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게 맛을 알아?”…국내 최초 영상 전시 크랩 파인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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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랩 입구 조명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국내 최초로 미디어아트와 파인다이닝을 결합한 ‘카니랩’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카니랩은 최상급 ‘게’ 요리를 메인 코스로 제공하는 해산물 파인다이닝이다. 카니랩은 신선하다 못해 혁신적인 게 요리를 선보인다.

게 코스 요리를 맛보며 화면 너머로 들어가 바다부터 우주까지 누빌 수 있는 오감 만족 파인다이닝 카니랩을 소개한다.

카니랩 코스 요리

(좌) 카니랩 전채 요리, (우) 참외를 주재료로 쓴 술 / 사진=임수연 여행+ PD

카니랩은 현재 총 15가지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카니랩 코스 요리 메뉴는 주기적으로 제철에 맞춰 변한다.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예약제로만 운영하며 소규모 인원 제한을 두고 있다. 카니랩은 저녁에만 운영하는 식당으로 디너 코스 요리는 매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한다.

국내 최초 미디어 아트 파인다이닝

카니랩 내부 전경 / 사진=임수연 여행+ PD

방문객들은 카니랩에서 코스 요리를 맛보며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음식이 예술이다’ 같은 진부한 표현 따위가 아니다.

카니랩은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식당이다. 레스토랑 한 편에 안개 효과 장치부터 식당 전체에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스피커가 자리 잡고 있다. 영화관 화면보다 더 큰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관람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단순한 식사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 음식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카니랩 미디어 아트 소개

카니랩 내부 전경 / 사진=임수연 여행+ PD

카니랩 미디어 아트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카니랩 미디어 아트 작품 제목은 ‘바다 위의 날씨’다. 이 작품은 ‘인생은 날씨와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카니랩이 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 만큼 바다를 배경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바다 위의 날씨는 ‘새벽, 일출, 폭풍우, 석양, 은하수’ 등 총 5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1. 새벽(Day Break)

미디어 아트 바다 위의 날씨 속 ‘새벽’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첫 번째 코스 요리는 작품 ‘새벽’과 함께 시작한다. 바다 위에 동이 트기 전 수평선 너머의 설렘을 담은 작품이다.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제공하는 ‘페어링’ 서비스를 곁들이면 4종류의 포도주와 일본식 청주인 사케 1종을 맛볼 수 있다. 해산물의 비릿함을 깔끔하게 잡아주며 감초 같은 역할을 하니 애주가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새벽 코스 요리

새벽 코스 요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첫 번째 코스 요리는 쫄깃한 킹크랩구이와 상큼한 골드키위, 천혜향을 번갈아 끼운 꼬치 ‘크랩 야키토리’다. 두 번째 요리는 달걀, 대게 살, 완두콩을 넣어 만든 일본식 달걀찜 ‘차완무시’다. 마지막으로 살이 꽉 찬 킹크랩 집게발을 튀겨 와사비 크림소스를 곁들인 ‘크랩집게’가 나와 감탄을 자아낸다. 자연으로 소풍 가는 콘셉트를 더해 소풍 바구니에 음식을 담아낸다.

2. 일출(Sunrise)

미디어 아트 바다 위의 날씨 속 ‘일출’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두 번째 작품은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오며 떠오르는 맑은 태양을 감상할 수 있는 일출이다.

선글라스를 낀 종업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견디다 못한 종업원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코스마다 새로운 식기를 제공하는 섬세함도 돋보인다. 일출 코스 요리 술 페어링은 꿀사과의 감칠맛을 품고 있는 사케다.

일출 코스 요리

킹크랩 사시미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일출을 바라보며 먹는 코스 요리는 ‘킹크랩 사시미’와 ‘KFC’다. 킹크랩 사시미는 성게 생식소인 우니와 함께 나오며 떠오르는 태양을 연상케 하는 성게 껍질에 담겨 나온다. 비린 맛을 잡아줄 와사비 크림소스, 백목이 버섯 피클, 간장 식초 젤리 등을 함께 낸다.

시크릿 메뉴 KFC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다음으로 소개할 ‘KFC’는 카니랩 비밀 메뉴다. 트럼프 카드를 풍선에 매달아 띄우는데 카드에 이 메뉴의 비밀이 적혀있다. KFC가 무엇의 약자인지 물으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 음식점인 켄터키 프라이드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이라고 답할 것이다. 혹자는 코리안 프라이드치킨(Korean Fried Chicken)을 떠올릴 수도 있다.

