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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프랑스 방돔광장, 세계적 주얼리 디자이너들에게 자연은 영원한 뮤즈였다. 이는 부쉐론 창립자 프레데릭 부쉐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다른 비전을 품었던 그가 사랑한 자연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자연이었다. 바람에 휘어진 꽃이나 완전히 피지 않은 꽃 혹은 이미 시들어버린 꽃처럼 인위적인 장식이나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동시대 주얼리 디자이너들은 고귀한 꽃이나 위엄 넘치는 동물을 선호한 반면 그는 네 잎 클로버와 데이지, 들장미, 엉겅퀴 같은 식물과 함께 나비, 딱정벌레, 잠자리 등 다양한 곤충을 선보였다. 그가 첫 매장을 연 파리 팔레 루아얄의 아이비 덩굴도 디자인 소재가 됐다. 2025년, 부쉐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색다른 관점에서 자연에 대한 독특한 비전을 제시하며 헌사를 보냈다.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이스뚜아 드 스틸(Histoire de Style)’의 주제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Untamed Nature)’. 하이 주얼리 식물 표본실을 보는 듯한 28피스의 작품은 인간의 우아함과 자연의 무한한 창조성 사이에서 섬세하게 균형을 이룬다. 특히 혁신적인 착용 방식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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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don
부쉐론 스튜디오는 1878년 아카이브의 엉겅퀴 브로치를 재해석해 변형 가능한 새로운 네크리스와 브로치로 선보였다. 장인들이 CAD 프로그램을 통해 엉겅퀴의 윤곽이나 형태,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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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ane
딱정벌레가 이번 컬렉션에서 투 핑거 링 혹은 브로치로 변형돼 착용 가능한 피스로 선보였다. 전체를 다이아몬드로 파베 세팅하고 블랙 래커와 오픈 워크 세공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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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ier
프레데릭 부쉐론이 야생 장미의 아름다움을 선호한 것처럼 클레어 슈완 역시 장미 그 자체보다 장미 덩굴에 주목했다. 퀘스천 마크 네크리스와 링, 네크리스, 이어링으로 선보이는 이번 컬렉션에서는 오직 잎사귀와 줄기, 새싹만이 등장하며, 약간 비틀린 잎사귀의 풍성함과 자연스러운 곡선이 특징이다. 부쉐론의 장인들은 전체 세트를 위해 자그마치 70여 개의 잎사귀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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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rdon
아카이브 속의 호박벌을 화이트골드, 다이아몬드, 오닉스, 마더 오브 펄, 록 크리스털과 블랙 래커 소재로 재해석했다. 록 크리스털을 인그레이빙한 날개뿐 아니라 골드와 블랙 래커의 디테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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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ur de Carotte
당근 꽃은 이번 컬렉션에서 유일하게 아카이브에 존재하지 않는 피스로 부쉐론의 자연에 야생화를 새롭게 추가하려는 클레어 슈완의 열정에서 탄생했다. 헤어 피스와 브로치로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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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도시 파리, 반짝이는 하이 주얼리의 성지 방돔광장에서 만난 부쉐론의 CEO 엘렌 풀리-뒤켄과의 일문일답.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부쉐론은 1년에 두 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공개하는 유일한 메종이다. 1월에는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 7월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이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한 ‘카르뜨 블랑슈’를 선보인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클레어는 우리 아카이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컬렉션을 구상했다. 이름 그대로 부쉐론의 ‘이스뚜아 드 스틸(스타일의 역사)’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는 특히 프레데릭 부쉐론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일반적으로 하이 주얼리에 적용되지 않는 들꽃이나 들풀, 숲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꽃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스뚜아 드 스틸 2025 하이 주얼리 컬렉션 중 가장 좋아하는 피스는? 이번 컬렉션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피스는 머리를 장식하는 아브완 피스다. 우아하게 움직이는 이 피스를 볼 때마다 들판에 일렁이는 귀리가 떠오른다. 사실 나는 곤충을 무서워하고, 특히 딱정벌레는 공포의 대상이다. 클레어가 처음 딱정벌레 피스 드로잉을 보여줬을 때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을 정도니까(웃음). 하지만 자연이 테마인 만큼 곤충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클레어에게 나도 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피스로 재탄생시켜 달라고 주문했고, 이 피스가 완성됐을 때 내 공포심은 말끔히 사라졌다.
부쉐론은 하이 주얼리 메종 중 유일하게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두 여성이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 탄생 과정에서 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외에도 많은 부문에서 여성들이 부쉐론을 이끌고 있다. 우선 클레어는 발표할 컬렉션의 테마를 3년 전부터 미리 정한다. 테마와 컨셉트를 정해 나와 대화를 나누고, 드로잉이 이어지며, 실제 피스가 제작되는 모든 단계를 함께 컨펌하는 과정을 거친다. 완벽주의자이고 고집이 세다는 공통점을 지닌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나는 창의력이 가득한 비즈니스 우먼, 클레어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 주는 느낌이다.
부쉐론의 CEO로서 한국시장 그리고 글로벌 앰배서더인 배우 한소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한국의 하이 주얼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혁신적이며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우리의 7월 컬렉션이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믿는다. 11월에 한국에서 이벤트를 준비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비밀에 부쳐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앰배서더 한소희는 만날 때마다 매우 친절하고 인간적이며,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그녀의 작품인 〈마이 네임〉을 봤는데, 화면을 압도하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평상시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이나 즐겨 듣는 음악, 아티스트가 있는지? 일상 속 당신 모습이 궁금하다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는 고요함 그리고 자연의 소리다. 부쉐론 하우스 아래층에는 자르댕 디베르(겨울의 정원)가 있는데, 그곳에 음악 대신 지난해 6월 시골집에서 녹음해 온 새소리를 틀어놓아 자연에 있는 느낌을 강조했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하는데, 두 아들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구성한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줬다. 꾸준히 업데이트해 주기 때문에 운전할 때마다 즐겨 듣는다.
마지막으로 부쉐론 CEO로서 당신이 이루고 싶은 것은
우리는 부쉐론에서 내일의 기록을 만들어나간다. 나는 클레어와 함께 당시 혁신적 인물이었던 프레데릭 부쉐론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처럼 오늘의 부쉐론을 움직이고 싶다. 즉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도전을 경쟁 브랜드에서 시도하는 걸 보면 가끔 복잡한 감정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 시도가 제대로 된 방향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2020년에 남성용 하이 주얼리를 선보이고 이를 모든 컬렉션에서 일관되게 채택하기로 했을 때 주변에서 “남성에게 하이 주얼리가 필요하냐?”고 반문했지만 지금은 모두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얼리는 모든 여성에게 어울린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 부쉐론에 입사한 후 올리비에 사이야르와 함께한 패션쇼에서 20~63세까지 서로 다른 세대의 네 여성이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63세 여성의 모습이 빛난다고 느꼈다. 나는 주얼리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세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쉐론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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