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지수 탄생
전 세계 도시 매력을 객관적 지표로
관광 시장서 평가하는 위치로 첫발
도시 관광의 매력 개념화 구체화 해야
국가 차원 관광발전지수와 간극 설명 요
베끼면 망하는 게 관광입니다. 전국에 출렁다리와 케이블카가 몇 개 있는지 아시나요. 2024년 기준 출렁다리는 254개, 올해 기준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3곳에 이릅니다. 관광은 베끼면 다 같이 망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쟁 때문에 경쟁력 있는 관광 산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겸 야놀자리서치 원장이 전한 말이다. 장 원장은 지난 2일 열린 ‘2025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평가’ 세미나에서 국내 관광 산업을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난 2021·2023 조사에 따르면 전국 출렁다리와 케이블카 현황은 처참하다. 출렁다리 1개의 평균 조성 사업비는 41억원대로 적잖다. 그러나 개장 후 2~3년간 반짝 관광 특수를 노리고 그 이후부터는 관광객이 반토막 날 정도로 급감한다.
케이블카는 관광객 감소로 적자 폭격을 맞고 있다. 1㎞의 케이블카를 조성하면 약 221억원이 필요한데, 2020년과 2021년의 전국 케이블카 이용률은 10% 수준에 그쳤다. 국내 여행객은 전국 어디를 가도 출렁다리와 케이블카를 만나볼 수 있으니 ‘재방문’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지역은 어떤 모습일까. 잘 나가는 관광 도시의 차별화 요소는 무엇일까. 여행플러스가 그 실마리를 야놀자리서치가 주관한 ‘2025 글로벌 관광도시 매력도 평가’ 세미나에서 찾았다.
야놀자 매력도 지수, 탄생 의의에 주목해야
지난 2일 세미나에서 ‘야놀자 매력도 지수(Yanolja Attractiveness Index)’라는 새로운 평가 지표가 세상에 나왔다. 전 세계 주요 관광도시의 매력을 평가한 지표다. 그간 전 세계 도시의 관광 매력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어디에도 없었다.
비슷하게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지표인 ‘관광발전지수(TTDI)’가 있다. 다만, 이 역시 각 국가의 관광 산업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에 그친다. 야놀자 매력도 지수는 국가가 아닌 ‘도시’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과 다소 주관적인 ‘매력’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새롭다.
여기에 더해 이 지수는 관광 인프라나 정책 등 ‘공급자’ 중심의 기존 관광 경쟁력 평가와 달리, 실제 여행 주체인 ‘관광객’의 관점에서 도시의 매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개발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이 지수는 야놀자리서치가 퍼듀대학교 CHRIBA 연구소, 경희대학교 H & T 애널리틱스 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분석 대상 언어는 14개(정책상 문제로 중국 제외)로 사용자 수가 많고 소셜데이터(SNS)상 분석에 적합한 언어를 우선 고려했다. 영국 소재 사회관계망 분석 및 관리 기업인 브랜드워치로부터 14개 언어의 전 세계 플랫폼 데이터를 제공받아, 191개 도시의 매력도를 평가했다.
주관적인 ‘매력’…어떻게 객관적 지표로 삼았나
‘매력’은 주관적인 기준이다. 어떻게 ‘매력도’라는 것을 지수로 삼을 수 있었을까.
지수의 두 가지 핵심 축은 ‘관광도시 매력(Attractiveness)’과 ‘관광도시 인기(Reputation)’다. 야놀자리서치는 이 두 축을 기반으로 도시의 매력도를 ▲도시의 미와 자연경관 ▲도시의 문화와 역사 ▲도시의 체험 콘텐츠 ▲도시의 환대성 등 4개 핵심 차원으로 세분화해 종합적인 평가를 진행했다.
각 핵심 차원 아래에 ‘음식’ ‘종교적 명소’ ‘쇼핑’ ‘숙박시설’ 등 419개의 키워드를 두고 키워드별 감성 분석을 진행했다. 감성분석은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문장 내 긍정 및 부정 반응을 구분해 내는 연구 방안이다.
