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계 독일인 사진작가 슈테판 기프탈러는 건축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숨은 공간의 매력을 발굴하고 세상의 신비로운 이면을 포착하는 마법 같은 세계로 안내한다.
카메라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아버지의 카메라 중 하나였다. 독일인 아버지는 1960년대에 출시된 멋진 35mm 카메라를 몇 대 가지고 있었다. 그중 허리 높이의 파인더가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내게 마법 같았다. 조도계가 없어 스스로 조도를 읽고 렌즈를 설정하는 과정은 실험에 가까웠다.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도 그때였나
열여섯 살 친한 친구에게 암실 장비를 선물받았다. 처음에는 사용법을 몰라 흑백사진을 인화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암실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붉은빛 아래 화학약품이 든 욕조 속에서 살아나는 이미지를 목격하는 일은 정말 짜릿했다. 그때 사진에 빠져들었다.
역사적인 장소부터 개인 집 그리고 소소한 길거리 풍경까지 다양한 이탈리아의 모습을 기록해 왔다. 당신이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나는 사진을 통해 일상의 풍경을 관찰한다. 일상에는 인간이 현실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현실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허구보다 더 신비로울 때가 있다. 그리고 기쁨과 슬픔, 비밀이 담겨 누군가의 지난 삶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에 매력을 느낀다. ‘카사 몰리노(Casa Mollino)’ ‘카사 포르나세티(Casa Fornasetti)’처럼 위대한 예술가들이 짓고 장식한 곳이 오늘날까지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밀란의 정비소나 차고, 아드리안 해안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오래된 호텔 등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일 수도 있다.
건축가 카를로 몰리노(Carlo Mollino)가 설계한 ‘카사 몰리노’, 예술가 피에로 포르나세티(Piero Fornasetti)에 이어 그의 아들 바르나바 포르나세티(Barnaba Fornasetti)가 살고 있는 ‘카사 포르나세티’에서 어떤 삶의 흔적을 발견했는가
위대한 예술가가 살았던 또는 여전히 살고 있는 집은 늘 강렬한 인상을 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공간에 배치된 물건과 가구 등 모든 것이 집주인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카사 포르나세티’에서는 포르나세티 가문의 업적을, ‘카사 몰리노’는 위대한 예술가이자 건축가가 만든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몰리노가 디자인하고 선택한 모든 가구가 공간에 정밀하게 배치돼 있다. 마치 그가 조심스럽게 움직여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았다.
무채색 건물 속에서 형형색색의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입구, 모두에게 개방된 공공장소의 내밀한 구조 등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장면을 담는다. 피사체를 탐색하는 방법은
천천히 걷는 것, 어떤 장소를 알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 개인적인 방법이다. 여행 할 때,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밀란에서도 천천히 걷는 걸 좋아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기 냄새를 맡고…. 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 대신 지방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파트너와 함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을 돌았다. 지역마다 방언이나 음식 등 크고 작은 차이가 꽤 흥미로웠다. 거창한 무엇보다 작은 디테일이 내 마음을 열게 만든다. 속도를 늦추고 사소한 일상에 집중해 보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재발견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당신이 포착한 풍경을 보면 이탈리아의 숨겨진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이탈리아는 과거 다양한 문화로부터 정복됐고, 오늘날에도 여러 문화적 층위가 눈에 띈다. 북쪽과 남쪽의 차이만 봐도 독특한 걸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미각을 깨우는 음식과 디저트, 와인 그리고 건축, 미술사, 패션, 디자인 등 사람들이 만든 모든 것이 예술 작품 수준이다.
당신의 사진 인생에서 영감을 준 대상이 있는가
루이지 기리(Luigi Ghirri), 조반니 키아라몬테(Giovanni Chiaramonte),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등 일상에 초점을 맞춰 현대 풍경을 바라본 사진가나 예술가 세대와 연결돼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 프랑코 바티아토(Franco Battiato) 등 문학이나 음악 같은 예술적 수단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사진에 관한 당신의 단상을 들려준다면
사진은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다. 누군가의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보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판단, 기대, 의견을 배제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깨끗한 내면은 항상 주어지거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를 취하다 보면 내 시각과 마음이 열려 있는지, 여전히 방해가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내면이 열려 있을 때 흥미로운 광경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어쩌면 항상 우리 앞에 있는데 볼 수 없었던 문제일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지금 당장 집에서 나가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걸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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