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데 굳이 간다…낯선 것 찾아 새롭게 떠나는 ‘요즘여행’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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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여행자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담은 콘텐츠 ‘요즘여행’ 두 번째 테마로 ‘불편한 여행’을 골랐다. ‘불편한 여행’은 일상의 편리함과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집중해보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의미한다.

불편하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하루는 ‘여행’이라는 단어와 선뜻 연결되지 않아 보이지만 ‘디지털 디톡스’, ‘건강한 고독’ 등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와 맞물려 요즘 뜨는 여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일정 기간 중단하거나 줄이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 신체적 휴식을 추구하는 트렌드다. 건강한 고독이란 과잉 연결의 시대에 자발적 단절을 통해 자신만의 균형과 활력을 되찾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불편함이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여행지로 공사는 △충남 공주 ‘가가책방’ △경북 칠곡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강원 홍천 행복공장 △경북 안동 맹개마을 △서울 북부 불수사도북 종주 산행을 꼽았다.

5평 책방이 품은 오만가지 인생, 공주 가가책방

공주 가가책방 / 사진=한국관광공사



간판도 사람도 없다. 불도 꺼져있다. 가가책방은 손님이 직접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야 한다. 비밀번호를 알려면 책방 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그것부터 손님들에겐 진입장벽이다.

문을 열고 입장했다한들 남은 일이 많다. 모든 이용방법은 스케치북에 적혀있다. 정독을 해야 가까스로 무인책방 운영방식을 알게 된다. 마치 상점을 오픈하고 마감하는 주인처럼 조명과 에어컨을 켜는 것부터 모두 손님 몫이다.

반전은 이런 불편요소가 묘하게 재미있다는 거다. 찾아온 손님들은 이를 즐기는듯했다. 메모지를 들추며 의도치 않게 감춰진 스위치를 찾아내는 것부터 잘 짜인 방탈출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몇 시간을 머물다 간들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 공간이니, 문을 여닫는 잠깐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용납된다. 문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지만, 이용은 24시간 가능하다.

지금의 운영방식도 코로나19가 계기였다. 당시 어린아이를 돌봐야 했고, 5인 이상 모일 수 없는 규정이 맞물러 ‘무인 운영’으로 귀결된 것이다. 과연 책방 운영이 사람 없이 가능할까라는 실험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서동민 책방지기는 공주에서 버려지거나 뜯긴 것, 못 쓰는 것을 일부러 모아 고쳐서 책방을 꾸몄다. 공주의 시간이 축적된 의미다. 간판을 만들지 않은 이유도 찾는 사람만 올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거울 앞 풍금도 그렇다. 동네 카페에 쓰던 골동품이었는데, 공간이 바뀌면서 바깥에 내놓은 걸 가지고 왔다.

책 큐레이터였던 책방지기의 경력답게 가가책방을 가득 채운 서적들은 한눈에 봐도 고전문학, 인문학, 역사서 등 양서로 가득하다. 메모는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것만 치운다. 마스킹 테이프의 접착력은 같은데 어떤 것은 몇 년 째 그대로인 것도 있다. 그 또한 메모의 운명이다.

가가책방의 키워드는 불편함에서 어느새 사람에 대한 신뢰로 옮겨간다. 이곳에 CCTV가 없는 이유다. 오픈 후 한동안 손님들은 불편함을 개선하도록 ‘변화’를 요구했다. 자물쇠 대신 원격 도어락이나 설치나 인터넷 설치 등이 그 것. 하지만 지금은 입을 모아 변화를 반대한다. 오래도록 이 공간이 자생하도록 두는 것이 상생임을 어렴풋하게 알아서일까. 가가책방을 즐길 방법은 단 하나, 아무것도 기대하고 오지말길 바란다. 불편함이란 단어에 불을 켜면, 어느새 마음속 편함이 다가올 뿐이다.

고요 속에 머무는 쉼과 성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하 ‘왜관 수도원’) 문화영성센터는 복잡하게 흐르는 세상에서 잠시 비켜나 스스로 선택한 고립의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낯설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곳의 경험은 여행자에게 마음의 위로가 될 것이다.

