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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임 대신 여백을 택한다면, 청송의 겨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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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겨울 풍경/사진-청송군
청송 겨울 풍경/사진-청송군

[투어코리아=이민성 기자]  소음도, 인파도 없다. 대신 숨이 멎을 만큼 깊은 풍경이 있다. 요즘 여행자들이 찾는 건 ‘많이 본 곳’이 아니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여행지다.

태백산맥 자락 깊숙이 숨은 경상북도 청송군은 그런 갈증에 정확히 답하는 여행지다. 전설이 깃든 산과 수백 년을 버텨온 물빛, 그리고 산중 사찰의 완벽한 정적까지. 화려한 관광지의 공식을 벗어난 이곳에서는 자연이 주인공이고, 여행자는 조용한 관객이 된다.

특히 겨울의 청송은 다르다. 눈 덮인 기암괴석과 적막한 계곡,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저수지는 풍경을 넘어 하나의 장면이 된다. 말을 아끼게 되는 여행, 사진보다 기억에 남는 여행. 겨울 청송 매력 발견에 나서보자. 

전설이 산이 된 곳, 주왕산

태백산맥 남단에 솟은 주왕산은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석병산 또는 주방산으로도 불리며, 중국 진나라 주왕의 전설이 산 전체에 스며 있다. 봉우리와 암굴마다 이야기가 얽혀 있고, 급수대·학소대·주왕굴 등 명소는 독특한 지형미로 감탄을 자아낸다.

  주왕산 설경 /사진-청송군
  주왕산 설경 /사진-청송군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대전사를 비롯해 주왕의 딸 이름을 딴 백련암, 청학과 백학의 보금자리였던 학소대 등 다양한 명소가 곳곳에 자리한다. 앞으로 넘어질 듯 솟은 급수대와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치른 기암의 모습은 독특한 경관을 이루며, 주왕이 숨어 살았다는 주왕굴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소나무 군락과 함께 망개나무, 복장나무 등 희귀 식물 군락도 눈길을 끈다.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2003년 명승으로 인정받은 이유가 분명하다. 겨울의 주왕산은 군더더기 없는 선과 면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중의 정적, 대전사

주왕산 자락에 자리한 대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은해사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 때 혹은 고려 태조 때 창건되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절의 이름은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승군을 훈련했던 역사적 장소로, 조선 중기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대전사 경내에는 보광전, 명부전, 산령각 등이 있으며 보광전 앞 석탑과 사적비가 빚어내는 고즈넉함은 겨울에 더욱 깊다. 보광전 내부에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친필 서신을 목판으로 새긴 유물도 남아 있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눈이 소복이 내린 대전사 풍경/사진-청송군
눈이 소복이 내린 대전사 풍경/사진-청송군

300년의 물빛, 주산지

1720년 준공된 주산지는 30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은 신비로운 저수지다.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용결응회암 지질 덕분에 물이 빠지지 않는다. 물속에서 자라는 30여 그루의 왕버들 고목은 수면 위에 떠 있는 듯한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잔잔한 반영과 새벽 물안개가 겹치면 한 폭의 동양화가 된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 새벽의 주산지는 특히 몽환적이다. 2013년 국가 명승 지정은 이곳의 가치를 말해준다.

청송 주산지 설경/사진-청송군
청송 주산지 설경/사진-청송군

자연의 신비 ‘청송 얼음골’

청송에는 한겨울보다 여름이 더 추운 곳이 있다. 바로 청송 얼음골이다. 바위 틈에서 불어 나오는 냉기가 계곡 전체를 감싸는 이곳은,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기현상으로 유명하지만 겨울에는 그 존재감이 더욱 또렷해진다. 눈과 얼음이 겹겹이 쌓인 계곡은 자연이 만든 거대한 냉각실처럼 느껴진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풍경 덕분에, 얼음골을 걷는 시간은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 속에 들어온 듯하다. 짧은 산책만으로도 청송의 지질적 특성과 자연의 신비를 체감할 수 있어, 주왕산 탐방 후 들르기 좋은 겨울 코스로 손꼽힌다.

청송 겨울 풍경/사진-청송군
청송 겨울 풍경/사진-청송군

몸으로 느끼는 청송의 겨울, 달기약수탕

청송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소는 달기약수탕이다. 철분과 탄산이 풍부한 약수로 알려진 이곳은,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혀끝이 찌릿할 정도로 강렬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마시는 약수는 청송의 자연을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바꿔준다.

약수탕 주변으로는 소박한 식당가와 오래된 간판들이 이어져 있어,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생활 풍경이 전해진다. 화려하진 않지만, 여행의 리듬을 느리게 조절해 주는 장소다. 겨울 청송의 담백한 매력을 가장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청송의 맛을 잇는 한 상, 주왕산가든

여행의 여운은 음식으로 완성된다. 1988년부터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주왕산가든은 청송을 대표하는 한식 명가다. 특히 질 좋은 고기와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린 요리는 미식가들의 발길을 이끈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나 단체 방문객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주왕산 국립공원과 소노벨 청송 인근에 자리하여 접근성이 뛰어나다. 세대를 이어온 손맛과 정성이 깃든 이곳에서 청송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한옥에서 쉬어 가는 시간, 백일홍

청송송소고택 인근의 한옥 카페 백일홍은 여행의 속도를 낮춰준다. 레트로 감성이 살아 있는 인테리어와 고요한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다.  시그니처 메뉴인 딸기라떼 외에도 아메리카노, 오미자차, 생강차 등 다채로운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청송IC와 청송버스터미널에서 찾아가기 편리하며, 주변에는 달기약수탕과 파천구상화강암 등 청송의 명소들이 가까이 있어 여행의 중간에 잠시 들러 여유를 만끽하기 좋다. 덕천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차 한 잔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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