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부분의 영웅 이야기는 고귀한 혈통을 가지고 그로 인한 비범한 능력을 발현해 역경과 시련을 딛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구원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로 그려졌다. 18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은 그러한 틀에서 벗어난 ‘조금 다른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2019년 실사로 탄생한 ‘라이온 킹’의 속편으로 심바의 아버지이자 동물의 왕국 프라이드 랜드의 왕 무파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져 고난을 겪지만 동료들의 조력으로 새 가족을 일구고 동물의 왕으로 거듭나는 무파사의 성장이야기이다.
영화는 심바와 날라의 딸 키아라에게 할아버지 무파사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지혜로운 맨드릴개코원숭이 라피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라이온 킹’이 삼촌 스카에게 빼앗긴 왕권을 되찾는 심바의 여정을 그렸다면, ‘무파사: 라이온 킹’은 무파사의 성장과 함께, 무파사와 스카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이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다. 어린 시절의 무파사는 가족과 길을 잃은 떠돌이로, 스카는 타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자 무리를 이끌게 될 왕의 후계자로 그려진다. 이번 작품에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였던 무파사와 스카가 어떤 이유로 틀어져 관계의 파국을 맞게 되는지가 밝혀진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떠돌이였지만 동물의 왕으로 거듭나는 무파사와, 고귀한 혈통을 지녔지만 동료를 배신하고 적으로 돌아선 스카, 두 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운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영웅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재능과 노력, 타인의 인정과 조력으로 왕의 운명을 쟁취하는 무파사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무파사: 라이온 킹’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지점은 가족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이다. 무파사는 급류에 휩쓸려 본래의 가족을 잃지만 스카와 스카의 어머니 에셰를 새 가족으로 얻는다. 이후에도 외부자 무리의 추격을 피해 새 터전을 찾아 나선 길에서 암사자 사라비와 코뿔새 자주, 라피키 등을 만나며 계속해서 새 가족을 일궈간다. 이들의 모습은 혈연 관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가족을 이루고 있는 현대의 모습을 비춘다.
이번 영화는 ‘라이온 킹’을 연출한 존 파브로 감독이 아닌 배리 젠킨스 감독이 연출했다. 2017년 ‘문 라이트’로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을 이끈 감독이다. 그는 ‘문 라이트’에서 결손가정에서 자란 한 흑인 남성의 고통스럽고 치열한 자아 찾기 과정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 등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해냈다.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 실사영화이지만 감독의 현실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이번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무파사: 라이온 킹’의 기반이 된 ‘라이온 킹’은 글로벌 매출 16억6000만 달러(2조3886억원)로 디즈니 실사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라 있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디즈니 실사영화 중에서도 상징적인 작품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최근 하락의 길을 걷고 있는 디즈니 실사영화의 해결사 역할을 해낼지 관심을 모은다.
감독: 배리 젠킨스 / 출연 : 아론 피에르, 켈빈 해리슨 주니어, 존 카니, 세스 로건, 빌리 아이크너, 도널드 글로버, 매즈 미켈슨, 탠디 뉴튼, 블루 아이비 카터, 비욘세 외 / 수입·배급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장르 : 애니메이션 실사 / 개봉일: 12월18일/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 러닝타임: 118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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