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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슬로우 트래블 베트남 후에 감성 휴식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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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옛 수도 후에(Huế)는 화려한 휴양지 다낭이나 분위기 좋은 호이안과 다르게 왕조의 역사와 고즈넉한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스스로를 비우고 깊은 휴식을 취하기 좋다. 자극적인 볼거리나 번화한 유흥 대신 흐르는 강물과 수목이 우거진 정원 향기로운 향 연기 사이에서 마음을 정돈하고 싶은 한국인 여행자에게 권하고 싶은 다섯 곳을 코스로 소개한다.

레 자르댕 드 라 카람볼(Les Jardins de la Carambole)

사진=공식 페이스북

먼저 발길을 향할 곳은 황성 인근 조용한 골목길에 자리한 레 자르댕 드 라 카람볼(Les Jardins de la Carambole)이다. 차분한 휴식과 식문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인도차이나 스타일 프리미엄 레스토랑 겸 미식 공간이다. 프랑스어로 ‘스타프루트(카람볼)의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베트남 전통 건축 미학과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인도차이나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노란색 다이닝 빌라 형태를 띤다.

외부의 우거진 초록빛 정원과 실내의 아늑한 목재 인테리어 천장의 클래식한 팬과 은은한 조명이 아날로그적 온기를 자아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도심의 소음과 단절되는 정숙함을 체감하게 된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로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빠르게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번잡한 여행 방식에서 벗어나 옛 황성의 역사적 기운이 서린 조용한 골목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한 끼를 즐기는 동선 자체가 미식 명상에 가깝다.

바쁜 일상과 자극적인 식문화에 익숙해진 한국인 여행자에게 이곳은 미식의 미학을 재발견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현지의 자극적인 조미료 대신 미쉐린 스타일로 정갈하게 재해석된 프랑스-베트남 퓨전 요리를 선보이며 자극 없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메뉴를 갖췄다. 웅장하면서도 예스러운 프렌치 콜로니얼풍 외관과 초록 식물이 어우러진 배경은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대표 메뉴이자 꼭 맛봐야 할 요리는 정통 프렌치 기술과 베트남 로컬 재료가 결합된 퓨전 미식 라인업이다.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양파 스프로 오랫동안 볶아낸 양파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풍부한 치즈 풍미가 여행의 피로를 편안하게 풀고 속을 따뜻하게 달래준다. 메인 디시로는 오리 가슴살 로스트에 상큼한 오렌지 소스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요리와 베트남 특유의 정갈한 양념에 주사위 모양 소고기를 볶아낸 락락 소고기를 추천한다. 후에 지역의 전통성을 느낄 수 있는 바나나 꽃 샐러드나 신선한 해산물 파스타 그리고 디저트로 즐기는 패션후르츠 소스 프라이드 바나나 케이크 역시 많은 이들이 찾는 메뉴다.

샐러드 및 단품 요리는 약 14만5000동(약 8000원)부터 시작하며 감자 요리나 사이드는 약 6만5000동(약 3500원) 선이다. 소고기 스테이크 오리 요리 파스타 등 주요 메인 디시는 약 20만~35만동(약 1만1000원~1만9000원) 수준이다. 3가지 이상으로 알차게 구성한 코스 형태 세트 메뉴는 1인당 약 27만5000동(약 1만5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어 식사와 디저트 음료까지 여유 있게 즐기는 슬로우 다이닝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Les Jardins de la Carambole

32 Đặng Trần Côn, Phú Xuân, Huế, 베트남

안히엔 가든 하우스(Nhà vườn An Hiên)

사진=공식 페이스북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다음 발걸음은 차로 5분을 가면 나오는 흐엉강(Sông Hương, 향강) 북쪽 변에 자리한 안히엔 가든 하우스로 옮긴다. 이곳은 고택을 넘어선 후에 전통 정원 주택 문화 ‘냐브온(Nhà vườn)’의 완벽한 보존체이자 응우옌 왕조 왕녀와 귀족들이 거주하던 사가다.

물과 나무의 기운이 온전히 이어지는 풍수적 구조를 지녔으며 문을 들어서면 붉은 아치형 담장과 매화 망고 용안 등 갖가지 과수와 약초가 우거진 긴 진입로가 펼쳐진다. 건축적으로는 베트남 전통 목조 양식인 ‘냐르엉(Nhà rường)’ 구조를 취하고 있어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 기둥과 들보를 교차시켜 세운 정교한 목조 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집 전면에는 외부의 액운을 막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전통 에크랑(Mành, 가림막 담장)과 자그마한 연못이 자리해 수평적 안정감을 준다.

여행자들은 현대 도시 생활의 과도한 자극을 벗어나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다. 수백 년 된 목조 기둥 사이로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정원에서 재배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 온전한 정신적 힐링과 느린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정기휴무는 없다. 입장료는 1인당 5만동(약 2700원)이다.

