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공모펀드 직상장…대형사·중소형 운용사 모두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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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ETF와 같은 경쟁 과열 우려

중소형사도 500억 ‘허들’에 참여 제한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오는 2분기 공모펀드 직상장을 앞두고 운용업계에서는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사들은 현재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치열한 경쟁 구도가 나타날 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운용사는 펀드 설정액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되면서 해당 제도에서 아예 소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모펀드 직상장 시행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자금 유입 등 긍정적 효과보다 ‘높은 허들’, 과열 경쟁 가능성 등에 따른 차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공모펀드 직상장은 공모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매매 편의를 높이고 판매 수수료를 줄여 그동안 위축됐던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작년 말 34곳(자산운용사 24곳·증권사 3곳·신탁업자 6곳·한국거래소)을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로 지정했으며 올해 1분기 거래소와 예탁원 시스템 개편 등을 거쳐 올해 2분기 상장 공모펀드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다. 대형사의 경우 현재 ETF 시장 내에서 치열한 점유율 다툼으로 인한 ‘출혈경쟁’이 지속 중인 가운데 공모펀드도 직상장 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최근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3사는 미국 대표지수 2종 ETF에 관한 보수를 연이어 내렸다. 미래에셋운용이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 나스닥100’에 대한 보수를 0.0068%로 인하하며 업계 최저 보수를 발효했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이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 나스닥100’ 보수를 미래에셋보다 낮은 0.0062%로 인하, KB자산운용은 기존보다 절반을 인하한 0.0047%의 보수를 내걸며 업계 최저 보수 타이틀 경쟁이 벌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모펀드가 뚜렷한 규제 없이 시장에 상장될 경우 ETF와 비슷한 경쟁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좋은 상품이나 수익률 경쟁 대신 수수료만 내리는 ‘출혈 경쟁’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당 현상이 심화되면 ETF에 비해 수수료가 높다는 공모펀드의 장점도 퇴색되는 셈이다.

중소형 운용사들 또한 당국이 공모펀드 직상장 기준을 설정액 500억원 이상만 허용하면서 참여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펀드 직상장 샌드박스에 속한 24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13개사는 자산 규모가 500억 원이 넘는 펀드 수가 10개 미만이다. 특히 더제이자산운용, 스팍스자산운용 등 단 한 개도 없는 곳도 있다.

당초 중소형 운용사들은 경쟁이 치열한 ETF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공모펀드의 경우 운용역 역량을 더 반영할 수 있어 높은 수익률 등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기대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규모를 제한하면서 공모펀드를 활성화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일부 대형 운용사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ETF에 이어 공모펀드도 대형사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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