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은 쌓여만 가는데”,”이 돈 어디에 쓰지” .. 경기 침체 속 커지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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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 유동성은 사상 최대
투자도 소비도 막힌 채 현금만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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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돈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이렇게 경기는 안 좋은가요?”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시중 통화량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4년 12월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광의통화(M2) 잔액은 4183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전월 대비 40조 5000억 원 증가하며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M2는 현금과 단기 예금을 포함한 통화 지표로, 일반적으로 시장에 풀린 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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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이 자금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수시 입출식 저축성 예금이 18조 6000억 원 증가해 전체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기업의 통화량도 31조 5000억 원 늘었지만, 이는 투자보다는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는 “통화량이 증가해도 기업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제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도 ‘거래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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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자금이 자산 시장으로도 유입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에서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3067곳이었지만, 같은 기간 폐업은 3772곳, 휴업은 332곳에 달했다.

휴·폐업을 합치면 4054곳으로, 신규 개업보다 1000곳 가까이 많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택 매매 거래량도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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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주택 거래량은 16만 9627건으로,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26만 4334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공인중개업소 폐업이 늘어난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면서 중개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로 주택뿐 아니라 상가, 토지 거래도 얼어붙었다”며 “투자 심리가 바닥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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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를 해소하려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국내 상황에 대한 해외 시각’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금융사들은 한국의 정치 불안정이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재판이 몇 달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선거까지 60일이 걸린다”며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심리 위축과 실업률 증가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어렵다”며 “한은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경우 원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와 기업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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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4000조 원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산업 정책과 재정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인 유인을 제공하고, 소비 심리를 회복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주체들의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가 확실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돈맥경화’를 풀 수 있는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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