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한국에는 ‘바다의 만리장성’이 있다. 새만금방조제 얘기다. 여행길에서는 소담한 포구의 빨간 등대만 봐도 가슴이 뛴다. ‘바다의 만리장성’을 맞닥뜨리면 심장이 요동칠지 모를 일이다. 귀가 솔깃하면 여장을 꾸리자. 새만금방조제→고군산군도→변산반도. 여긴 이미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 마침 봄. 볕 받아 오글거리는 바다가 꽃만큼 화사하고 올망졸망한 섬에 내려앉은 신록이 또 상쾌해서 정신이 번쩍 든다.
|
◇ 기네스북에 오른 새만금방조제…’인생샷’, 해돋이·해넘이 명소
새만금방조제 얘기부터 하자. 전북 군산 비응도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 변산 대항리를 잇는 둑이다. 뭐 그리 대수일까. 따져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길이가 33.9km로 2010년 8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시속 50km의 속력으로 자동차를 몰아도 완주하는데 족히 30분은 걸린다. 19년(1991~2010년)의 공사 기간 경부고속도롤 13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양(1억2300만톤)의 토석이 투입됐다.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미국대사는 준공 당시 이걸 보고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한국에는 ‘바다의 만리장성’이 있다”고 놀라워했단다.
방조제가 하나가 가져올 변화도 크다. 간척으로 새로 생길 공간이 ‘새만금’이다. 만경평야와 김제평야에서 ‘만(萬)’, ‘금(金)’을 따온 새만금은 ‘많은 재물과 부를 가져다 주는 황금의 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게 무려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달한단다.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기반, 첨단 그린에너지·농업시설, 친환경 스마트 수변도시, 캠핑장·요트 계류장 같은 레저시설이 이 공간에 들어선다. 오는 8월 열리는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 축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무대도 여기다.
|
|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도 있다. 부안 방향 방조제 인근 새만금환경생태단지(1단계)다. 에코투어리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문자 센터(부안 하서면)에서 탐방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삵, 수달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 동·식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면적이 축구장 110개와 맞먹는다. 사람들은 산책로를 걷고 자전거도로를 달리며 천연한 자연을 벗삼아 ‘힐링’을 체험한다. 2030년까지 생태섬, 야생생물군락지 등도 조성될 예정이다. 오는 7월 이곳 인근에 새만금 간척사업의 역사와 간척문화를 접할 수 있는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도 문을 연다.
|
새만금방조제만 따라가도 볼거리가 많다. 33m 높이의 새만금 33센터 전망대는 들르자. 여기선 2만 5000명의 자족도시를 목표로 건설 중인 친환경 스마트 수변도시 현장이 내려다보인다. 광활한 바다 위 섬처럼 떠 있는 현장은 여의도 2배에 달한다. 이게 또 장관이다. 신시배수갑문도 보인다. 웅장한 위용 자체가 도시인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다. 새만금홍보관도 있다. 간척사업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 다양한 전시도 진행된다. 아이와 함께 구경하기에 어울린다. 수산물 시장과 횟집, 공원이 있는 비응항(비응도)도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야미도, 신시도, 가력도, 해넘이 공원, 돌고래 쉼터 등은 해넘이·해돋이 명소로 이름 났다. 여기서 찍은 사진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최근 남북도로 1단계 사업이 준공되며 만경강을 횡단하는 초승달 모양의 리버스아치교도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러니 망망한 바다에 놓인 고속도로 같은 방조제를 보려고 애써 찾아오는 여행자가 적지 않다. 이들은 드라이브를 즐기고 쉼터나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상의 먹먹함을 풀고 간다. 바다를 가르는 기분은 해안을 달리는 것과 완전 딴판이다. 확실하게 숨통이 트인다. 쉼터마다 사진 촬영하기 좋은 포토존도 명물이다. 눈 돌리는 곳마다 바다가 따라 붙으니 셔터를 누를 때마다 ‘작품’이 탄생한다.
