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파트리크 주앵은 대형 건축물부터 가구,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캔버스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펼쳐낸다. 섬세한 감각과 기술에 대한 집념, 혁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능과 미를 하나로 엮어내는 것이 그의 주특기. 선과 형태, 공간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는 구조적 감각은 탁월한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환원된다. 그에게 뛰어난 디자인이란 기술과 감성, 아이디어가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로프로 나무 위에 직조한 도어가 독창적인 ‘레가타(Regatta)’ 사이드보드.
‘혁신’이란 단어는 파트리크 주앵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요약하는 단어다
혁신은 ‘새로움’만을 뜻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기능성과 감성, 직관을 함께 끌어안는 일이다. 언제나 재료가 주는 반응과 사용자의 몸짓, 공간에서의 감정을 관찰하면서 형태를 도출한다. 직관은 혁신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설명 없이 느껴지는 디자인, 그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진정한 진보다.

(위부터) 돛처럼 감싸는 가죽 커버가 특징인 ‘레가타’ 사이드보드, 황금빛 패드록 디테일을 더한 지퍼 등받이가 인상적인 ‘퍼펙토(Perfecto)’ 암체어, 퍼즐 조각처럼 장인의 손길로 하나하나 완성한 ‘퍼즐(Puzzle)’ 테이블.
건축과 디자인 두 분야를 아우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두 영역이 어떻게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작업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받는지도 궁금하다
건축은 공간 흐름을 설계하고, 제품은 그 흐름 속에서 정지된 순간을 다룬다. 건축적 사고는 공간 속에서 가구가 놓이는 위치와 비율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고, 제품 디자인은 그 공간에 섬세한 감각과 리듬을 더한다. 이 둘 사이에서 작업하며, 하나의 논리를 다른 쪽 감각으로 확장해 해답을 찾는다. 내게 디자인은 경계 없는 대화다.

파트리크 주앵 특유의 감각적인 곡선미와 기능적 조화를 강조한 또 다른 버전의 커버 아트워크.
루이 비통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한 가구와 공간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했나
루이 비통은 ‘사람들이 즐기고, 일하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상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순간부터 하나의 세상에 초대받은 것 같은 여정이 시작됐다. 메종의 유산과 대화를 나누며 이를 나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그 어떤 협업보다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정제된 우아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담아내는 가능성의 장이었고, 디자인이 감정과 일상에 닿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컬렉션에 아름다움과 문화, 기쁨, 평온함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담은 것으로 안다. 이 철학적 개념들이 실제 디자인에 어떻게 구현됐는지 궁금하다
디자인은 간결한 선에서 시작된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강렬해야 하며, 무엇보다 몸에 말을 걸어야 한다. 특히 의자의 경우 편안함을 담아야 하는데, 이 감각은 머리나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아, 이 자리는 편할 것 같아’라는 직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파와 마주했을 때 ‘여기서 친구들과 샴페인을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형태를 만들고 싶었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 다음에 마음과 머리가 이어져 하나의 경험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디자인은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직관과 감각, 문화적 맥락을 총동원해 디자인한다.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배우고, 사물과 공간, 건축, 비율을 통해 감정을 어떻게 일으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탐구한다. 결국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좋은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는 일이다.

기술과 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실험하는 파트리크 주앵.
기능과 미학을 ‘균형’이 아닌 ‘융합’의 관점으로 풀어온 것도 앞선 감각 중심의 디자인 방식과 연결되나
기능과 미학은 내게 늘 같은 출발선이다. 형태는 기능을 말하고, 기능은 아름다움을 담는다. 예를 들어 암체어의 팔걸이 곡선은 손이 자연스럽게 놓이는 동작에서 비롯되었고, 그 흐름은 시각적으로도 하나의 조형 언어가 된다. 곡선의 흐름과 재료의 질감, 손이 닿는 모든 면은 감정의 흐름을 따라 설계됐다. 이는 균형이 아닌 결합이다. 형태와 기능, 감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경험을 구성한다. 가구는 기능적 도구이기보다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존재다.
감각, 형태, 기능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당신의 디자인에서 소재는 어떤 감각적 경험을 더해주는가
소재는 늘 영감의 출발점이다. 오크나무, 가죽, 천을 주된 매체로 선택했다. 오크나무는 견고하면서도 따뜻한 질감을 지녔고, 프랑스 전통 산림에서 자란 나무의 결은 빛과 손길에 섬세하게 반응한다. 가죽은 단순히 덮는 재료가 아니라 구조를 이루는 본질적 요소로 활용됐고, 천은 그 사이에서 긴장과 부드러움을 조율한다. 모든 재료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가공의 흔적을 최소화했다.
재료 본연의 감각을 살린 섬세한 디테일, 가죽 지퍼, 패드록 등 루이 비통의 고유한 디테일을 어떻게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 치환했는지
‘퍼펙토’ 암체어는 여성의 허리선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으로 우아함과 구조적 안정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지퍼와 패드록 같은 디테일은 실루엣을 형성하는 기능적 요소로 작용해 패션 언어를 가구에 이식한 사례다. 또 루이 비통 트렁크에서 영감받은 금속 디테일과 가죽 밴드, 구조적 라인은 단지 오마주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조형 기능을 수행한다. 암체어의 등받이는 트렁크의 덮개처럼 사용자를 감싸고, 가죽 밴드는 형태를 지지하면서도 안정감을 더한다. 이를 통해 ‘여행’이라는 움직임의 상징을 고정된 휴식의 형태로 전환하고자 했고, 사용자가 보호받는 느낌을 경험하길 바랐다.

수많은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퍼펙토’ 암체어를 그린 파트리크 주앵의 스케치.
유독 의자 디자인에 애정을 보여왔는데, 디자이너로서 의자라는 오브제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자는 아주 단순한 구조에서 시작된다. 네 다리 혹은 세 다리. 형태는 기본적이지만 그 안에 반드시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마치 팝송을 작곡하는 것처럼 제한된 몇 마디와 멜로디 안에서 신선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의자 디자인은 분명한 규칙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종의 게임처럼 느껴진다. 단순한 구조 속에서 어떻게 새로움을 발명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게 만든다. 이것이 의자를 흥미로운 오브제로 만드는 이유다.
〈엘르 데코〉 코리아의 커버 아트워크를 위한 드로잉 중 ‘퍼펙토’ 암체어를 중심으로 여러 손이 펼쳐진 인상적인 장면이 흥미로웠다
디자인은 결코 혼자 이뤄지지 않는다. 천이나 지퍼, 잠금장치, 이 모든 것은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한 기술과 연구의 결과물이다. 나는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고, 내 작업은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장인의 손길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다. 옷감을 정교하게 꿰매는 사람, 나무를 섬세하게 다루는 사람…. 그들의 손길이 모여 하나의 오브제가 탄생한다. 그 손길을 가시화하고 싶었고, 작업 과정 속에서 나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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