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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과 로컬 감성 모두 담은 대만 헝춘 여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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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하면 대도시 타이베이나 가오슝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진짜 대만의 여유로운 휴양지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최남단에 자리한 헝춘(恆春)으로 가야 한다. 푸른 바다와 손때 묻지 않은 자연 그리고 옛 골목 정취가 한데 모인 곳이다. 사계절 온화한 기후 덕에 언제 찾아도 쾌적하고 어디를 둘러봐도 압도적인 자연경관이 펼쳐진다.

켄팅 국가산림유락구

Kenting National Forest Recreation Area / 墾丁國家森林遊樂區

Kenting National Forest Recreation Area Visitor Center / 사진=Taiwan Tourism Administration

헝춘 여행은 아침 일찍 켄팅 국가산림유락구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수백만 년 전 바다 아래 있던 산호초가 지각 변동으로 솟아오르며 만들어진 고지대 석회암 지형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맹그로브 공중 뿌리와 수백 년 수령의 거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석회암 동굴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은룡동(銀龍洞)과 선동(仙洞) 같은 천연 종유석 동굴을 직접 걸어 들어가 볼 수 있으며 관해루(觀海樓) 전망대에 올라서면 태평양과 바시 해협 그리고 대만해협 세 방향의 바다가 한 번에 시야에 들어온다. 울창한 열대 원시림 속을 걷고 삼면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나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Kenting National Forest Recreation Area

No. 201號, Gongyuan Rd, Kending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자오리 팅위안 해선레스토랑

照利庭園海鮮餐廳 / Zhao Li Tingyuan Seafood Restaurant

트래킹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울 곳은 헝춘 현지 주민과 대만 미식가들이 꾸준히 찾는 노포 스타일의 정원형 해산물 전문점 자오리 팅위안이다. 야시장이나 일반 횟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컨딩 지역 고유의 희귀한 해산물 요리와 대만 남부식 볶음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정원 분위기의 외관 안쪽에는 빈티지 대형 오토바이들이 전시되어 있어 독특한 활기를 만들어낸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대만 전역에서 최초로 개발된 복어 미분탕(刺鮭米粉湯)이다. 독성 없는 현지산 가시복어를 손질해 돼지 사골과 채소로 우려낸 깊은 육수에 얇은 쌀국수 면인 미분을 넣고 튀긴 샬롯을 올려 완성한다. 복어 살의 쫄깃한 식감과 기름기 없이 시원하게 떨어지는 국물이 한국인 입맛과 잘 맞는다.

함께 주문하면 좋을 메뉴로는 콜라겐이 풍부한 복어 껍질 무침(涼拌刺鮭皮)과 고수·땅콩가루를 채운 튀긴 두부(招牌炸豆腐) 그리고 헝춘반도에서 자라는 야생 수생 균류를 계란과 함께 볶은 우라이구 계란볶음(雨來菇炒蛋)이 있다. 현지에서 ‘연인의 눈물’이라 불리는 우라이구는 헝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치리 소스(照利辣椒醬)를 살짝 곁들이면 칼칼하고 깊은 맛이 한층 살아난다.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이제 헝춘 반도의 끝으로 향할 차례다.

Zhao Li Tingyuan Seafood Restaurant

No. 6號, Kanglin S Rd, Dehe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어롼비 등대

Eluanbi Lighthouse / 鵝鑾鼻燈塔

사진=Taiwan Tourism Administration

식사를 마치고 차로 조금 달리면 대만의 땅끝에 닿는다. 1883년 대만 최남단 끝자락에 세워진 어롼비 등대다. 어롼비 등대는 선박 항로를 밝히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등대 주변에 참호와 포구 총구까지 설치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무장 등대라는 독특한 역사를 품고 있다.

청백색의 등대 건물과 드넓은 잔디광장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 장의 사진 안에 담긴다. 낮에는 파란 하늘과 흰 등대의 대비가 선명하고 해 질 무렵에는 붉게 물드는 낙조가 등대를 감싼다. 대만의 땅끝까지 왔다는 느낌을 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등대를 충분히 둘러봤다면 서쪽 해안을 따라 조금 더 이동해보자.

Eluanbi Lighthouse

No. 90號, Dengta Rd, Eluan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산난 카페

山男咖啡 / Sannan Cafe

어롼비 등대에서 서쪽 해안 방향으로 이동하면 절벽과 산자락이 만나는 높은 지대에 산난 카페가 나타난다. 탁 트인 태평양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하기에 헝춘에서 손꼽히는 장소다. 실내는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는 통유리창과 감각적인 벽화로 꾸며져 있고 외부에는 넓은 야외 잔디밭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현지 특산물로 만든 오디 우유(桑椹鮮奶)와 매장에서 직접 구워낸 시나몬 롤(肉桂捲)이다. 새콤달콤한 오디 과즙이 부드러운 우유와 어우러지는 오디 우유는 아열대 기후 속 여행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시나몬 롤은 막 내린 커피와 함께 마시면 더 좋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낙조가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문다. 저녁이 깔리면 헝춘 시내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Sannan Cafe

No. 2-12號, Hongchai Rd, Shanhai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헝춘 3000 브루지엄

Hengchun 3000 Brewseum / 恆春3000啤酒博物館

사진=헝춘 3000 맥주 박물관 페이스북

산난 카페에서 낙조를 감상한 뒤 헝춘 시내로 돌아오면 저녁 일정으로 딱 맞는 공간이 기다린다. 맥주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헝춘 3000 브루지엄이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3000여 개의 맥주잔과 전 세계 맥주 라벨로 모나리자 같은 명화를 재해석한 대형 벽면 미디어 아트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맥주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는 박물관이자 헝춘의 지역 특색을 담아 자체 양조한 수제 맥주를 바로 맛볼 수 있는 바이기도 하다.

대만의 더운 날씨 속에서 쾌적한 실내에 앉아 감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로컬 맥주 한 잔을 즐기는 경험은 꽤 만족스럽다.

헝춘 3000 맥주 박물관

No. 29-1號, Caobu Rd, Shanjiao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아가의 집

海角七號阿嘉的家 / A-Jia’s House

헝춘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골목 안쪽으로 조용히 들어가는 길이다. 대만 영화 역사에서 손꼽히는 흥행작 하이쟈오 7번지의 촬영지인 아가의 집이다. 영화 속 주인공 ‘아가’가 살던 집이 영화 속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붉은 벽돌 외관 안으로 들어가면 영화에 등장했던 소품과 침실이 재현되어 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대만 감성이 담긴 엽서를 구입해 현장에서 바로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다.

화려한 관광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대만 특유의 서정적인 골목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흰 벽에 쓰인 영화 제목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헝춘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가의집

No. 90, Guangming Rd, Chengxi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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