(좌) 시크릿 메뉴 KFC 트럼프 카드, (우) 시크릿 메뉴 KFC 풍선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요리는 ‘코리안 프라이드 크랩(Crab)’과 ‘코리안 프라이드 콜리플라워(Cauliflower)’다. 한국인이 친숙한 양념치킨 소스를 게 튀김과 콜리플라워에 덧입혀 반응이 좋은 메뉴다. 카니랩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고 밝힌 음식이니 열심히 음미해 보자.

3. 폭풍우(Wave Storm)

정오가 지나며 화창했던 날씨가 급작스레 끄물끄물하게 변했다. 바다 위의 날씨는 우리 인생처럼 종잡을 수 없다. 먹구름 사이로 천둥과 번개가 내려치며 바다에는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역동적인 작품이다. 종업원은 우비를 입은 채 음식을 내 온 뒤 “폭풍우가 다가오니 비바람을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고 경고한다.

미디어 아트 바다 위의 날씨 속 ‘폭풍우’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폭풍우 코스 요리

종업원은 무서운 폭풍우를 맞닥뜨린 손님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온기 가득한 두 가지 게 요리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게살 만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그릴 크랩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먼저 감태를 넣어 만든 만두피에 게살, 관자, 톳, 돼지감자를 넣어 풍성함을 더한 ‘게살 만두’를 선보인다. 게살 만두는 감칠맛 나는 표고버섯 육수를 부어 만둣국처럼 먹는다.

다음으로는 ‘그릴 크랩’이다. 게 레스토랑에서 대게 구이가 빠지면 섭섭하다. 각기 다른 양념이 발라진 쭉 뻗은 대게 다리 두 개가 나온다. 유자 소스를 뿌려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양념과 매콤한 중국 허브를 이용해 한국인 입맛을 정확히 저격한 양념이다.

4. 석양(Wake Up)

폭풍우가 지나가고 다시 화창해졌나 싶었는데 벌써 해 질 녘이 다가왔다. 바다 위로 저무는 주홍빛 노을을 표현한 작품이다.

미디어 아트 바다 위의 날씨 속 ‘석양’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석양 코스 요리

노을을 보며 먹을 요리는 ‘크랩 타워’다. 게살 위에 우니, 연어알, 튀긴 노른자를 얹어 푸짐함을 자랑한다. 다양한 꽃과 허브로 장식해 정원을 형상화했다.

반숙 노른자가 별미인 크랩 타워/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마지막 메인 요리로는 ‘게살 죽’이 등장한다. 불린 쌀알에 게살과 달걀을 풀어 눅진한 풍미가 일품이다. 게 내장과 김 가루를 가미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상큼한 참외 피클이 곁들임 메뉴로 나온다.

게살 죽과 참외 피클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5. 은하수(Milky Way)

카니랩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관람객을 초대해 마지막 요리를 대접한다.

이 작품은 관람객을 ‘나의 이름은 이미 창조의 계획 속에 있었다’는 숭고한 진리로 이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은 우주의 탄생을 지켜보며 3종류의 달콤한 후식을 맛볼 수 있다.

(좌) 해저, (중) 창조의 노래, (우) 스펙트럼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신비로운해저를 표현한 크림을 차갑게 얼려서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쑥, 박하, 블랙 올리브가 주재료라 입안에 시원한 상쾌함이 감돈다. 두 번째 후식은 창조의 노래다. 딸기와 체리를 깔고 장미와 허브 잎을 얹은 부드러운 케이크다. 토마토로 만든 세 가지 후식 ‘스펙트럼’을 끝으로 미식 예술 기행이 막을 내린다.

미디어 아트 시작과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카니랩 내부 전경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마지막에는 셰프를 포함한 카니랩 전 직원이 나와 방문한 모든 고객과 잔을 부딪치는 특별한 시간이 준비돼 있다.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나와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커튼콜(Curtain call)이나 다름없다.

이재혁 카니랩 대표는

거창한 것 말고 작은 호기심만 품고 카니랩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찾아주시는 모든 분께 카니랩이 예상치 못한 순간을 선물해 드리겠다

며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글=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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