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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 첩첩산중마다 삶이 스며 있었다

여행 플러스 조회수  

중국의 10대 명승고적 구이린 여행

산봉우리가 이웃처럼 놓인 시내

유람선 타고 신선놀음하는 리강

소수민족의 삶과 문화가 스민 곳

여행을 하다보면 자신을 번복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진실이라고 믿었던 문장 위에 새로운 문장이 쉬이 덧대어진다. 직접 보고 걸어본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서다. 난생처음 찾은 중국 구이린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중국에는 ‘계림산수 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라는 말이 있다. 구이린의 산수가 천하제일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넓디넓은 중국에서도 ‘갑(甲)’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을까. 압도적인 자연을 기대하며 찾은 구이린에서 오래 믿어온 생각 하나를 고쳐 쓰게 됐다. 자연은 사람이 없을수록 아름답다는 생각이었다.

천하제일 산수를 만나다

구이린은 중국의 10대 명승고적 중 하나다. 이를 증명하듯 공항에 착륙하기 전부터 창밖으로 솟아 있는 카르스트 지형의 산봉우리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구이린(계림)’이라는 지명 역시 ‘계수나무가 숲을 이룬다(桂林)’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름처럼 산과 숲, 강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푸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낯선 도시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높은 곳에 오르는 일이다. 그래야 도시의 윤곽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구이린에서는 정강왕성의 ‘독수봉’과 첩채산의 ‘명월봉’이 제격이다. 두 곳 모두 높지 않아 10분 남짓만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네모난 건물이 즐비한 도시 사이사이 봉우리가 이웃처럼 놓여 있고 뒤로는 뾰족뾰족한 산들이 장벽처럼 두르고 있다.

독수봉에는 ‘계림산수 갑천하’라는 문구가, 첩채산에는 ‘차라리 계림 사람이 되지 신선이 되고 싶지는 않다(願作桂林人, 不願作神仙)’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구이린을 향한 중국인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대체 어떤 풍경이 이런 찬사를 낳았을까. 그 절경이 더욱 궁금해진다.

답은 양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양숴는 리강을 따라 구이린 시내와 이어진다. 육로도 있지만 진짜 매력을 느끼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약 4시간 동안 강을 따라 흘러가며 카르스트 산맥 사이를 누빈다. 배가 이동수단인 동시에 관광지인 셈이다. 굽이굽이 물길을 따라 산수를 보는 것만으로 신선이 된 듯하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리강의 3가지 보물로 물소와 가마우지(새), 봉미죽이 꼽힌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은 따로 있다. 20위안 지폐에 담긴 ‘황포도영’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때다. 중국에서는 현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지만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20위안 지폐 한 장쯤은 미리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최근 문을 연 루이봉(여의봉)은 구이린의 산수 위로 올라가 감상할 수 있는 전망 명소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카르스트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찔한 흔들다리와 유리 잔도를 걸으며 구이린의 산수를 발아래 두고 감상할 수 있다.

사람이 완성한 절경

시선을 빼앗는 건 풍경이지만 가장 오래 붙잡는 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구이린은 광시좡족자치구에 속한다. 좡족과 야오족, 묘족 등 1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오랫동안 삶의 터전을 일궈온 곳이다. 구이린의 풍경은 자연이 빚은 절경인 동시에 사람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결과다.

대표적인 곳이 용척제전이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식 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이 마치 용의 척추를 닮았다고 해서 ‘용척제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름에는 초록빛을,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다. 기자가 찾은 6월에는 논에 물이 차 하늘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

이 비현실적인 풍경은 소수민족이 수백 년 동안 산을 깎고 흙을 다지며 손으로 일군 흔적이다. 비탈진 논을 내려오다 보면 농사를 짓고 있는 현지인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긴 머리 전통으로 유명한 홍요족이 산다. 홍요족 여성들은 평생 단 한 번만 머리를 자른다. 길게 기른 머리는 똬리처럼 틀어 올리고 생활한다. 머리를 신성하게 여겨 빠진 머리카락도 모두 모아 가채로 만든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서 머리를 틀어 올린 홍요족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민속 공연도 열린다.

양숴의 대표 공연 ‘인상유삼저’도 자연과 삶의 합작품이다. 중국의 거장 장예모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공연은 12개의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강 위에서 펼쳐진다. 양숴 지역 소수민족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노래와 몸짓에 담았다.

이 공연에는 무려 600명이 등장한다. 그중 300명은 이 지역 주민들이다. 낮에는 낚시나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공연에 출연한다. 이 공연은 연기가 아닌 실제 삶의 연장선인 셈이다.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산수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삶들이 무대 위에서 겹쳐진다.

3만 6천 봉의 봉우리가 겹쳐 있는 모습이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구이린. 그 첩첩산중 사이에는 삶도 함께 껴 있다. 자연은 사람이 없을 때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떤 절경은 사람이 완성한다.

구이린 여행 안내서

요즘 뜨는 여행지

트립닷컴 그룹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구이린행 국제선 항공권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도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이른바 ‘효도여행’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웅장한 자연경관을 비교적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 중장년층 여행객의 관심이 높다.

여행 시기

현지에서는 “1년 365일 중 300일은 비가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습한 기후를 보인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덥지 않고 강수량이 가장 낮은 가을(9~11월)이다. 실제로 구이린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진에어와 제주항공도 여름철에는 운항을 중단했다가 9월부터 운항을 재개한다.

대표 음식

구이린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쌀국수(미펀)다. 베트남식 쌀국수와 달리 굵은 면에 양념을 먼저 비벼 먹고, 취향에 따라 육수를 부어 마무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아침 메뉴다.

자유여행

자유여행 시 양숴와 용척제전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양숴 일일투어, 리강 유람선, 인상유삼저 공연 등 주요 관광상품은 대부분 트립닷컴에서 예약할 수 있다. 여행 일정을 짤 때는 트립베스트나 트립모먼트를 활용하면 인기 명소와 현지 추천 여행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용 ‘전기’자전거

구이린 시내를 둘러볼 때 가장 편한 이동수단 중 하나는 공용 전기자전거다. 자전거와 스쿠터의 중간 형태다. 구이린은 자전거·이륜차 전용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초행길도 비교적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큐알코드를 스캔해 대여하면 된다.

구이린(중국)=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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