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中 추격까지..셈법 복잡해진 韓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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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최소 25%

미국 생산량 늘려도 관세 영향권…셈법 복잡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생존 전략 시급해”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주석이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G20정상회의에서 회동한 모습.ⓒAP/뉴시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보조금 재협상’ 카드에 더해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패권을 거머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셈법이 복잡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카드가 이르면 내달 중 현실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있었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4월 2일께 관세 관련 발표가 예상됐지만, 그보다 더 이른 시점의 발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관세는 최소 25%이며 이후 1년에 걸쳐 인상될 수 있다.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지만, 문제는 양사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공장이 아니란 데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설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이 마저도 실리콘 원판(웨이퍼) 등은 수입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으로, 완전한 관세 회피는 불가능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메모리 공장을 새로 짓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데다, 완공까지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대부분의 메모리 생산을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어 추가적인 공장 건설은 자칫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발 리스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 제정된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주기로 한 보조금과 관련해 재협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기로 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전액 또는 일부만 받거나, 아예 수령하지 못할 수 있다.

중국의 추격도 골칫거리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D램에 이어 기술 난이도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을 목전에 뒀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다. CXMT는 2세대 HBM 제품인 HBM2 생산을 위해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HBM2 제품 규격이 표준화돼 있어 CXMT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번 성공하면 이후부터는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면서 “이미 초입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중국의 HBM은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은 지난해 기준 중국은 첨단 패키징을 제외한 모든 기술 분야 기초역량이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으며 한국이 강점을 둔 메모리 기술에서도 중국이 기초 역량 부문은 추월했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시장이 일본과 중국의 부상, 미국의 제재, 동남아시아의 급성장 등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작은 점 등을 지적하며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이중고’ ‘삼중고’에 처한 상황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은 미국대로 위협을 퍼붓고 있고,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미 D램 시장에서 적지않은 중국산 물량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미국발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생산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의 마음을 사는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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