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과 문화, 식후경을 모두 담은 대만 헝춘 하루 코스
대만 남부 핑둥현에는 헝춘(恆春, Hengchun)이 자리한다. 화려한 휴양지 특유의 들뜬 공기보다는 웅장한 자연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대만 특유의 수수한 정서까지 스며든다. 타이베이나 가오슝 같은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조합이다. 탁 트인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지고 독특한 지형이 곳곳에서 발길을 붙잡는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갖췄다.
대만전력남부전시관 (台電南部展示館, Taipower Southern Exhibition Hall)

사진=대만전력남부전시관 공식 페이스북
코스의 첫 걸음은 대만전력남부전시관에서 뗀다. 대만전력공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켄팅 마안산 원자력발전소 부근에 있다. 전기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 체험형 전시관이다.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시원한 냉방시설과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상영관 4D 상영관을 갖췄다. 에너지를 소재로 한 여러 체험 시설도 마련해뒀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여행객이나 켄팅의 뜨거운 더위를 잠깐 피하려는 여행자들에게 반가운 공간이다. 2층 카페테리아에서는 15에서 20대만달러 한화로 약 800원에 당수도(鹽水) 아이스크림과 딥씨워터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해수를 냉각하는 기술로 만든 디저트다. 바다를 바라보며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놓치면 아쉬운 코스로 꼽힌다.
마오비터우 공원 (貓鼻頭公園, Maobitou Park)

전시관에서 더위를 식혔다면 다음은 헝춘반도 서쪽 끝 마오비터우 공원으로 향한다. 대만해협과 바시해협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해안 국립공원이다. 마오비터우라는 이름은 해안으로 솟아오른 산호초 바위 모양에서 나왔다. 바다를 향해 웅크린 고양이 코를 닮았다고 해서 붙었다. 수천 년 동안 거센 파도와 해풍이 바위를 깎아냈다. 그 결과 해식대지와 해식구 융기산호초 지형이 절벽 아래로 펼쳐진다. 탁 트인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별도 입장료는 없다. 차종에 따라 10에서 40대만달러 정도의 주차비만 내면 된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대만 땅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아 한국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에이미스쿠치나 (AMY’S CUCINA)

바닷바람을 실컷 쐤다면 이제 배를 채울 차례다. 켄팅 야시장(墾丁大街) 한복판에는 2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이미스쿠치나가 있다.
붉은 벽돌벽과 원목 가구가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서양 휴양지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만 현지 음식의 향신료나 향채에 지친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호불호 없는 정통 서양식 요리를 맛볼 수 있어서다. 넓은 공간과 시원한 냉방 그리고 맥주나 와인 한잔을 곁들이기 좋은 분위기 덕분에 밤이 되면 서양인 관광객과 한국인들로 활기가 돈다.
꼭 맛봐야 할 메뉴는 갓 구워내는 수제 피자다. 바삭하면서 담백한 도우 위에 진한 치즈와 풍성한 토핑이 올라간다. 그중에서도 로젤과 토마토 모차렐라 향이 살아있는 마르게리타 피자나 짭짤한 살라미를 얹은 페퍼로니 피자를 손님들이 즐겨 주문한다. 페스토 향이 깊게 밴 바질잣크림치킨파스타나 매콤한 마늘향이 도는 스파이시바지락파스타를 함께 주문하면 한 끼 식사가 더 풍성해진다.
펑취사 (風吹砂, Fengchuisha)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펑취사로 이동한다. 바람이 모래를 날린다는 뜻을 그대로 담은 이름이다. 자연이 만든 독특한 지형을 볼 수 있는 해안 절경 지점이다. 겨울철 동북계절풍이 강하게 불면 해안 모래가 바람을 타고 절벽 위 언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모래강과 모래폭포가 생겨난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지질 현상이다. 입장료 없이 하루 종일 방문할 수 있는 노상 전망 공간이다. 해안도로인 26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하다가 잠시 차를 세우고 붉은 흙과 황금빛 모래 태평양 수평선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도로변에서 바라보는 파도와 거친 대지가 만드는 풍경은 탁 트인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옥트선커피 (Oct.Sun Coffee)

사진=옥트선커피 (Oct.Sun Coffee) 공식 페이스북
모래언덕을 지나 다시 해안도로를 달리면 완리퉁(萬里桐) 어촌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 해변 앞에는 카페 옥트선커피가 자리한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과 흰색 건물 외관이 눈길을 끈다. 영화 하이자오7호(海角七號)의 촬영지로 알려진 완리퉁의 맑은 바다를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오션뷰 카페다. 스노클링이나 서핑을 즐기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쉴 수 있어 포토존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좋아한다.
대표 메뉴는 홍우롱푸딩(紅烏龍布丁, Red Oolong Pudding)이다. 대만 특산 홍우롱차의 달콤하고 깊은 향과 부드러운 계란 푸딩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음료로는 쌉싸름한 레몬 베이스에 자몽 과육이 씹히는 유자자몽시칠리안커피(柚式西西里)나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면 좋다.
싱샤베이 (星砂灣, Sing Sha Bay)
코스의 마지막은 후비후항(後壁湖港) 옆에 숨어있는 싱샤베이다. 자그마한 에메랄드빛 해변이다. 모래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별 모양을 닮은 미세한 알갱이들이 보인다. 별 모양 유충의 껍질이 오랜 세월 풍화되며 만들어진 자연의 산물이다.
등대 부두 쪽으로 걸어가면 아담한 빨간색과 흰색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동화 같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북적이는 메인 해변과 달리 한적하고 물빛이 맑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거나 연인 친구와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대만 남부 특유의 여유로움과 동화 같은 바다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전시관에서 시작한 하루는 이렇게 조용한 해변에서 마무리된다.
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