An Hien Garden House

58 Nguyễn Phúc Nguyên, Kim Long, Huế, 베트남

뜨득 왕릉(Lăng Tự Đức, 뜨득 능)

사진=빈 원더스 사이트

정원 주택을 나선 뒤에는 차로 7분을 이동해 뜨득 왕릉으로 향한다. 시인이라 불릴 만큼 풍류를 즐겼던 응우옌 왕조 제4대 황제 뜨득이 생전에 직접 설계하고 자신이 휴양하며 시를 짓던 별장 겸 사후 묘역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묵직하고 위압적인 일반적인 왕릉의 틀을 깨고 호수와 섬 누각 소나무 숲이 아늑하게 어우러진 대형 수변 정원 형태를 띤다. 황제가 배를 타고 연꽃을 감상하던 류키엠 호수와 호수 위에 떠 있는 목조 누각 쌈끼엠 각은 베트남 왕실 조경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시인이자 유학자였던 뜨득 황제의 섬세하고 우울한 예술가적 성향이 대지 위에 그대로 투영돼 건물 배치나 동선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산세에 따라 유연하게 흐른다. 연꽃이 피는 호수와 정자가 있어 한옥이나 고택처럼 한적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사색하고 내면을 돌볼 수 있는 웰니스 공간이 되어준다. 역사적 공간이 주는 조용하고 한적한 아우라 속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도심의 소음에서 완벽히 격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정기휴무는 없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인당 15만동(약 8200원)이다.

뜨득 황제릉

tổ dân phố Thượng Ba, Quang Dien, Hue 530000 베트남

투이쑤언 향 마을(Làng hương Thủy Xuân)

사진=PXHERE

왕릉의 고요함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곳은 차로 5분 거리의 투이쑤언 향 마을(공예 마을)이다. 약 700년 전 응우옌 왕조 시절부터 왕실과 시내에 쓰이던 전통 향을 만들어 온 역사 깊은 공예 마을로 마을 도로를 따라 천연 재료로 물들인 알록달록한 향나무 스틱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살라는 전통 향 제작 상점과 연꽃 정원 차 마시는 공간이 어우러져 한층 고즈넉하고 세련된 웰니스 스팟으로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계피 침향 백단향 등 자연에서 얻은 천연 약재 재료를 빻아 향을 반죽하고 대나무 살에 말아내는 전통 방식을 직접 관찰하거나 체험해 볼 수 있다. 야외 정원의 푸르름과 다채로운 색감의 향 다발이 대비를 이루며 후각적으로는 시내 전체에 감도는 은은한 한방 향 기운이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혀 준다. 알록달록한 향초들이 부채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 인스타그램 포토스팟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색다른 감성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대여해 입고 향기를 맡으며 정원을 거니는 과정 자체가 마음의 차분함을 더해준다. 마을 방문 및 상점 입장 자체는 무료이지만 아오자이 대여 및 촬영 공간 이용 시 대략 5만동~10만동(약 2700원 ~ 5500원) 정도의 소액 비용이 발생한다. 현장에서 천연 수제 향을 구매할 경우 종류에 따라 한 묶음당 약 4만동~15만동(약 2200원 ~ 8200원) 선이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일부 상점은 오후 7시~8시까지 운영)이며 정기휴무 없이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Thuy Xuan Incense-making Village

62 Huyền Trân Công Chúa, Thủy Xuân, Huế, 베트남

히엔 차 니 도 마이(Hiên Trà NHỊ ĐỘ MAI)

향기로운 마을을 지나 마지막으로 발길이 닿는 곳은 14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나오는 히엔 차 니 도 마이(Hiên Trà NHỊ ĐỘ MAI)다. 그냥 찻집이 아니라 베트남 전통 차 문화와 젠(Zen) 명상을 함께 담은 웰니스 티 하우스다. ‘히엔 차(Hiên Trà)’는 차 마시는 툇마루나 처마를 뜻하고 ‘니 도 마이(NHỊ ĐỘ MAI)’는 매화가 한 해에 두 번 피어나는 드문 현상에서 따온 이름이다. 사계절 내내 봄의 온기와 매화 향을 전하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박사이자 다도 장인인 찬 티 청 니 선생이 베트남 고유의 전통 꽃차 제조 기법을 지키고 다도를 알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앞서 들른 곳들이 자연과 역사를 걸으며 둘러보는 코스였다면 이곳은 복잡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 고요한 기운으로 여정을 마무리해준다. 시끌벅적한 카페가 아니라 차 향기를 음미하며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보는 정제된 명상적 경험을 할 수 있고 베트남 고대 왕실 문화가 남은 후에만의 깊은 차 문화를 제대로 다루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건축과 공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트남 전통 양식 목조 구조와 정갈하게 가꾼 중정이 어우러지고 고풍스러운 대나무 테이블과 소박하면서 세심하게 고른 도자기 다기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마당과 이어진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정원에는 생화와 이끼 은은한 조명이 함께해 왕실의 비밀 정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매월 음력 보름날(15일) 밤에는 모든 인공 조명을 끄고 촛불만 켜둔 채 달빛 아래서 차를 마시는 초촛불 다도 프로그램도 진행해 깊은 평온함을 안겨준다.

대표 메뉴는 베트남 북부 고산지대의 야생 고목에서 딴 산똣 차(Trà Shan Tuyết)를 기본으로 후에 특유의 꽃 향을 입힌 련향차(Trà luyện hương) 시리즈다. 가장 즐겨 찾는 차는 주인이 직접 만든 매화 향의 차 마이(Trà Mai / 약 7만동부터~, 약 3800원~) 후에 황실 전통 방식으로 생연꽃 속에 찻잎을 넣어 향을 입힌 차 센(Trà Sen xứ Huế / 약 9만동, 약 4900원) 등이다. 차는 장인이 직접 우려주는 시연과 함께 다구 세트로 나오고 곁들여 나오는 소박한 베트남 전통 다과와 함께 천천히 다도를 즐기다 보면 후에 여행에서 잊지 못할 마음의 위로를 얻어갈 수 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고 정기휴무 없이 매일 운영한다.

Hiên trà Nhị Độ Mai

nhà số 3, kiệt 26 đường Nguyễn Thiện Thuật, Phú Xuân, Huế 49121 베트남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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