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올해도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됐다. 2018년부터 변동 없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 그들의 행복 비결을 찾아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지역으로 향했다. 라플란드를 목적지로 한 이유 중 하나는 백야의 계절, 여름이었기 때문이다.
북극권에 위치한 라플란드는 산타 마을로 알려진 로바니에미가 있는 지역으로 여름에는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여름 시즌 라플란드 지역 호텔에 투숙하면 안대를 어메니티로 받는 경험을 해보기도 한다. 산타마을을 비롯한 라플란드 지역은 대개 눈 덮인 겨울에 ‘오로라 사냥’을 하거나 겨울 액티비티를 즐기러 오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여름 방문한 라플란드는 충분히, 아니 어쩌면 겨울보다도 더 매력적이었다.
여름 핀란드의 매력을 보다 여유롭고 한적한 곳에서 찾아보기 위해 로바니에미에서 다소 떨어진 이발로, 이나리를 타깃으로 여행했다. 헬싱키나 로바니에미에서 핀에어 국내선을 이용해 이발로로 가서 둘러보고, 차나 버스 등을 이용해 이나리로 이동하면 된다.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이어지지만, 여름에 방문하면 10도 내외로 많이 춥지도, 덥지도 않아 여행하기 최적이다. 성수기인 겨울에 비해 숙박비가 많이 저렴한 점도 매력적이다.
행복의 핵심 열쇠, 핀란드식 사우나
핀란드 인구 약 550만 명 중 약 90%가 매주 사우나에 한 번 이상 간다고 알려졌다. 핀란드에는 약 320만 개의 사우나가 있을 정도로 핀란드의 사우나 문화는 과거와 현재 모두 핀란드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근육 이완, 혈액순환 개선, 수면 질 향상 등 신체·정신적 건강 효과뿐만 아니라 친구·가족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회적 의미도 크다.
여름 핀란드 여행에서도 사우나는 빠질 수 없다. 오히려 사우나를 즐기기 덜 고될 수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대개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충분히 뺀 뒤 아주 차가운 물이 담긴 수영장이나 호수에 몸을 담갔다가 다시 사우나로 가는 루트를 반복한다. 우리나라 대중 사우나에서도 비슷한 동선이 이뤄지나 경관 등에서 비교가 안 된다. 핀란드인들의 끈기와 내적인 강인함을 나타내는 용어로 ‘시수(Sisu)’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도전정신과 내성을 기른 것과 연결된다. 뜨거운 사우나에 있다가 차가운 호수로 들어가면서 절로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추웠는데, 한겨울에 한다고 생각하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못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발로 지역에서 진정한 핀란드식 사우나 체험을 하기 좋은 호텔로 윌더니스 호텔 무오카(Wilderness Hotel Muotka)가 있다. 객실 바로 옆에 사우나 시설이 마련돼 있는데, 바로 앞에 강과 이어져 사우나와 강을 오가기 편리하다. 사우나와 강 사이 사우나 이용객이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즐길 수 있는 실내 공간도 있어 일행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제격이다.
