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자기·자개장이 왜 여기에…청자를 사랑한 하와이 상류층의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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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채우는 일상의 감성…

현지인 추천 명소 HoMA 그리고 훌라 클래스

하와이(Hawai‘i) 중심 섬 오아후(O‘ahu)에서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섞여 하루를 보냈다. 갤러리를 구경하고 햇살 가득 품은 중정에서 건강하게 식사를 즐겼다. 해변 옆 공원에서는 원주민에게 훌라(Hula)를 배우고 난생 처음 우쿨렐레(‘Ukulele)를 연주했다. 휴양지에서 현지인의 일상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지상낙원에도 안녕한 일상이 어디에나 펼쳐진다.

하와이에서는 지금 ‘재생 가능 여행(Regenerative Tourism)’이 화두다. 자연과 문화를 보존하는 ‘지속 가능’을 넘어 환경과 지역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참여형 여행 방식을 말한다. 하와이 사람과 전통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호놀룰루 뮤지엄 오브 아트에서 그 첫 여정을 시작해보자.

#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_호놀룰루 뮤지엄 오브 아트

호놀룰루 뮤지엄 오브 아트(Honolulu Museum of Art) 일명, 호마(HoMA)에는 한국인 도슨트가 있다. 정식 프로그램 이수 후 올해부터 봉사 활동으로 도슨트 일을 시작했다는 이소현씨가 그 주인공이다. 아쉽게도 한국인 도슨트가 있지만 한국어로 진행하는 투어 프로그램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일본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어요.

입소문이 나서 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한국어 도슨트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고 요청하시면 프로그램이 열릴 것 같아요.

일본어 도슨트도 방문객 요청이 늘어나자 만들어지게 됐다고 들었거든요.

하와이까지 와서 웬 뮤지엄 투어냐하겠지만 HoMA는 두 번째 하와이 방문을 통틀어 가장 애정이 가는 ‘히든 젬(Hidden Gem)’이었다. 어린 시절 미술 수업 시간으로 돌아간 듯 자유롭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슨트 방식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역만리 남의 나라에서 만나는 한국의 보물 같은 작품들 때문에 더 뜻깊었다.

HoMA의 시작은 전세계 어느 미술관이 그렇듯 한 부호의 관심에서 비롯했다. HoMA의 창립자는 ‘안나 라이스 쿡(Anna Rice Cooke)’이라는 여성이다. 선교사 집안의 딸이었던 그는 아버지를 따라 하와이로 이주했고 이후 사업가와 결혼하면서 부를 쌓게 되었다. 그의 남편인 찰스 쿡은 하와이은행의 공동 창립자였을 정도로 부유했다.

안나 라이스 쿡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던 여성이었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예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작품의 개수가 늘어나자 하와이 최초로 미술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1922년 미술관을 설립하고 본인의 집터를 미술관 부지로 기부하면서 1927년 HoMA가 공식 개관하게 되었다.

HoMA의 첫인상은 소박했다. 좌우 대칭 반듯한 회백색 건물은 층고가 아주 높은 거대한 기와 지붕을 덮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더 다양한 요소가 겹쳐 보인다. 창살과 기와 그리고 그리스식 기둥 등 동양과 서양 그리고 하와이풍을 적절하게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높은 층고와 하와이 화산석으로 만든 벽, 바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실내 공간 등 곳곳에서 하와이식 건축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HoMA의 개방감은 중정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총 5개의 중정이 있는데 지중해식, 중국식, 이슬람식 각각 테마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실내와 실외를 적절하게 섞은 전시 동선이 ‘하와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전시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문화가 이 섬에서 꽃피우기를 바란다’는 안나 라이스 쿡의 뜻에 따라 HoMA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모은 상설전과 특별전이 펼쳐진다. 지난 7월 방문했을 때는 미국을 대표하는 인상파 여성 화가 마리 카사트(Mary Cassatt) 특별전과 하와이의 자연과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 ‘프랑코 살모이라기(Franco Salmoiraghi)’ 사진전 등이 열리고 있었다.

역시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한국관’이었다. 창립자 안나 라이스 쿡은 특히 고려 청자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본인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직접 한국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안나 라이스 쿡은 박물관을 만들면서 작품 4500점을 기증했는데 그 중 한국 유물이 104점을 차지했다. 그중에 도자기는 80점, 고려청자가 72점에 달했을 정도로 청자를 사랑했다.


HoMA 한국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한국 사람이 미국 첫 이민 지역이 하와이였대요. 1902년 12월에 출발해 1903년 봄에 하와이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 운용문 항아리가 한국 이민 100주년 기념해 HoMA에서 소장하게 된 작품이예요.”

