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절반이 사라져요” … 서민들 ‘비명’ 이어지는데, 더 큰 폭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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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상승
저소득층 식비 부담 5년 새 40% 증가
고환율·공급망 불안… 물가 상승 계속
서민
사진 = 연합뉴스

“월급 받아도 남는 게 없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깊어졌다. 커피 한 잔, 빵 한 조각, 저녁 반찬 한 끼까지 모든 것이 오른 가격표를 달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외치지만, 서민들의 장바구니 사정은 나날이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커피, 빵, 맥주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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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식자재, 물류비,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너무 쉽게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뚜레쥬르는 지난 1일부터 빵과 케이크 110여 종 가격을 약 5% 인상했다.

데일리우유식빵과 단팥빵은 100원씩 올라 각각 3,600원, 1,900원이 됐고, 고구마라떼 케이크는 1,000원 오른 3만1,000원이 됐다. 이는 지난해 말 파리바게뜨와 던킨이 6%씩 가격을 올린 데 이은 후속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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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커피값도 예외가 아니다. 네스프레소는 캡슐 커피 가격을 개당 최대 81원 올렸고, 배스킨라빈스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400원 인상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로 알려진 더벤티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벤티 사이즈) 가격을 200원 올렸다. 이미 스타벅스, 할리스, 폴 바셋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는 1월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주류 가격도 올랐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맥주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편의점 기준 아사히 수퍼드라이(500㎖) 캔은 4,900원으로 400원 올랐고, 병제품(640㎖)은 900원이 올라 5,400원이 됐다.

빙그레도 1일부터 더위사냥, 붕어싸만코 등 인기 아이스크림과 일부 음료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웅진식품 역시 차음료, 초록매실 등의 가격을 9~10% 올렸다.

저소득층 직격탄… 식비 부담 5년 새 4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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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물가 상승의 직격탄은 저소득층에게 가장 가혹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지난해 43만4,000원으로 5년 새 40% 가까이 증가했다.

2019년 31만3,000원이었던 식비는 ▲2020년 34만2,000원 ▲2021년 37만6,000원 ▲2022년 39만9,000원 ▲2023년 40만6,000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가구 평균 식비는 66만6,000원에서 84만1,000원으로 26.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45%에 달해,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먹거리 비용으로 쓰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은 필수 생계비 비중이 높은 만큼, 물가 상승이 직접적인 생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요청에도 업계 ‘가격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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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1일 주요 식품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 인상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외식업계와도 협의에 나서 “물가 상승이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결국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원자재, 환율, 물류비 인상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원두, 코코아, 식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포장재·에너지 비용까지 올라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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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기업 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를 빌미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사례가 있는지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환율 기조 속에서 식료품 수입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미·중 관세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도 불안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서민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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