산악자전거, 낚시, 래프팅… 선선하게 즐기는 여름 액티비티
같은 호텔에서 진행 가능한 액티비티 중 전기 산악자전거 투어도 해볼 만하다. 호텔에서 헬멧과 자전거를 빌려 간단하게 사용법을 익히고 라플란드 지역의 대표적인 국립공원 중 하나인 우르호 켁콘센 국립공원(Urho Kekkonen National Park)과 그 인근 트레일을 달린다. 길에 돌이 많고 다소 울퉁불퉁하지만 튼튼한 자전거로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빠르고 안전하게 자연을 탐방할 수 있다. 타이가 숲을 비롯해 공원 내 경관이 아주 빼어나고 여름에는 방문객도 적어 그야말로 자연이 오롯이 내 것이 된 것처럼 만끽했다. 다만 여름에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바람으로 쌀쌀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두툼한 외투를 준비하는 것이 좋고, 숲에 모기가 많으니 출발 전 모기 퇴치제를 꼼꼼히 뿌리길 권한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낚시도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다. 핀란드 전역에 호수가 매우 많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낚시를 즐긴다. 특히 여름 백야 시즌에는 밤늦게까지 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낚시 체험은 호수가 아름다운 이나리 지역에서 진행했다. 라플란드 사리셀카(Saariselkä) 지역에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루온토로마(LuontoLoma)를 통해 예약하면 호수 낚시는 물론 강에서 즐기는 짜릿한 래프팅 액티비티도 체험 가능하다. 영어가 유창한 인솔자와 함께 진행한다. 낚시는 실력자가 아니라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잔잔한 나라인 줄 알았던 핀란드에서 즐긴 리버 래프팅은 반전으로 매우 즐거웠다. 다만 한여름에도 온도가 다소 낮은 편이라 수트 안에 따뜻한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고 장갑도 방수가 되는 것으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체험 도중 잠시 멈춰 모닥불에서 몸도 녹이고 간단한 간식과 따뜻한 수프도 제공해주어 한겨울만 아니라면 쌀쌀한 날씨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루돌프’ 순록과 교감하기
이나리는 라플란드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 사미족 문화의 중심지로, 순록 방목이 대표적인 생업이다. 순록을 고기, 가죽, 뿔, 교통 수단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핀란드 내 약 1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현대화 속에서도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자연 중심의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순록을 키우고 사미족 전통 가죽 신발을 제작하는 핀란드 전통 사미 가정 툴라(Tuula) 가족은 방문객들이 다양한 순록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투어 상품을 선보인다. 70년 된 사미 가옥에서 사미족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사미족 전통 가죽 신발 제작 과정 및 착용법 등을 체험한다. 가족이 직접 모은 순록 뿔 컬렉션도 보여주며, 뿔만 보고도 개체의 역사와 특징을 술술 읊어준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직접 들판에서 순록을 만나 먹이를 주고 교감하며 사진 촬영을 하는 것. 산타클로스의 루돌프로 알려진 순록을 바로 눈앞에서 만나고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투어는 단순 순록 만남, 전통 공예 포함, 전통 가정 체험 포함 등 구성에 따라 옵션이 다양하며 툴라스 레인디어(tuula’s reindeer)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이 필수다. 참고로, 라플란드 지방에는 순록 고기 식당도 많은데 가격은 35유로(약 5만5000원) 정도이고 맛은 양고기와 흡사하나 좀 더 부드러운 식감이다.
‘밤 없는 밤’ 만끽하는 백야 크루즈
‘한밤중의 태양(Midnight Sun)’이라 불리는 백야 현상은 북극권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연의 신비로운 현상이다. 태양이 밤에도 지평선 아래로 완전히 지지 않아, 밤에도 낮처럼 밝은 현상으로 밤 12시에도 태양이 수평선 근처에 떠 있어 대낮처럼 밝은 풍경이 펼쳐진다. 라플란드 지역은 핀란드의 최북단으로, 이 현상을 직접 체험하기 좋은 대표적인 여행지다. 대략 5월 말부터 7월 중순경까지만 볼 수 있는 귀한 광경이다.
백야 현상을 관람하는 좋은 방법으로 라플란드 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이나리 호수에서 즐기는 백야 크루즈가 있다. 한밤중에도 해가 떠 있는 풍경을 감상하며 3000개 넘는 섬이 있는 이나리 호수를 보트로 항해해보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비짓 이나리(Visit Inari)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밤 10시경 출발해 약 2시간 동안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아래 ‘밤 없는 밤’을 만끽할 수 있다. 보트에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즐기며 태양과 호수, 섬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기 좋다. 밤 12시 정각이 되기 전 일행들과 카운트다운을 하고, 12시가 되어도 밝게 빛나는 태양의 모습까지 동영상으로 남기면 특별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테다.
이발로, 이나리(핀란드)=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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