 하늘의 연결고리

레아히 화산 분화구를 걷다


레아히 트레일로 가는 길목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하와이를 다니며 줄곧 제주도가 생각났다. ‘대한민국의 하와이’라는 별명이 붙어버린 제주도와 비슷한 듯 전혀 다른 풍경에 점점 더 흥미가 생겼다. 탄생의 배경에 여성의 모습을 한 신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고 육지와는 전혀 다른 역사와 전통을 두고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점도 맥락이 겹친다. 확연히 다른 것도 있다. 전체적인 섬의 윤곽이었다. 제주도는 가운데 가장 큰 분화구 한라산과 백록담이 있고 그사이 크고 작은 오름이 마치 따개비처럼 올록볼록 솟아 있지만 오아후 섬의 경우는 앞서 소개한 쿠알로아처럼 육중한 산맥과 절벽이 섬 전체를 채우고 있는 형국이다.


레아히 트레일 초입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레아히 트레일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화산섬 오아후의 단면을 좀 더 극적으로 보려면 분화구 투어를 추천한다. 제주도 오름 산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오아후 섬에는 두 발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분화구가 여럿 있다. 그중 가장 상징성이 있고 접근성도 좋은 곳이 바로 레아히(Lē‘ahi, 영문명 ’다이아몬드 헤드’) 분화구다. 약 3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레아히는 지름 약 1㎞로 와이키키 해변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레아히는 흔히 ‘다이아몬드 헤드’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영국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라는데, 하와이 원주민들은 ‘레아히’라는 본래 이름으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한다.


레아히 트레일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고대 하와이 사람들에게 레아히는 하늘과 땅,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성스러운 장소였다. 이곳에서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하늘에 제를 지내고 의식을 치렀으며 중요한 지도자가 죽으면 이곳에 묻기도 했다. 역사와 전설은 전부 땅에 묻힌 건지 지금 물리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20세기 초 만들어진 벙커와 초소 등 군사시설이다. 1968년 미국 국립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공식 탐방로를 만드는 등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레아히 트레일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분화구 정상을 가는 ‘레아히 트레일’은 오아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다. 국가기념물이기에 하루 방문객을 제한하고 있어 예약을 한 여행객만 입장이 가능한데, 보통 일주일 정도 여유를 가지고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독특한 것은 탐방로 시작점이 분화구 안이라는 것이다. 분화구 한쪽 벽에 터널을 뚫어 길을 내고 안쪽 벽을 따라 걸은 다음 해발고도 232m 지점 정상으로 가게끔 트레일을 조성했다. 걷는 거리는 약 2.6㎞로 빠른 걸음으로는 왕복 40~50분에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진도 찍고 주변 풍경도 즐기면서 가려면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잡는 것이 좋겠다.


레아히 트레일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와이키키 동네 뒷산’이라는 말처럼 트레일 난이도는 ‘하’에 가깝다. 그래도 바닥이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겠다. 돌바닥이 많아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으면 발에 무리가 간다. 오전 6시 오픈부터 사람이 몰린다. 낮에는 해가 너무 뜨겁기 때문에 최대한 아침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퇴적층이 고스란히 드러난 분화구 벽을 옆에 끼고 걷는 것이 독특했다.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서 쉬어가기 좋았다.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정상에는 온갖 다양한 언어가 들렸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경치를 즐길 만큼 즐기고 난 다음 가벼운 마음으로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갔다.


트레일 끝나고 푸드 트럭에서 맛본 셰이브 아이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다이아먼드 헤드 크레이터 트레일헤드

Kapahulu, Honolulu, HI 96815 미국

하와이(호놀룰루)=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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