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이 자신을 놓아두는 법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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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가의 요청 중 하나가 ‘최대한 끼를 부려달라’였는데요

시키는 대로 정말 열심히 따랐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웃음).

그만큼 이준혁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요즘 들어 더욱 크게 느껴지지 않나요

다음 작품 촬영이 시작된 터라 스마트폰도 잘 터지지 않는 세트에 갇혀 있다시피 해요. 연기하고 암기하면서요. 다만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 저보다 스태프나 주변에서 좋아하는데, 저는 늘 “설레발 치지 마”라고 하죠(웃음). 그럴 땐 작품이 좀 잘됐나 보다 해요.

수트 재킷과 로고 드레이핑 셔츠, 수트 팬츠, 첼시 부츠, 뉴 라지 퍼즐 백은 모두 Loewe.

수트 재킷과 로고 드레이핑 셔츠, 수트 팬츠, 첼시 부츠, 뉴 라지 퍼즐 백은 모두 Loewe.

조금이 아닌 ‘꽤’ 잘된 〈나의 완벽한 비서〉가 막을 내렸습니다. 참으로 ‘멜로 얼굴’인데, 본격적인 로맨스는 이번이 처음이더군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하하, 글쎄요. 요즘 멜로 장르를 하고 싶어 하는 후배가 많아서 신기해요. 제가 어릴 때는 다들 장르물에 대한 갈망이 더 강했거든요. 송강호 선배나 최민식 선배를 보며 배우를 꿈꿔온 저 역시도 그랬고요. 마흔 살에는 저도 낙지를 삼킬 줄 알았는데… 오늘처럼 꽃을 물거나 들게 될 줄은 몰랐죠.

폴로 셔츠와 팬츠, 벨트는 모두 Loewe.

폴로 셔츠와 팬츠, 벨트는 모두 Loewe.

심지어 두 송이나 들었는데요

그러니까요(웃음). 전에는 스스로 멜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래서 캐스팅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직접 멜로를 연기해 보며 느낀 건 멜로도 여느 장르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스릴러에서도 시청자에게 소구해야 하는 정확한 포인트가 존재하고, 멜로 역시 마찬가지죠. 다만 그 포인트에서 시체가 나오느냐, 키스 신이 나오느냐의 차이일 뿐. 시청해 주시는 대상이 누구인지가 중요할 뿐 연기하며 가는 길은 비슷한 것 같아요.

트렌치코트와 로고 탱크톱은 모두 Loewe.

트렌치코트와 로고 탱크톱은 모두 Loewe.

말끔한 수트를 입고 처음 은호가 돼 카메라 앞에 선 순간을 기억하나요

당시 작품 세 개를 거의 동시에 촬영하던 터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첫 촬영이 아마 은호가 직장에서 해고될 위기에 놓인 장면 같은데, 은호의 리듬을 찾으려고 꽤 분주했던 날이었어요.

‘리듬’이라면…

어떤 템포로 인물에 접근해야 할지 중요하게 봐요. 대사에 관한 얘기는 아니고요. 예컨대 전작 〈좋거나 나쁜 동재〉의 동재에게는 음색이 중요했고, 은호에게는 몽타주 식의 장면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지문에 없는 동선이나 후반에 음악이 붙었을 때 사람의 분위기 같은 것이 중요했죠. 은호는 과장되면 굉장히 불편할 수 있는 캐릭터라 제 자연의 소리를 최대한 써보려고 했어요.

롱 코트와 팬츠, 첼시 부츠는 모두 Loewe.

롱 코트와 팬츠, 첼시 부츠는 모두 Loewe.

자연의 소리라…. 예쁜 표현이네요

그런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워낙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을 연기해 왔으니까. 아무래도 제 목소리와 가장 근접하게 표현된 인물이 은호 아닌가 싶어요.

캐시미어 스웨터와 플라멩코 로고 토트백은 모두 Loewe.

캐시미어 스웨터와 플라멩코 로고 토트백은 모두 Loewe.

은호는 여러 방면으로 잘 챙겨주는 남자였어요. 실제 이준혁도 잘 챙겨주는 편인가요? 집안일이나 정리정돈을 은호만큼 할 수 있는지

은호만큼 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요(웃음). 사실 처음에는 은호와 제가 닮은 점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속 인물은 저마다 특정 면모가 극대화된 상태이니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접점이 없다는 상태로 접근하거든요. 지금 돌이켜보면 주변 사람을 신경 쓰고 챙기려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아요. 성격상 현장 분위기가 굳는 것도 싫고, 문제가 있으면 빨리 도움을 주려는 면은 제게도 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촬영 내내 그런 다정함이 잔뜩 느껴졌어요. 한지민 배우와의 호흡도 그런 결이었습니다. 두 배우의 선한 눈을 보고 있으면 치유되는 부분이 분명하게 있었달까요. 현장에서 서로 많이 나눈 대화는

멜로 장르다 보니 텍스트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두 배우의 감정선이 어떻게 튈지 모르는 부분이 생겨요. 순간순간 현장에서 함께 아이디어를 내가며 그 공기를 좀 더 풍성하게 채우려는 노력을 함께 했던 것 같아요. 지민 씨와는 그런 대화를 많이 나눴죠.

체크 셔츠와 드레이프 팬츠는 모두 Loewe.

체크 셔츠와 드레이프 팬츠는 모두 Loewe.

수트를 정말 다양하게 입어본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해요. 은호의 수트는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전작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꽤 ‘벌크업’한 모습이었다면 은호는 강해 보이기보다 맵시가 좋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데 집중했어요. 진짜 회사원 같은 느낌을 내는 게 중요했거든요.

‘이준혁이 자신을 놓아두는 법 Part 1’ 인터뷰는 ‘이준혁이 자신을 놓아두는 법 Part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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