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하루를 묵었던 강원도 계곡 오토캠핑 장소
거의 매년 가게 되는 강원도 계곡으로 가장 먼저 손꼽는 곳이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흥정계곡인 것 같습니다. 캠핑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어비계곡이 주로 가던 오토캠핑 장소였습니다만 언젠가부터 강원도 계곡으로 바뀌게 된 듯한데 그 정확한 시기나 이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너무도 자연스럽게.
평창자연속쉼표캠핑장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4길 171-10
갑작스레 시작된 캠핑이었다.
늘 그렇듯 혼자 떠나던 캠핑이 아니라,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하는 자리였다.
카카오톡 창 너머로 주고받던 가벼운 대화 속에서 튀어나온 문장 하나, “캠핑이나 갈까?” 그 한마디는 그리 무겁지 않았어도 실제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들이었을까? 너무도 쉽고 빠르게 결정된 오늘의 강원도 계곡 캠핑.
각자의 시간표에 쫓기던 사람들이 어쩌다 이렇게 같은 틈을 확인하게 된 것인지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그런 우연 같은 약속이어서 더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의 캠핑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익숙한 강원도 계곡, 봉평 계곡.
이곳을 찾을 때면 늘 산을 오르거나 길을 걷기 위해 또는 해야 할 일이 중첩되어 있었으나 이번 오토캠핑만큼은 그 어떤 것의 중첩도 없이 오로지 여행 동무들과 함께하는 오토캠핑이 전부라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두 분의 여행 동무들이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개수대로 향한 사이 느긋하게 주변을 돌아본다.
무척이나 익숙한 곳인데 오늘만큼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전의 감정과 다른 감정으로 서 있기 때문인지도.
오늘 이곳 오토캠핑 장소는 오직 머무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주 오래전 가족 캠핑으로 시작된 나의 캠핑 시절과 동일하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목적지는 오토캠핑 장소였고 해야 할 일, 하고자 했던 일은 캠핑 그 자체였던 그 시절의 느낌을 10여 년 만에 다시 느끼게 되니 묘한 기분이다.
장박 텐트로 너무 작은 텐트를 선택한 것인지, 펠릿 난로를 난방용으로 사용하기에 너무 작은 텐트를 선택한 것인지 헛갈리지만 분명한 건, 과거처럼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캠핑은 심신이 지친다는 것.
작은 목소리로도 서로의 대화가 들리고 눈빛이 교환되는 소모임, 소그룹의 캠핑이 더 편안하고 즐겁다.
너무 많은 열기를 뿜어내는 펠릿 난로 덕분에 환기창을 열어두어야만 한다는 사실도 그리 나쁘진 않다.
덕분에 온기와 냉기가 교차하며 대화의 분위기는 더욱 진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각자의 이야기보따리는 그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꺼내도 꺼내도 그칠 줄 모르는 대화 삼매경.
대화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누가 누구를 이기려 들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수용하기보다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나의 생각이나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려 할 때 매우 불편해진다. 과거 열정이 넘쳐날 땐 그런 사람과의 대화를 즐기며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젠 그런 것 자체가 의미 없음을 아는 나이가 됐고 지친다.
그렇기에 점점 대화를 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늘의 이 동행은 참으로 평화롭고 배려지심이 극대화된 모임이란 생각이다.
나도 귀찮은 걸 타인을 위해서, 게으른 쿠니를 위해서 앞장서 주시는 여행 동무들의 배려에 그저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특히 쿠니의 게으름은 음식 만들기에서 초절정을 이루는데 그 모든 것을 앞서 해결해 주신 분들, 감사하다.
오늘 동행하신 분들 중 두 분은 지난해 이곳 강원도 계곡 오토캠핑 장소에서 함께 캠핑을 하셨던 분들이고 또 다른 한 분은 2년 전에 함께 하셨던 분이니 오랜만임에도 언제나처럼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신다.
그에 반하여, 고민도 있다.
참 좋아라 했던 사람이고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꾸 본인의 고집을 앞세우니 피곤하다.
아직도 나를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지만 그 이상으로 지치게 하는 부분이 있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분들의 반만이라도 경청하고 이해해 주려는 마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표현할 수도 없으니 그저 바람으로 품고 변화가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일 아닌 것이 일처럼 변하면 생기는 호사다마라 생각하고 품어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따름이다.
캠핑을 즐기는 쿠니는 그냥 텐트에서 그리고 다른 분들은 펜션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잡생각에 늦은 잠을 잤는데, 어쩌다 보니 해가 뜨기 전에 잠에서 깨버렸다. 조금 더 자고 싶었는데 말이다. 나이 들어 그런 건가?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야침, 이제부터 불편한 뒹굴뒹굴!
강원도 계곡 오토캠핑의 아침은 3월이어도 춥다.
펠릿 난로에 불을 붙이고 펜션에서 컵을 가져와 커피를 준비한다.
모두 일어나면 커피 한 잔과 아침 식사를 해결한 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서울로 가야 한다.
그리고 이곳 강원도 계곡 오토캠핑 장소(자연 속 쉼표 캠핑장)에 다시 오게 될 날은 장박 텐트를 철수하기 위해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