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핫도그 먹어봤어?”… 엽기메뉴에 열광하는 Z세대 [Z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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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의 다양한 이색 메뉴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명랑핫도그에서 판매하는 오이 핫도그. /사진=염윤경 기자

“보기엔 이상한데 생각보다 맛있어요.”
“재밌어서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요.”

오이핫도그, 과일맛치킨, 민트초코떡볶이. 듣는 것만으로도 충격스러운 음식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누군가는 “이걸 왜 먹어?”라며 경악하지만 색다른 것을 선호하는 Z세대는 엽기 음식에 열광한다.

명랑핫도그는 지난달 31일 ‘오이핫도그’를 출시했다. 단 2주 동안 한정판매하는 오이핫도그를 맛보기 위해 명랑핫도그 매장에는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됐다. 기자도 오이핫도그 구매 행렬에 동참했으나 ‘주문 폭주로 품절됐습니다’라는 문구를 마주했다. 이튿날 다시 도전했지만 또 품절이었다. 그 다음날 세 번째 도전 끝에 드디어 오이 핫도그를 영접할 수 있었다.

명랑핫도그 점주에게 오이핫도그가 많이 팔리냐고 묻자 “지금 앞에 서 계신 분들이 전부 오이핫도그를 주문하셨다”고 답했다. 기자와 같이 줄을 선 고등학생은 “오이핫도그를 먹으려고 학교 끝나자마자 한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오이핫도그의 모양은 일반 핫도그와 다를 바 없었다. 크기가 조금 더 컸고 케첩 대신 마요네즈가 뿌려진 것이 달랐다. 갓 튀겨내 따끈한 김이 솔솔 올라오는 오이핫도그를 한입 베어물자 바삭한 튀김옷과 함께 오이가 씹혔다. 아삭한 오이의 식감과 따끈한 즙이 상큼하게 입안에 퍼졌다. 한입 베어문 단면에 오이가 통째로 들어간 모양이 낯설었다.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식재료로 만든 ‘엽기 이색메뉴’가 Z세대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업계 ‘괴식’ 메뉴… “이걸 진짜 먹는다고?”

식품업계는 다양한 이색 메뉴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사진은 멕시카나 ‘후르츠 치킨’, 곱떡치떡 ‘민트초코 떡볶이’, BHC ‘로젤킹’, 미스터피자 ‘흑당버블티피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멕시카나, 곱떡치떡, BHC, 미스터피자 제공

치킨 브랜드 멕시카나는 지난 2015년 바나나, 딸기, 멜론 등 세 가지 과일 맛이 나는 후르츠치킨을 출시했다. 후르츠치킨은 출시 직후부터 많은 소비자에게 충격을 안기며 화제가 됐다. 후르츠치킨을 시식한 소비자들은 “치킨에서 아이스크림 향이 난다” “치킨과 과자를 같이 먹는 맛이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혹평과 함께 순식간에 단종됐던 후르츠치킨이 지난 2021년 다시 소비자를 찾아왔다. 누리꾼들은 후르츠치킨의 재림에 또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후 맥시카나는 커피 맛이 나는 ‘달콤라떼치킨’ 등의 메뉴를 내놓아 “역시 후르츠치킨 회사”라는 반응을 얻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곱떡치떡은 업계 최초로 ‘민트초코떡볶이’를 출시했다. 인터넷 상에서 유머로만 등장하던 민트초코떡볶이의 실체화에 소비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비자의 혹평이 이어지자 민트초코떡볶이의 개발자가 모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본의 아니게 많은 소비자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스터피자의 ‘흑당버블티피자’, 투존치킨의 ‘청포도봉봉치킨’, 치킨에 젤리가 들어간 BHC의 ‘로젤킹’ 등 괴식과 미식을 넘나드는 이색 메뉴가 연이어 출시됐다.

엽기 메뉴에 열광하는 Z세대… “기대돼요”

Z세대들은 엽기 메뉴를 “한 번쯤 먹어볼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오이 핫도그를 사기 위해 줄 선 사람들과 오이 핫도그가 품절됐음을 알리는 안내문. /사진=염윤경 기자

과연 엽기적인 이색메뉴를 먹는 사람이 있을까. 예상을 뒤엎고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색메뉴를 시식한 후기가 넘쳐난다. Z세대는 이색메뉴를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김모씨(여·23)는 “이색메뉴는 일시적 이벤트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정’이라고 하니 꼭 먹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홍모씨(남·23)도 “평소에는 접해 볼 수 없는 종류의 음식”이라며”재미 삼아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SNS 활동이 활발한 Z세대는 이색 메뉴가 “SNS에 딱이다”고 말한다. 오이핫도그를 구매한 이모씨(여·25)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서 먹어보고 싶었다”며 “생각보다 맛있다는 얘기도 있어서 궁금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조모양(여·15)은 “SNS에 올리려고 오이핫도그를 구매했다”며 “꼭 먹어본 후 SNS에 인증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Z세대는 이색메뉴를 맛보는 것을 일종의 유희라고 설명한다. 직장인 최모씨(남·26)는 “하나의 오락처럼 재미를 위해 사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 자기만족의 일환”이라며 “이런 음식에 쓰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 “브랜드 홍보까지 일석이조”

식품업계는 이색메뉴 출시가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사진은 유튜버 상해기(위)가 민트초코 떡볶이를 먹는 모습과 코미디언 김민경이 후르츠 치킨을 먹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상해기’, ‘민경장군’ 캡처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색메뉴 출시가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좋고 덩달아 브랜드 이름도 알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명랑핫도그 관계자는 “오이핫도그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생각보다 더 뜨겁다”며 “판매 매장을 늘려달라, 지속적으로 판매해달라는 건의도 많다”고 밝혔다. 오이핫도그를 통한 홍보 효과에 대해서도 “오이핫도그 자체 매출보다 명랑핫도그 브랜드 홍보 효과가 더 크다”며 “오이핫도그를 통해 브랜드가 알려지며 실제 매장에 찾아오는 고객도 많아졌다”고 뿌듯해했다.

멕시카나 관계자는 “후르츠치킨은 단종 후에도 고객의 꾸준한 재출시 요청이 있었다”며 “달콤라떼치킨 역시 유래 없는 커피맛 치킨으로 출시 전부터 소비자에게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색메뉴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세상에 없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재 곱떡치떡 대표는 “민트초코떡볶이는 브랜드 홍보를 위한 이슈성과 단발성을 노린 아이템”이라며 “민트초코떡볶이를 통해 브랜드의 다른 메뉴도 맛보고 지속적인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민트초코떡볶이는 SNS와 유튜브·블로그 등에서 화제가 되는 등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며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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