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부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까지, 여기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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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BACK HOME

2025 봄/여름 레디 투 웨어 쇼에 이어 오트 쿠튀르 컬렉션 역시 다시 그랑 팔레로 돌아왔다. 샤넬의 상징과도 같은 그랑 팔레에는 거대한 더블 C 모양의 무대가 게스트를 압도했고, 미끄럼틀처럼 리드미컬한 런웨이 속에서 50가지 컬렉션이 춤추듯 등장했다. 다채로운 컬러로 낮과 밤을 표현하는 한편 가까이에서 보면 더욱 감동적인 트위드 수트의 다양한 변주까지. 이러니 샤넬을 좋아할 수밖에.

고티에의 옆자리는 누구?

매 시즌 바뀌는 객원 디자이너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장 폴 고티에의 쇼. 루도빅 생 세르냉이 해석하는 컬렉션도 흥미로웠지만, 장 폴 고티에의 옆자리를 차지한 제니의 프런트 장면 또한 압도적! 샤넬 쇼장에선 깃털 가운을 입은 여신이었는데, 장 폴 고티에의 쇼장엔 스킨 컬러 드레스를 입고 신비롭고 관능적인 모습으로 등장했으니 쇼장을 뒤집어놓은 건 당연지사.

우리 오래 함께해요

화제작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데미 무어의 첫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룩에 함께했던 샴페인 컬러 드레스 룩을 기억하는가. 그녀의 필모그래피 한쪽을 장식한 금빛 추억과 함께했기 때문일까.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 20주년 쇼에 참석해 시선을 모았다. 시대와 세계를 가로지르는 노장의 절제된 우아함을 지켜보는 여배우, 그걸 지켜보는 관객들의 애정 어린 공기.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 20주년 쇼 분위기는 그랬다.

MASK GIRLS

가리면 가릴수록 눈이 가는 마스크 걸.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마스크로 신비로운 쿠튀리에의 면모를 선사한 이들. 발렌티노, 가우라브 굽타 그리고 조르주 호베이카와 미스 소희까지. 눈이 가요, 눈이 가!

디테일이 미쳤어요

쿠튀르를 만끽하는 또 다른 방법! 가까이서 보면 두 배로 감동적인 디테일 싸움을 지켜보는 일! 장인의 손길이 한 땀 한 땀 느껴지는 레이스와 자수, 진주 장식, 자개, 깃털 그리고 화려하고 진귀한 보석으로 감싼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거다. 예술과 기술의 ‘착붙’ 만남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달까.

HOT DEBUT!

노련한 장인들의 어마어마한 컬렉션도 굴하지 않는 신인들의 등장! 첫 쿠튀르 데뷔 무대를 칼 라거펠트의 전 소유지인 호텔 포초 디 보르고(Pozzo di Borgo)에서 선보인 미스 소희는 자개 장식과 가체 모양의 헤드피스, 자수 등을 이용해 동서양의 무드를 절묘하게 결합했으며, 제로웨이스트 패션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신예 케빈 제르마니에의 쇼는 이번 오트 쿠튀르 컬렉션 위크의 기대주 중 하나였다. 결과는? ‘좋아요’ 100개쯤?!

굽타의 사연

가우라브 굽타의 인비테이션은 묵직한 싱잉볼이었다. 흔히 명상이나 종교적 수행을 행할 때 사용하는 그것이다. 지난 시즌 고향 델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작업실을 잃고 파리 오트 쿠튀르 쇼까지 취소되는 악재를 겪은 그. 그래서일까, 이번 시즌 컬렉션은 화재로 인해 굽타와 그의 파트너 나브키랏 소디가 입은 상처와 치유 과정, 영적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특히 나브키랏 소디는 맨발로 등장해 자신의 경험담을 시로 읊으며 쇼의 시작을 알렸고. 쇼는 더없이 신성하고 아름다운 컬렉션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선물인가요

커다란 선물과도 같은 쿠튀르식 리본에 미소가 지어진다. 익히 봐온 리본 장식이지만 이것이 커다란 드레스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허리를 커다랗게 감싸는 리본은 러블리 그 자체! 어깨 위로 호방하게 올린 빅터 앤 롤프나 1920~1930년대의 리본에서 영감을 받은 스키아파렐리의 룩은 아방가르드한 면모까지 갖췄다. 리본은 그렇게 경이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물이 됐다.

둥글게 둥글게

통!통!통! 귀엽게 말아 올린 드레스의 향연들. 굴려봐도 될까요?

브라보! 미켈레!

그 역시 쿠튀르 컬렉션은 처음이다. 파리의 전 증권거래소 브롱냐르 궁에서 열린 알레산드로 미켈레식의 발렌티노 쿠튀르 쇼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자리에는 200쪽 분량의 쇼 노트가 놓여 있었다. 그답다. 하고 싶은 말이 이토록 많았나 보다. ‘베르티지누: 목록의 예술(Vertigineux: A Poetics of the List)’이라는 주제는 ‘현기증을 일으키는,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이라는 의미로 암흑 같은 런웨이를 거대 LED 화면으로 가득 채웠고, 그곳에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생각한 48벌의 드레스와 그것들을 위한 거대한 ‘목록’이 쉴 틈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잠깐 정신이 나갈 만큼 혼미했다. 맞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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