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 수는 약 104만 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자신의 우울증 여부를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 또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치료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의학적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울증이 퍼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체 활동’이다. 우울증과 활동량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본다.
우울증 위험, 걸음 수와 관계 있다
정신건강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영역이다. 수많은 국가가 사회적인 우울증 확산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통해 국민들의 신체 활동량을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정신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바 있다.
같은 주제로 진행됐던 국제 연구 33개의 결과를 종합한 메타 연구가 지난 12월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발표된 바 있다. 모든 연령대에 걸쳐 약 9만6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종합 결과다.
이 메타 연구에 따르면 하루 5,000 걸음 이상을 걸었을 때 상대적으로 우울증 증상이 적게 나타났다. 또한, 하루 7,500 걸음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우울증 유병률이 약 42%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모든 대상자 중에서 우울증이 없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대 7년에 걸친 추적 연구를 추가로 실시했다. 그 결과 매일 7,000 걸음 이상을 걸은 사람들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31% 낮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 대조했을 때 ‘적당한 수준의 신체 활동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는 동일한 결론을 가리킨다.
신체 활동 부족하면 우울증 부른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81%, 성인의 31%가 일일 권장 활동량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은 약 30~50%, 성인은 약 30~40%가 평균 이하의 활동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 수로 하루 약 6,000~8,000 걸음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통계다.
음식의 풍요로움은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신체 활동을 평균 이하로 하는 비율도 덩달아 늘었다. 이는 비만을 비롯한 각종 대사 질환 등 신체적 건강 문제가 늘어나는 추세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신체 활동의 부족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뇌는 운동을 통해 엔도르핀, 세로토닌 같은 물질을 분비한다. 이들은 우울 증상과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들이다. 즉, 움직임이 부족하면 그만큼 우울이나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울증의 경우, 한 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움직이고자 하는 의욕을 더 잃게 만든다. 즉, 우울 증상이 발현되는 어느 기점을 넘어서면 신체 활동이 더욱 줄어드는 경향이 생기며 우울증이 더 심해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울증 예방법, 매일 걸음 수 세기
스마트폰, 또는 스마트 워치만 있으면 된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에도 걸음 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리워드 방식으로 걸음 수마다 포인트나 보상을 주는 앱도 다양하다.
매일의 걸음 수를 세고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은 소소한 성취감을 제공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최근 며칠의 걸음 수 기록을 통해, ‘연속 기록을 이어가보자’라는 동기부여를 해주기 때문이다.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인 방법이다.
2011년에 수행됐던 한 연구에 따르면 걸음 수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권장 활동량을 충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걸음 수를 정하고, 그것만 채우게끔 하면 된다. 이미 십수 년 전에 입증된 방법이므로 믿고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에 수행돼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됐던 서로 다른 연구에서도, 걸음 수 측정이 가능한 상태에서 걷게 되면 평균적으로 더 많이 걷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의욕 저하의 늪에 빠지기 전에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두툼한 외투를 걸쳐 입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워치를 준비한 다음, 그냥 나가서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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