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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비켜라” 세조가 감탄한 600살 정이품송,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보은 여행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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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초입에 우뚝 선 정이품송
속리산 초입에 우뚝 선 정이품송

국립공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과 절의 조합까지 다 갖춘 클래식 보은 여행 코스 속리산과 법주사. 그런데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면 도로 옆 넓은 들판 한가운데 이상하리만큼 단정한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그 나무가 바로 정이품송입니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가던 길에, 왕의 가마를 비켜주듯 가지를 들어 올렸다 해서 “정이품”이라는 벼슬까지 받았다는 소나무. 대충 듣기엔 전설 같지만, 막상 그 앞에 서 보면 왜 이 한 그루가 대한민국 대표 보은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는지 보자마자 알 수 있습니다. 

정이품송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99에 우뚝 서 있는 정이품송. 리산 국립공원과 법주사로 향하는 길목 한가운데입니다. 보통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면 깊은 산속 어디에 숨겨져 있을 것 같지만, 정이품송은 정반대입니다. 시야가 확 트인 평지 한복판, 마치 무대 위에 올려놓은 주인공처럼 홀로 서 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저절로 고개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배치죠.

이 나무가 주인공이 된 건 재미있는 스토리 덕분입니다. 정이품(正二品) 은 조선 시대 고위 관료가 받던 품계인데,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길에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길을 터준 소나무에게 그 품계를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왕이 벼슬 내린 나무”라는 한 줄 설명만으로도 이미 강력한 포인트라 할 수 있죠.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고, 지금도 안내판에는 이 이야기와 함께 나무의 나이가 500~6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정이품송의 재밌는 이야기
정이품송의 재밌는 이야기

정이품송의 실루엣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데요. 한때는 거의 우산처럼 둥글게 퍼진 수형 덕분에 “한국 소나무의 표본”이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하죠. 지금은 세월과 병해, 강풍을 겪으면서 굵은 가지 일부가 부러지고 지지대를 세워 받쳐놓은 상태지만, 그 자체로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증언하는 풍경입니다. 나무 밑을 둘러싼 철제 울타리, 곳곳에 세워진 지지대, 보호수 안내판까지. 인간이 한 그루의 소나무를 얼마나 애타게 지키고 싶어 하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정이품송은 길게 머무르며 관람하는 공간은 아닙니다. 보은 여행지 지도에서 보면 점 하나에 불과하고, 실제로도 10분이면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규모에요. 하지만 차에서 내려 나무 앞에 서서 잠깐이라도 조용히 나이를 가늠해 보는 순간, 이 짧은 시간이 이상하리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에 서서 수많은 계절과 왕조 교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본 존재라는 이야기를 알고 본다면, 그냥 크고 오래된 나무로만 보기가 어렵거든요.

또 한 가지, 정이품송은 보은 여행을 이야기 있는 여행으로 바꿔주는 장치 역할을 합니다. 속리산 국립공원과 법주사는 이미 유명한 관광지이고, 풍경도 탄탄하지만, “어디를 먼저 보고 어떻게 연결할까?”라는 서사가 조금 아쉬울 때가 있죠. 왕이 지나가던 길, 벼슬을 받은 나무, 그 길의 끝에 있는 법주사와 속리산. 이렇게 스토리 라인이 생기면서 보은 여행지가 단순한 산행·사찰 방문이 아니라 길을 따라 걷는 이야기 여행으로 바뀝니다.

사진 포인트도 확실합니다. 멀리서 광각으로 담으면 평지 한가운데 우뚝 선 나무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조금 더 가까이 가면 굽은 줄기와 지지대, 나이를 먹은 껍질의 질감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 실루엣과 함께 담으면 나무의 높이와 두께가 더 극적으로 비교돼요. 

무엇보다 좋은 건 접근성입니다. 따로 산길을 타고 들어갈 필요 없이, 속리산·법주사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변에 바로 붙어 있어요.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내려다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안내판 글을 한 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체류가 됩니다.

“나무 하나 보러 굳이 가야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가도, 막상 정이품송 앞에 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보고 있으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사람 인생 두세 번 분량을 한 자리에서 버텨낸 존재를 마주 보는 경험은, 예상보다 훨씬 묵직하니까요.

(※본문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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