2층 하와이전시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나무 껍질을 얇게 펴서 만든 하와이 전통 이불과 가구는 물론 개발되기 이전의 오하우 풍경을 담은 삽화와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본 하와이를 만날 수 있다.

  하와이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가장 좋은 장면은 뮤지엄 내 카페에 있었다. HoMA 내 카페는 현지인들의 숨겨진 점심 미팅 장소다. 양이 푸짐하고 음식 맛이 좋아 식사만을 위해 HoMA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풀어내며 점심시간을 즐겼다. 따스한 햇살 아래 새소리와 어우러지는 높고 낮은 영어 대화가 마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ASMR처럼 다가왔다.


HoMA 카페 풍경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훌라와 우쿨렐레 수업으로 원주민 문화에 한 발 더 가까이

여행지에서 의미를 더하는 일은 의외로 쉽다. 특히 하와이처럼 트렌디한 여행지에서는 더 그렇다. 킬로하나(Kilohana)는 하와이 원주민 발전 협의회(Council for Native Hawaiian Advancement, CNHA)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원주민이 직접 나서서 자기네들의 전통 문화와 예술을 진정성 있게 소개하는데 앞장선다.

가장 주축이 되는 것은 ‘익스피리언스 킬로하나(Experience Kilohana)’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 쿠히오 해변에서 무료 훌라 공연을 선보이고 매주 일요일부터 목요일 저녁에는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비치 호텔에서 나 레이 알로하(Nā Lei Aloha) 루아우(Lū‘au) 공연을 진행한다. 하와이어로 연회를 ‘루아우’는 하와이 전통 음식과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문화 체험이다.


카피올라니 공원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상설 공연 말고도 하와이 원주민과 거주민이 직접 알려주는 하와이 전통 문화 클래스도 개별적으로 운영 중이다. 와이키키 해변을 끼고 있는 카피올라니 공원에서 우쿨렐레와 훌라 체험에 나섰다. 카피올라니 공원은 오아후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두 번째로 오래된 공공 공원이다. 작은 연못과 공연장, 벤치가 있고 나무가 우거져 밤낮으로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와이 원주민 발전 협의회에서 운영하는 킬로 하나 프로그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수업은 우쿨렐레 30분, 훌라 레슨 30분으로 진행됐다. 8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우쿨렐레를 배웠다는 원주민 팔라니씨가 참가자들에게 악기를 직접 하나씩 나눠줬다. 오늘 배울 노래는 기본 키 3개로 연주할 수 있는 ‘카히마나 힐라(kahimana hila)’. 1916년 만들어진 이 노래는 오아후 섬의 상징 ‘다이아몬드 헤드’를 주제로 한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헤드와 와이키키 해변의 풍경을 칭송하는 노래로 대표적인 하와이 민요로 꼽힌다.

키 잡는 법을 간단히 배운 다음 팔라니씨의 지시에 따라 카히마나 힐라를 연주했다. 악기를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이리저리 헤매고 가끔 혼자 이상한 음을 내기도 했지만 줄을 퉁기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어찌저찌 완곡을 하고도 계속 선율이 기억에 남아 나도 모르게 허밍하듯 흥얼거렸다.


하와이 원주민 발전 협의회에서 운영하는 킬로 하나 프로그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다음은 훌라 레슨 차례. 앞서 배운 ‘카히마나 힐라’에 맞춰 춤 동작을 배웠다. 4박자로 오른쪽 왼쪽을 오가는 스텝 ‘카호로(Kāholo)’, 한쪽 발끝을 앞으로 뻗고 다른 다리 무릎은 살짝 굽혀주는 ‘헬라(Hela)’ 등 하반신 움직임에 스토리를 더하는 팔 동작을 가미하면 끝이다. 훌라를 배우는 내내 팔라니씨가 우쿨렐레로 음악을 연주해줬다.

온몸을 다 쓰는 훌라는 우쿨렐레보다 더 어려웠다. 맨발로 땅을 딛고 병풍처럼 펼쳐진 다이아몬드를 향해 엉덩이를 흔들며 우아하게 다가가고 팔을 좌우로 펼치며 와이키키의 파도를 표현했다. 역시나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몇몇 동작은 전혀 몸에 붙지 않았지만 그것대로 신이 났다. 공원을 산책하던 여행객이 우리들 수업하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고 몇몇은 사진까지 찍었다.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은 건 원주민 선생님들이었다.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틀려도 알려주고 또 일러줬다. 수업 말미에 아름다운 공연을 통해 보여준 그들의 미소에서 하와이다운 환대, 알로하 정신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미국(하와이)=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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