|
|
◇ 자동차로 떠나는 섬 여행…고군산군도
새만금 여정의 백미는 고군산군도다. 군산에서 약 50km 거리에 63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데 이게 고군산군도다. 새만금방조제가 관통하는 야미도, 신시도 등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 신시도에서부터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까지 연도교로 연결된다. 일상탈출의 해방감을 만끽하기에 섬 만한 것도 없다. 그런데 준비가 만만치 않다. 뱃시간, 날씨 점검하고 한짐 챙기다 보면 떠나기도 전에 지친다. “섬은 배를 타고 가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마음 내킬 때 훌쩍 다녀올 섬도 필요하다. 새만금방조제를 따라가면 고군산군도의 비경을 차창 너머로 구경할 수 있다.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섬이 선유도다. ‘신선 놀던 섬’이란 이름처럼 빼어난 여덟 개의 경치를 일컫는 ‘선유팔경’도 있다. 고군산군도라는 명칭도 이 섬에서 비롯됐다. 조선 태조 때(1397년) 설치 된 군산진이라는 수군부대가 현재의 군산으로 옮겨가며 일대 섬 지역을 고군산(古群山)이라고 했다. 현재의 군산은 당시 진포였단다.
|
|
선유도는 선유도해변이 잘 알려졌다. ‘명사십리’로 불릴 만큼 해변이 넓고 길며 모래가 곱다. 여기서 보는 낙조가 선유팔경의 으뜸으로 꼽힌다. 해변 모래사장 너머 보이는 두 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섬의 랜드마크인 망주봉(152m). 여름에 큰 비가 내리면 물줄기가 바위 봉우리를 타고 흐르며 폭포(망주폭포)가 돼 떨어진다. 이것도 선유팔경에 포함된다. 옥돌해변도 좋다. 자그마한 해변에 넓적한 돌이 지천으로 깔린 곳인데 새벽녘이나 밤에 파도에 돌 쓸리는 소리를 듣기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해변에는 산책로도 잘 조성됐다. 무녀도와 연결 된 선유대교는 망망대해의 섬들을 조망하는 포인트다. 무녀도 끝자락의 ‘쥐똥섬’은 두 개의 섬 사이로 떠오르는 해돋이가 예쁘다.
대장도는 최근 주목받는 섬이다. 대장봉(141m)에서 보는 고군산군도와 새만금 일대 풍경이 압권이다. 오래 전부터 사진작가나 동호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던 곳인데 요즘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떴다. 신시도의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역시 최근 관심대상이 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바닷가에 지어진 휴양림이다.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등 객실 50여 개가 모두 바다로 향해 있다. 해변과 산자락을 따라 약 4.2㎞의 탐방로가 잘 조성됐다. 원형전망대, 태양전망대는 선유도와 고군산군도 조망 포인트, ‘노란 별 포토존’은 SNSN ‘인증샷’ 명소다. 휴양림에서 대각산(188m) 정상까지 오르는 이들도 많다. 약 40분 거리. 정상 전망대 역시 고군산군도 일대를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다.
|
◇ 변산반도 드라이브는 기분 좋은 ‘덤’
부안 변산반도까지 내쳐 달리자. 부안에서 서해로 툭 튀어나온 땅이 변산반도. 변산(508m)을 중심으로 한 내륙은 내변산, 해안지역은 외변산으로 구분된다. 외변산을 에두르는 해안도로 역시 이름난 드라이브 길이다. 서북쪽 계화에서 남쪽의 줄포까지 이어진 국도 30호선을 따라가면 가슴 탁 트이는 바다가 보이고 너른 해변도 나타난다. 백사장이 넓고 경사가 완만한 해변들은 산책하기 적당하다. 적벽강, 채석강도 나온다. 강(江)이 아니라 붉은 색을 띤 층암절벽과 바다를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다. 특히 채석강이 유명하다. 격포항과 닭이봉을 잇는 1.5km 구간에 가로 줄무늬 선명한 층암절벽이 펼쳐진다. 여기에 내소사를 추가하자.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진 약 400m 길이의 전나무 숲길이 잘 알려졌다. 수령 150년 안팎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경쟁하듯 하늘로 쭉쭉 뻗었는데 풍경이 예쁠 때가 지금부터다.
‘바다의 만리장성’을 따라가면 예쁜 섬들이 나오고 그림 같은 해변도 나타난다. 몸도 마음도 봄처럼 싱싱해지는 여정이 새만금에서 가능하다.
+1
+1
+1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