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찰나] 지금 이 순간, 바로 그 장면을 본 당신이 찐 여행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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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찰나] 지금 이 순간, 바로 그 장면을 본 당신이 찐 여행자인 이유

기상청, 기상기후 공모전 수상작 발표

한옥마을 위 무지개 등 39작품 선정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순간 공감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휘날려도 떠날 사람은 떠난다. 햇볕이 쨍쨍하고, 하늘이 높디 높아도 시큰둥한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행에 있어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그 자체’가 여행이다.

비바람이 거센 충남 태안의 어느 어촌 마을, 눈보라에 설국을 방불케 하는 강원 평창의 산골 마을 등은 그 날, 그 자리에 있는 이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여행 중 자신이 겪은 기상기후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들이 있어 화제다.

기상청이 진행한 ‘제42회 기상기후 사진·영상 공모전’이 그 주인공이다. 한 달여에 걸쳐 진행한 이번 공모전에는 총 3509점의 작품이 접수됐고, 이중 사진 부문 36점, 영상 부문 3점 등 총 39점의 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특히 사진 부문 상위 7개 작품은 심사위원단의 점수 50%와 국민투표 결과 50%의 합산으로 대상 1점, 금상 1점, 은상 2점, 동상 3점의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해당 수상작은 3월 23일 세계기상의 날을 기념해 20일부터 23일까지 대전 엑스포시민광장, 20일부터 26일까지 정부대전청사 지하 1층에 전시한다. 아울러 4월 2일부터 6일까지는 서울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도 특별 전시가 이뤄진다.

금상은 전주 한옥마을 위로 무지개가 뜬 장면을 담아낸 유광현 씨의 ‘한옥마을 위 무지개’였다. 지난 해 10월 4일 전북 전주에서 촬영했다. 한옥마을 주변 건축물과 함께 무지개가 어우러져 인상적인 장면이 담겼다.

은상은 서울 도심 위로 버섯 모양의 구름이 피어나 점차 도시를 덮고 소나기를 뿌리는 모습을 담은 신규호 씨의 ‘버섯구름’과, 제주 서귀포에서 몇 시간 동안 지속된 번개의 모습을 담은 나기환 씨의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버섯구름’은 2024년 8월 16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서울 도심 위로 피어난 버섯 모양 구름과 퍼붓는 소나기를 마주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촬영자는 당시 순간을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고 떠올렸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은 지난 해 8월 17일 제주 서귀포에서 찍었다. 번개가 몇 시간 동안 계속되던 날, 어두컴컴한 밤하늘도 번개가 칠 때는 훤하게 비친다는 것을 사진에 기록했다.

동상은 안개에 갇혀 목포 시내가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광경을 포착한 홍희숙 씨의 ‘안개가 목포를 점령한 날’과 최하영 씨의 ‘비눗방울도 어는 겨울’, 박경순 씨의 ‘갈라진 땅’ 등 3작품이 수상했다.

‘안개가 목포를 점령한 날’은 2024년 11월 3일 전남 목포에서 촬영했다. 기상청의 안개 정보를 보고 무작정 양을산으로 달려간 촬영자는 온통 안개에 갇혀 목포 시내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 기다리다 아름다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눗방울도 어는 겨울’은 2024년 12월 17일 서울 강동구에서 찍었다. 아주 낮은 온도에서 얼어붙는 비눗방울이 아치에 아름다운 빛을 보여준 모습이 담겼다.

‘갈라진 땅’은 2024년 1월 17일 경기 평택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진 모습을 생생하게 촬영했다.

특별상인 영상 부문은 기상관측소 레이돔 뒤로 아침달이 저무는 모습을 연속 촬영 기법(타임랩스)으로 기록한 공명철 씨의 ‘기상관측소 돔과 둥근 아침달, 소방헬기’, 여주시 여주대교의 홍수 상황을 촬영한 김무희 씨의 ‘장난감이 아닙니다’, 서울 도심의 일출과 안개 낀 모습을 연속 촬영 기법(타임랩스)으로 담은 이윤규 씨의 ‘구름에 잠긴 서울’ 등 3점이 올랐다.

‘기상관측소 돔과 둥근 아침달, 소방헬기’는 2024년 1월 30일 부산의 한 기상관측소에서 촬영했다. 관측소의 돔과 아침 달(하현망)이 지는 시각에 돔과 달의 둥근 두 가지 모습이 소방청 헬기가 날아가는 순간과 오버랩되는 장면을 담았다.

‘장난감이 아닙니다’는 2023년 7월 15일 경기 여주에서 찍었다. 폭우로 인해 강물이 불어나 강변을 주시하던 중 수상구조물이 떠내려오는 장면을 촬영하다 그 구조물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각에 충돌하는 장면이 담겼다.

‘구름에 잠긴 서울’은 2024년 6월 9일 경기 과천 관악산에서 촬영했다. 일교차가 매우 심하고 습도가 높았던 초여름 날 관악산 정상을 향한 촬영자는 그곳에서 서울의 일출과 운해를 한 번에 담아낼 수 있었다.

한편, 대상 수상작은 자격요건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져 수상이 취소됐다. 기상청은 작품의 출품 자격을 ‘2022년 1월 1일 이후 촬영한 최근 3년 이내 작품’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해당 작품은 2018년 8월 25일 오전 6시 13분에 촬영한 걸로 기록돼 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작품 수상을 취소해 제42회 기상기후 사진영상 공모전은 대상작 없이 총 39점으로 조정됐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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