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남쪽 끝에서 만난 고즈넉한 매력, 가고시마 여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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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 벗어나 진짜 일본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가고시마(鹿児島)를 추천하고 싶어요. 일본 열도 남쪽 끝, 규슈 남단에 위치한 이 조용한 항구 도시는 자연과 온천, 역사, 그리고 느긋한 생활 리듬이 매력적인 곳이에요.

이번 여행은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을 타고 내려와 2박 3일 동안 가고시마 일대를 천천히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대만 여행처럼 대중적인 노선은 아니지만, 그만큼 관광객이 적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일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1. 사쿠라지마 – 지금도 살아 숨 쉬는 활화산

가고시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쿠라지마(桜島)**예요.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활화산인데, 도시 중심에서 페리로 단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요. 그 짧은 이동 시간 동안 시내의 바쁜 분위기에서 자연의 웅장함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사쿠라지마에 도착하면 연신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산과, 그 아래 평화로운 마을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섬 내부에는 짧은 트레킹 코스도 마련되어 있고, 곳곳에 온천 족욕탕과 전망대도 있어 가볍게 반나절 코스로 다녀오기 좋았어요.

💡 : 가고시마 시내에서 출발하는 페리는 24시간 운행하고, 편도 약 200엔 정도로 매우 저렴합니다.

2. 가고시마 라면과 흑돼지 요리

소도시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그 지역의 로컬 음식이죠. 가고시마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흑돼지(쿠로부타) 생산지로 유명해요. 숙소 근처 작은 이자카야에서 맛본 흑돼지 샤브샤브는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있었어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가고시마 라면이에요. 규슈 지방의 다른 톤코츠 라면과는 달리, 뽀얀 국물에 담백한 풍미가 특징이었어요. 면은 다소 굵고 쫄깃하며, 토핑으로 올라간 계란과 파, 챠슈의 조화가 정말 좋았습니다.

3.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

가고시마 시내 전경과 사쿠라지마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는 단연 **시로야마 전망대(城山展望台)**입니다.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만 이동하면 도착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현지인들도 산책이나 운동 삼아 오르더라고요.

해질 무렵 올라서면, 붉은 노을 너머로 사쿠라지마가 서서히 그림자처럼 떠오르고, 가고시마 시내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 사진 포인트: 전망대에서는 꼭 파노라마 모드로 촬영해보세요. 사쿠라지마와 도시가 어우러진 장면이 압권입니다.

4. 온천문화가 살아있는 이부스키

가고시마에서 남쪽으로 1시간 남짓 이동하면 나오는 **이부스키(指宿)**는 모래찜질 온천으로 유명한 온천 마을이에요. 일반적인 노천탕과 달리, 이부스키에서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몸을 묻고 땀을 흘리는 독특한 방식의 온천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몸속 깊이 따뜻함이 퍼지며 여행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지압 효과까지 있어서 관절이 약한 분들에게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5. 가고시마 여행의 장점

  •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유명 관광지의 북적거림과는 달리, 여유 있게 여행할 수 있어요.

  • 풍부한 자연과 온천 자원: 활화산, 온천, 바다, 섬 등 다양한 자연 요소를 짧은 거리 안에서 경험할 수 있어요.

  • 친절한 현지인들: 소도시 특유의 느긋함 때문인지, 현지인들과의 교류가 훨씬 따뜻했어요.

여행 팁

  • 교통패스 이용: 가고시마는 JR남큐슈패스나 지역 버스 패스를 이용하면 경제적으로 여행할 수 있어요.

  • 사전 예약 필수 음식점: 흑돼지 정식이나 유명 라멘집은 소규모 매장이 많아 예약이 필수입니다.

  • 날씨 체크: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페리나 해변 관광이 어려울 수 있어요.

마무리하며

가고시마는 화려한 관광명소 대신 자연과 역사, 지역 문화가 잘 살아있는 도시였습니다. 트렌디한 쇼핑이나 유흥은 없지만, 그만큼 내면의 평온을 찾기에 좋은 여행지였어요.

도시의 화려함에 지친 분들이라면, 혹은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가고시마 같은 일본 소도시 여행이 큰 위로가 될 수 있어요.

대만 여행, 교토 여행처럼 잘 알려진 루트에서 벗어나, 한적하지만 다채로운 여정이 기다리는 가고시마를 여행지로 한 번쯤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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