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뭘 볼까] 타인에게서 ‘나’를 보다..영화 ‘오후 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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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홀리가든
사진제공=홀리가든

◆오늘, 볼 만한 작품을 추천합니다.

감독 : 송정우 / 출연 : 오달수, 장영남, 김홍파 등 / 제작 : HS(주), / 배급 : 홀리가든 / 상영시간 : 111분 / 관람등급 : 12세이상관람가 / 개봉 : 10월23일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서야 이를 엿볼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불행한 일이다. 더욱이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타인의 얼굴에서 또 다른 ‘나’를 봐야 한다는 건, 몹시도 공포스러울지 모른다.

왜냐고? 그때 가서야 ‘나’의 위선과 ‘나’의 이중성과, 아니 그 이전에 ‘나’로서 지녔다고 생각해온 모든 ‘나’를 부정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대학에서 막 은퇴한 정인(오달수)은 아내 현숙(장영남)과 함께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향한다. 한적함 속에서 부부는 이웃과도 좋은 교분을 갖길 원한다. “편하실 때 한 번 들르셔서 따뜻한 차 한 잔 나누시죠”라는 메모를 의사가 산다는 이웃집에 남긴다.

이들의 말대로 이웃 남자 육남(김홍파)가 찾아온다. 오후 네 시이다. 하지만 육남은 별 말이 없다. 부부의 소소한 물음에 퉁명스럽게 단답형의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육남은 ‘오후 네 시’면 어김없이 정인과 현숙의 집을 찾고 마치 자신이 주인인 양 소파를 차지한다. 계속되는 육남의 퉁명스러움. 오후 6시면 또 어김없이 나가버리는 육남으로부터 부부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 속으로 조금씩 빠져든다.

과연 육남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의 어김없는 방문과 태도는 무엇 때문일까.

영화는 육남과 두 부부가 ‘오후 네 시’면 겪어야 하는,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미스터리한 공포 속에 다양한 암시와 복선을 깔아놓는다. 그 위에서 드러나는 세 사람의 실제 모습.

그때 맞닥뜨리는 또 다른 ‘나’의 모습, 아니 그렇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확인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이야기가 의도한 바, 사람의 본성에 관해 묻고 또 묻는다.

연기력이야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의 면면. 오달수, 장영남, 김홍파가 채워가는 새로운 이야기의 밀도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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