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적고 옥룡설산 정면으로 보이는 중국 리장 명소 추천
중국 리장 고성에서 북쪽으로 차로 15분이면 닿는 백사(白沙) 지역은 리장에서 한가롭고, 가장 나시족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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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바이샤 벽화 박물관 Baisha mural museum |

중국 운남성 리장 시내에서 북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바이샤 마을(白沙村, Baisha Village)은 나시족이 리장 고성으로 중심지를 옮기기 전까지 정치·경제·문화의 핵심이었다.
지금은 조용한 산간 마을로 남아 있지만,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바이샤 벽화 박물관에는 그 시절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벽화는 나시족 통치 계급의 권위와 그들이 수용한 외래 종교·문화가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유산이다.
박물관에 보존된 벽화는 명나라 초기부터 청나라 초기까지 약 300년에 걸쳐 완성됐다. 총 55폭. 대보적궁(大宝积宫, Dabaoji Palace)과 유리전(琉璃殿, Liuli Temple) 같은 고건축물 자체가 거대한 예술 기록물 역할을 한다. 나시족 통치자 목씨(木氏, Mu Family) 가문이 당대 최고의 화가들을 불러 모아 완성했다. 리장 3대 벽화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탁월하다.
굳이 시내에서 10km를 달려 이곳까지 와야 하는 이유는 바이샤 벽화에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국의 붉고 화려한 색채가 아닌, ‘공존의 미학’을 만날 수 있다. 불교와 도교, 나시족 고유의 동파교(东巴教, Dongbaism)가 한 화면 안에 섞여 있다. 한족 화가, 티베트 라마승, 나시족 예술가들이 함께 그려낸 결과물이다. 티베트 불교의 정교한 선, 한족 도교의 서사적 구도, 나시족의 토속적인 색감이 충돌 없이 한 벽면을 채운다. 차마고도(茶马古道) 중심지로서 리장이 지닌 개방성과 포용성이 그대로 시각화된 공간이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서면 세월이 배어 있는 어두운 목조 건물 사이로 강렬한 색채의 벽화들이 나타난다. 바이샤 벽화 뮤지엄의 대표 작품은 대보적궁의 여래불회도(如来佛会图, Tathagata Buddha Assembly)라고 할 수 있다. 100여 점이 넘는 불상과 신선, 당시 나시족의 생활상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500년 전 리장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각을 준다.
화려한 종교적 도상들 사이로 사냥하고 낚시하는 서민들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다. 종교화이면서 동시에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 생생한 역사 자료다. 붓 터치는 정교하고 신들의 표정은 살아 있다.
바이샤 벽화 박물관을 찾아야 할 진짜 이유는 리장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리장 고성(Old Town)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둔 고요한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입장권을 구매하려면 여권을 보여줘야하니 여권을 꼭 지참하길 바란다.
박물관을 나서면 돌담길과 수로가 어우러진 나시족 전통 가옥들이 이어지고, 그 뒤로 설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벽화 속 과거와 마을 안 현재의 나시족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점이다. 역사적 지식이 없어도 벽면을 가득 채운 선과 색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값진 시간이 된다. 박물관 주변 카페에서 설산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곁들이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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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바이샤 진슈 아트 아카데미 白沙锦绣艺术院, Baisha Jinxiu Art Academy |

바이샤 진슈 아트 아카데미는 나시족 문화의 집약체라 불리는 곳이다. 천 년을 이어온 나시족 전통 자수 기법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살아있는 예술 학교이자 작업 공간이다. 리장의 화려한 고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조용한 몰입과 장인 정신을 온몸으로 마주할 수 있어,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나오기가 어렵다.
바이샤 진슈 아트 아카데미는 나시족 여인들이 한 땀 한 땀 실을 엮어 만드는 전통 자수의 맥을 잇기 위해 설립됐다. 마당이 있는 전통 가옥 형태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고요한 공기 속에서 바늘이 비단을 스치는 소리만이 들린다. 자수는 실을 얇게 쪼개어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도록 입체적으로 수놓는 방식이다. 특히 앞뒷면의 모양이 똑같이 나오거나, 심지어 앞면과 뒷면의 그림이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양면수’ 기법은 경이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긴다. 장인들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들은 그림보다 더 세밀한 묘사와 풍부한 색채감을 자랑하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 세계 수집가들의 눈길을 끈다.

아카데미 바로 옆에는 정교하게 완성된 자수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전시한 갤러리와 직접 소장할 수 있는 굿즈샵을 함께 운영한다. 갤러리에서는 박물관급 예술품을 감상하며 나시족 자수의 정교함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고, 굿즈샵에서는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소품부터 품격 있는 인테리어용 액자까지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유일무이한 작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사라져가는 소수민족의 예술 문화를 후원하는 가치 있는 경험이기도 하다.
한국인 여행자가 바이샤 진슈 아트 아카데미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리장 고성이나 수허 고성(束河古镇)이 상업화된 관광지의 성격이 짙어진 반면, 바이샤 마을과 아카데미는 가장 본질적인 나시족의 삶과 예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화려한 야경 대신 낮게 드리운 구름과 설산을 배경으로 예술에 매진하는 장인들의 모습은 진정한 휴식과 영감을 준다. 한국의 전통 자수와는 다른 질감과 강렬한 색감, 나시족 특유의 자연관이 담긴 문양들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작품을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이 직접 자수를 체험하거나 장인들의 작업 방식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마당 한편에 앉아 옥룡설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 속에서 나시족의 문화적 자부심이 담긴 예술품을 마주하는 경험은 리장 여행의 질을 한 단계 높인다. 바이샤 진슈 아트 아카데미는 리장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이며,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오래도록 남는 장면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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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백사고진 白沙古镇 |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리장 고성이 유명하다지만 상업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친 리장 고성은 골목마다 기념품 가게가 들어서고 관광객이 넘쳐난다. 리장 고성과 달리, 차로 15분 거리의 백사고진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백사고진은 리장 3대 고성 중 사람이 가장 적고 한가로운 곳이다. 나시족 할머니가 오늘 아침에 딴 채소를 광장에서 팔고, 명나라 때 그린 벽화가 담장에 그대로 붙어 있고, 옥룡설산 만년설이 골목 끝에 정면으로 걸린다. 리장을 갔다면 백사고진까지 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옥룡설산의 만년설이다. 백사고진은 그 거대한 설산을 정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꼽힌다. 골목마다 들어선 카페와 루프탑 바는 설산을 배경으로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을 갖추고 있다.
백사고진의 골목은 나시족 전통 가옥 양식인 삼방일조벽(Three rooms and a screen wall, 三坊一照壁)을 따르는 집들이 촘촘히 이어진다. 낮 시간 마을 광장에는 남색 옷을 입고 등 뒤에 칠성포(Seven-star sheepskin cape, 七星布)를 두른 나시족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판다.

칠성포는 ‘별을 이고 달을 진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일하는 나시족 여성의 강인함을 담은 상징이다.
골목을 걷다 보면 뿔이 근사하게 휘어진 양이나 염소, 털이 북슬북슬한 야크(Yak)를 데리고 나온 현지인들과 마주치게 된다. 리장의 다른 고성에서는 보기 힘든 백사만의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동물을 만지거나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게 해주는 대가로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주로 옥룡설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골목 어귀나 광장에 자리를 잡고, 화려하게 단장한 동물로 여행자의 시선을 끈다. 원하지 않는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나치는 편이 낫다.
리장=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