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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연 한정식에서 맛본 벌교 꼬막 정식

유년 시절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던 내 기억 속에 꼬막은 할머니의 매우 특별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꼬막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었던 탓인지 할머니는 종종 꼬막을 간장 양념을 얹어 반찬으로 내어주셨는데 당시의 그 맛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전라남도 벌교의 해연 한정식이란 곳에서 벌교 꼬막 정식을 맛보았는데 과거 할머니의 그 간장 양념 맛은 아니었지만 별미를 맛봤단 생각이다.

해연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장좌월곡길 166-27 해연 한정식

솔직히 난 음식 맛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도 없고,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기에 음식 맛을 제대로 구별할 줄 모른다.

내가 음식 맛을 구별하는 방법은 크게 먹을만하다 와 먹기 힘들다로 구분되며 먹기 힘들다고 구분을 해두면 주변 사람 거의 100% 공감을 한다.

하지만 먹을만하다가 명제일 경우 그 해석을 다르게 하는 분들이 많아 내 입맛이 형편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종종 정말 정말 맛있다고 표현하는 경우에는 동의하는 분들이 꽤 되는지라 최상의 표현을 할 때는 그런대로 타인의 입맛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이곳 해연 한정식에서 먹은 벌교 꼬박 정식도 그러하다.

시작은 가지런히 놓인 반찬과 함께 호박죽.

과거 할머니께서 호박죽을 해주시면 절대 수저를 들지 않았다.

지금도 단 음식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유년 시절에서 청소년기까지는 극단적으로 싫어했던 것 같고 그래서인지 호박죽, 단팥죽 등을 매우 싫어하는 음식으로 분류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먹는다.

그리고 야채.

유년 시절엔 나물 반찬과 당근을 엄청 싫어했는데 이젠 잘 먹는다. 그리고 당시에는 샐러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지만 나물 반찬을 잘 먹는 어느 순간부터 샐러드라는 개념을 반가이 수용하고 있다.

세월이 입맛을 변하게 한다는 말을 나에게 적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나 스스로 좋게 말해 경륜이 늘었다 말하고 직설적으로 늙었다 표현하게 된다.

된장찌개에 대한 느낌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는데 과거엔 기름이 뜨는 된장국을 마치 사약처럼 생각해 절대 수저를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나이 먹은 탓일까? 차돌된장찌개 등의 기름 뜨는 된장국도 아주 말 먹는다.

오늘 이곳 해연 한정식에서 먹게 된 벌교 꼬막 정식의 메인 메뉴는 꼬막 비빔밥인가 보다.

솔직히 주문한 메뉴가 벌교 꼬막 정식인지 아닌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의 기억을 추슬러 보면 벌교 꼬막 정식이 맞는 것 같아서 그리 믿고 있다.

꼬막 비빔밥을 적당히 비벼 놓은 뒤 다음으로 벌교 꼬막 까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과거엔 할머니께서 다 해주셨었는데…

주저하는 내 모습을 함께 여행을 온 지인이 눈치채셨는지 나서서 꼬막을 반쪽을 내신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벌교 꼬막.

어찌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중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그 덕분에 벌교 꼬막 정식의 온전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할머니표 양념간장이 없어도 벌교 꼬막은 맛이 좋다는 것을 강하게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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