관광도시 매력은 키워드별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으로 산출한 긍정 비율을 토대로 측정했다. 관광도시 인기는 얼마나 널리 알려지고 주목받는지를 소셜미디어상의 언급량(buzz)으로 측정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2024년과 2025년의 결과(전년도 6월부터 해당연도 5월까지)를 동시에 공개하고 순위 변화도 함께 발표했다.
상위 10위에 일본 3곳…우리나라서도 ‘서울’ 올라
2025년도 글로벌 관광도시 종합 매력도 평가에서는 왕좌를 차지한 도시는 어디일까. 그 주인공은 일본 ‘오사카’다.
2위는 프랑스 ‘파리’가 올랐다. 3위에는 ‘교토’가 올라 영예는 다시 일본에 돌아갔다. 4위는 미국 ‘뉴욕’이 차지했다. 5위에는 대한민국 ‘서울’이 이름을 올려 종합 매력도 평가에서 전 세계 상위 5위 안에 안착했다.
일본은 오사카·교토 외에도 오키나와(10위)·후쿠오카(11위)·도쿄(12위) 등 총 5곳이 상위 15위 안에 들며 전 세계 국가 사이에서 관광 매력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에는 2024년 순위와 비교해 보자. 올해는 아시아 도시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오사카는 지난해 3위에서 1위로 순위가 뛰었다. 방콕은 무려 16위에서 7위로, 치앙마이는 61위에서 20위권으로 순위가 올랐다.
유럽은 파리(2위)·런던(6위)·로마(이탈리아)가 여전히 3강 체제를 유지해 유럽 관광 브랜드 상징성을 이어갔다. 파리는 ‘문화와 역사’ 부문에서 1위를 지키며 독보적인 유산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다만, 유럽의 전통 관광 도시는 관광 포화로 인해 올해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프랑스 니스(44위)와 마르세유(115위), 스페인 발렌시아(85위), 영국 에든버러(74위)와 맨체스터(76위) 등 지역은 모두 2024년 종합 매력도 대비 올해 20계단 넘게 떨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관광 도시 매력도 종합 순위’에서 미국 도시가 유럽 도시보다 선전했다는 것. 미국 도시는 2025 글로벌 관광 도시 매력도 종합 순위 50위 안에 10곳이 이름을 올리며 단일 국가 중 가장 많은 도시를 차지했다. 해당 도시 10곳은 뉴욕(4위)·워싱턴(13위)·로스앤젤레스(14위)·시카고(17위)·보스턴(21위)·샌프란시스코(24위)·마이애미(27위)·라스베이거스(36위)·시애틀(47위)·올랜도(48위) 등이다.
우리나라는 매력도 종합 순위 상위 50위 중 서울·제주·부산이 이름을 올렸다. 먼저 서울은 종합 5위를 기록해 전년 대비 1단계 상승했다. ‘체험 콘텐츠’ 부문에서 음식과 쇼핑으로 2위에 올랐다. ‘미와 자연경관’에서는 한강·남산 등 도시 속 자연이 호평받아 지난해 5위보다 3계단 상승했다. ‘문화와 역사’ 부문에서도 한복과 한식 등 전통체험 콘텐츠를 중심으로 평가가 좋아 3위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제주는 지난해 23위에서 16위로 7계단 상승했다. 한라산과 오름·해변 등 자연경관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해녀 문화를 포함한 지역 고유문화 자산의 가치도 높았다. 제주는 전 세계 여행객 사이에서 긍정 비율이 높은 여행지 중 하나로 올해 인도네시아 휴양 명소인 발리(40위)보다 순위가 높았다,
부산은 올해 23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여행객 사이에서 ‘해양경관’ ‘식도락 콘텐츠’ ‘숙박 인프라 개선’ 등에 관한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도시 고유 정체성과 문화 자산 살려야
주목해야 할 사실은 또 있다. 2024년 대비 2025년 모든 차원에서 관광 매력지수가 10%P 넘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도시의 문화와 역사’ 차원에서 가장 큰 폭인 116.78%P 성장했다. 다른 말로 하면 ‘도시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자산을 살리는 것’이 관광 매력 형성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은 베끼면 망한다는 말이 딱 맞다.
