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중요성, 낮 동안 쌓인 몸 속 노폐물 청소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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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잠을 줄이는 것이 ‘근면과 성실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당오락’이라는 말을 듣는 일이 종종 있었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라는 의미로, 수험생들이 잠을 줄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늦게 잠들거나 일찍 일어나는 방식으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본받아야 할 자세로 여기기도 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인식이 바뀌었다. 과거에 비하면 ‘잠을 줄여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어졌다. 수면이 신체와 정신의 회복, 나아가 건강 유지에 필수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된 덕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잠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있다. 개인의 선택으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군가는 수면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삶의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잠을 줄여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수면의 중요성, ‘폐기물 처리’

우리 몸에서 자기자신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을 가리켜 ‘신진대사’라 부른다. 몸을 움직이고,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의식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호흡, 소화, 에너지 공급, 물질 교환, 배출 등의 작용이 모두 포함된다.

신진대사의 ‘대사(代謝, metabolism)’라는 말에는 ‘변환’과 ‘교환’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떤 물질이나 성분을 합치거나 분해하거나 서로 교환함으로써 성질을 바꾸고, 그 결과로 몸이라는 기관이자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에는 ‘폐기물’이 나온다. 인간의 몸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 현장이나 사무실에서 ‘버려야 할 것’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듯, 인간의 몸에서도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무수한 노폐물과 독소가 발생한다. 어떤 것들은 땀이나 배변 등을 통해 일정 간격으로 배출되지만, 또 어떤 것들은 그런 식으로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기도 한다.

배출되지 않은 노폐물과 독소 등은 깨어있는 동안에는 제대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폐기물이 계속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들을 치우고 비워내는 데도 에너지를 할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노폐물이 쌓여도 버틸 수 있지만, 상한선을 초과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수면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잠자는 시간은 '뇌를 청소하는 시간'과 같다 / Designed by Freepik
잠자는 시간은 ‘뇌를 청소하는 시간’과 같다 / Designed by Freepik

수면 시간 = ‘집중 청소 시간’

깨어있는 동안 우리는 음식을 먹고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와 질소 노폐물이다.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며, 이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작업이므로 우선 배제하기로 한다. 질소 노폐물의 경우, 단백질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며, 간에서 처리된 후 신장을 통해 한 번 더 여과된 다음 배출된다.

이밖에 체내 곳곳의 세포들이 대사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 성분들을 만들어낸다. 이들 중 어떤 것들은 양이 적을 때 별 문제가 되지 않다가, 많은 양이 쌓이면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있다. 고강도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젖산이나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대표적이다.

한편, 뇌가 작동하는 데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사용된다. 이들 중 일부는 분해 과정에서 독소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데노신’의 경우, 세포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삼인산(ATP)’의 최종 산물로 생겨난다. 이는 뇌의 신경 세포(뉴런)들에 작용해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노폐물과 독성 유발 물질들은 수면을 취하는 과정에서 처리된다. 특히 뇌는 무수히 많은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므로 그만큼 다양한 노폐물이 많이 쌓인다. 하지만 뇌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람이 북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대에 건물 청소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뇌의 신경 세포들이 바쁘게 일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수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 척수액이 더 여유로워진 공간을 돌아다니며 노폐물을 원활하게 청소할 수 있다. 수거된 노폐물은 혈액을 통해 배출된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단백질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

이와 비슷한 작용이 몸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혈액을 걸러내는 신장, 그리고 해독 작용을 하는 간이 대표적이다. 면역 시스템의 일부인 림프계 역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제약이 걸렸던 낮 시간대의 활동과 달리, 수면 중에는 활발하게 움직이며 노폐물을 집중적으로 청소하는 것이다.

수면 시간, 수면의 질 모두 중요

수면 부족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수면 시간 자체의 부족’이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어떤 활동을 하든 뇌가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잠들어 있을 때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크며, 그만큼 많은 노폐물이 만들어진다. 

또한, 깨어있는 동안에는 뇌 척수액이 돌아다닐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폐물 제거보다 축적이 빠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아데노신과 같은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계속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축적된 노폐물은 몸 곳곳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 염증 발생 부위를 처리하기 위해 면역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되므로, 전반적인 면역력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잠 부족이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의 대응 능력까지 약화시키는 것이다.

수면 부족의 다른 한 형태는 ‘수면의 질 저하’다. 시간 측면에서는 충분히 잠을 자더라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깊게 잠드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렘(REM) 수면이 부족한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깊은 수면의 중요성은 또 있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는 성장 호르몬(GH)이 분비돼 세포의 재생과 회복을 촉진한다. 즉, 깊게 잠든 시간이 부족할 경우 세포의 재생 및 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편, 렘 수면이 부족한 경우는 뇌 척수액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을 초래한다. 

수면 부족이 만성이 되면 일상 생활의 지장부터 시작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 Designed by Freepik
수면 부족이 만성이 되면 일상 생활의 지장부터 시작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 Designed by Freepik

많이 자도 피곤하다면? 단계별 점검 필요

수면 시간의 부족은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수면의 질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면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잠자리의 환경이 깊게 잠드는 데 부족함이 없는지 점검해보는 것이다. 

침실에서는 색온도가 높은 백색등이나 주광색 전등 대신 전구색 전등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따뜻한 느낌의 전구색 불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잠들기로 정한 시간 10분 전에는 전등을 끄고 잠을 청하는 편이 좋다. 개인적 이유로 너무 어두운 것이 꺼려진다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을 사용해 불빛을 약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깊은 수면을 위해서는 소음 차단과 빛 차단도 중요하다. 만약 방 위치나 주거 구조, 주변 환경 등의 문제로 소음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가장 간단하게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이니 귀를 통째로 덮는 형태의 제품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외부 빛 차단은 블라인드나 암막 커튼을 사용하면 된다.

수면 환경 개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지는 않은지,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저녁 시간에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해본다. 

스트레스도 중요하다. 어떤 사건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일시적으로 잠을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만성 불안 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면 무호흡증 등의 문제라면 수면 클리닉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깊은 수면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차일피일 미루다 눈덩이처럼 커지기 쉽다. 만약 침대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늘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면, 위 내용에 따라 단계적으로 꼼꼼한 점검을 해보길 바란다. 수면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수면의 질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 Designed by Freepik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수면의 질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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