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교 자퇴할래요” .. 고교생 이탈 역대 최고, 그 뒤에 숨겨진 ‘전략적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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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이 발목 잡는 고교생들
검정고시로 향하는 선택 늘어난다
5등급제 도입이 변화 촉진
검정고시
사진 = 연합뉴스

“아버지, 저 자퇴할게요”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높은 내신 경쟁의 압박 속에 학생들은 새로운 선택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바로 ‘검정고시’다.

고등학생의 학업 중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고교생 자퇴자는 무려 1만8498명. 단순히 학업 부적응 때문만은 아니다.

전략적인 자퇴, 검정고시 후 수능 집중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고교 교육의 틀을 흔들고 있다.

내신 벽에 부딪혀, 수능으로 길을 튼다

검정고시
사진 = 뉴스1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담임 교사는 최근 중간고사 이후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 상담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시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자퇴 후 검정고시로 수능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10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2만4498명이던 응시자 수는 2023년 3만명을 넘었고, 올해 상반기만 1만7985명에 달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예외가 아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러한 전략적 자퇴가 늘고 있다.

검정고시를 택한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이들’이 아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신 구조를 벗어나 수능 정시로 승부를 보려는 계산된 결정이다.

내신 5등급제, 검정고시 선택 부추겨

검정고시
사진 = 뉴스1

2025년 고1부터 적용되는 내신 5등급제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등급 하락 리스크가 커졌다.

상위 10% 이내만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보니, 한 번의 실수로 내신 만회가 어렵다는 현실이 자퇴와 검정고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원가도 이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수학원들은 검정고시와 수능을 병행하는 반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검정고시 학원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 중이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검정고시는 고난이도 시험이 아니기에 수능만 잘 준비하면 논술 전형 등으로도 상위 대학에 도전할 수 있다”며, 올해 검정고시생 수능 응시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교육제도의 전환점에 선 고교생들

검정고시
사진 = 뉴스1

검정고시는 한때 교육 기회를 놓친 성인을 위한 제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는 내신 압박을 피한 대입 전략으로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예체능 진로, 유학, 대안학교 등 다양한 이유로 검정고시를 택했지만, 이제는 ‘대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선택하는 것’. 변화의 중심에 선 고교생들의 선택은 우리 교육 시스템이 직면한 현실을 다시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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