하위 차원을 살펴보면 ‘동식물’ ‘교육적 장소’ ‘쇼핑’ ‘액티비티’ 등 측면에서 전 세계 관광도시 매력도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 여행객은 도시의 매력도를 측정할 때 물리적 자원이나 기반 시설보다는 도시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해 가치를 평가했다. 통상 여행지의 숙박시설이나 테마파크보다는 여행지에서 직접 체험한 콘텐츠가 여행지의 매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야놀자 매력도 지수는 인프라 중심의 평가를 넘어 관광객의 실제 목소리로 도시의 끌림 요소를 분석한 최초의 시도”라며 “올해 아시아 도시들의 약진과 유럽 도시들의 순위 조정은 관광객의 선호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도시는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 포인트를 발굴하고 소통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 전략일 것”이라고 전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오사카의 성공은 체험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서울·제주·부산의 동반 상승은 K-콘텐츠와 자연경관의 조화가 세계 시장에서 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회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야놀자리서치는 ‘야놀자 매력도 지수’를 매년 정기적으로 발표해 전 세계 관광 트렌드와 도시 경쟁력의 변화를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놀자 매력도 지수, 전문가들의 의견은?
야놀자 매력도 지수라는 새로운 지표의 탄생을 관광 전문가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을까.
이날 행사에서는 변재문 세종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박상희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교수, 이원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장, 반정화 서울연구원 포용도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신정호 놀유니버스 부대표 등이 참석해 이 지수에 관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변 교수는 “그간 국가 차원에서의 관광 경쟁력 지표는 있었으나, 도시 차원의 경쟁력 지표는 전 세계에서 처음이지 않나 싶다. 이런 지표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게 우리가 세계 관광 시장의 중심에 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변 교수는 “매력을 개념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매력을 측정할 때 SNS와 온라인 데이터를 활용했는데 이 데이터가 개념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후 기존 국가 차원의 관광 경쟁력 지수와 야놀자 매력도 지수를 서로 상호보완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이 이어졌다.
이 관광연구본부장은 “정부도 도시 단위 관광 정책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 2020년부터 부산·강릉·전주·목포·안동 등을 거점도시로 육성 중인 게 그 예다”며 “이 지표를 활용해 도시별 관광 육성 성과를 평가하는 하나의 자료로 쓸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연구 기준에 따라 거점도시 중 부산만 대상 도시에 오른 점이 아쉽다. 후속 연구에는 해당 도시를 포함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토론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국가 차원의 관광 경쟁력 지표인 관광발전지수 순위와 도시 차원 관광 매력도 지표인 ‘야놀자 매력도 지수’의 간극에 관한 원인 설명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관광연구본부장은 “지난 2023년 WEF가 발표한 관광발전지수에서 스위스는 10위 안에 들었으나, 야놀자 도시 종합 매력도 연구에서는 87위에 제네바가 스위스 국가 중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며 “국가 차원의 관광 경쟁력과 도시가 가지는 매력도의 격차의 원인과 배경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차이는 WEF의 관광발전지수와 야놀자 매력도 지수의 수집 데이터와 자료수집 방식에서 기인한다. 야놀자 매력도 지수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SNS상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후기 등을 공유하기 유리한 요소인 여행지에서의 ‘체험’, SNS를 활발히 활용하는 ‘특정 연령대’ 등의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다.
반면, WEF의 관광발전지수는 ‘ICT 준비도’ ‘관광 서비스와 인프라’ ‘항공 인프라’ ‘지속가능성 및 사회 영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국가 관광 발전 수준을 평가한다. 애초에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수이지만, 두 지수의 간극에서 어떤 실질적 차이가 발생하는지와 이를 해석하고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끝으로 반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의 순위가 전 세계 도시 사이에서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 그간 시 차원에서 도시경쟁력지표관리를 꾸준히 해 왔는데, 관광 정책과 (보고서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온라인상 데이터를 활용한 이번 매력도 지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관광 추세나 정책에 활용하기 좋아 보이고 앞으로 이어질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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