왜관 수도원 문화영성센터 피정 프로그램은 대개 1박 2일로 진행된다. ‘피정’이란 평소 생활하던 곳에서 잠시 떠나 성당 또는 수도원에 머물며 기도와 묵상으로 자신을 살피는 시간을 말한다. 왜관 수도원은 2026년 상반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피정 프로그램을 준비해놓았다. 연말에는 성탄 전례 피정과 해맞이 피정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수도원 대성전에서 수사들도 참여하는 아침기도와 낮기도, 저녁기도, 끝기도 등에 함께할 수 있다.

문화영성센터에는 프로그램 중간 혼자 머물며 묵상과 기도를 하기에 좋은 장소가 많다. 1층 로비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복도가 나온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마당은 2025년말 왜관 수도원에서 생활하다 세상을 뜬 수사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문화영성센터에서 하루를 지내보면 시간에 따라 빛의 각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늦은 오후 경당에 앉아 있으면 길게 드리운 빛이 제단 뒤에 걸어둔 고상 주변을 집중해 비추는 장면이 보인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1층 로비 엘리베이터와 마주한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정원에 들어선다. ‘하늘정원’이다. 이곳에도 늦은 오후에 햇살이 그림을 그리는 듯한 빛이 비춘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창문에 부딪힌 후 다시 벽면으로 반사되는 모습이 매우 근사하다. 빛은 ‘성 베네딕도의 계단’을 따라 자연스럽게 2층으로 이끈다. 2, 3, 4층에는 각각 서쪽으로 짧은 통로를 연결해두었는데 끝에는 1~3명 정도 들어갈 만한 작은 기도소가 하나씩 있다. 마음 깊은 곳까지 비추는 빛을 받으며 잠시 머물기 좋은 장소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은 1909년 서울 혜화동에서 처음 건립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남자 수도사들로만 구성된 수도원이었다. 이후 몇 차례 자리를 옮기다 한국전쟁 와중에 현재의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정착했다.

1964년에는 한국 가톨릭 최초로 이 수도원에 ‘피정의 집’이 개원했다. 다시 60년이 지난 2024년에는 ‘문화영성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새 피정 공간이 문을 열었다. 승효상 건축가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자신을 살피고 싶어 수도원을 찾는 이들에게 넉넉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어가는 중이다. 피정은 대개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 활동을 말하지만 왜관 수도원 문화영성센터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도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나 홀로 독방에서 보낸 24시간, 홍천 행복공장


홍천 행복공장 / 사진=한국관광공사

“행복공장을 왜 하냐구요? / 제가 행복하지 않아서 /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 다들 수심이 가득해 보여서 / 행복하지 않은 내가 너를 물들일 것 같아서 / 행복하지 않는 너에게 내가 물들 것 같아서 / 행복으로 물들이는 너와 내가 되고 싶어서 / 그래서 오늘도 행복공장을 합니다.” 행복공장을 설립한 고 권용석씨의 글이다.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는 정신없이 살던 검사 시절 ‘교도소 독방 같은 데서 딱 일주일만 쉬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고, 그게 행복공장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공간에서 그는 연극인인 아내 노지향 원장과 함께 성찰과 나눔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다, 안타깝게도 암 투병 끝에 2022년 세상을 등졌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행복공장은 여전히 설립자의 뜻대로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한 곳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공장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이 주로 참여하는 체험은 ‘나를 만나는 하루, 독방 24시간’이다. 1.5평(5㎡) 남짓한 독방에 하루 동안 혼자 머물며 자신과 마주하는 성찰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독방 입소 전, 다 함께 점심 식사와 산책을 한다. 자연과 손맛이 담긴 정갈한 음식으로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행복공장 앞 강변 시골길을 따라 느긋한 산책을 즐긴다. 이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시간. 푸른 빛 감도는 수련동 건물로 이동한다. 감옥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철문 옆에는 ‘내 안의 감옥’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홍천 행복공장 / 사진=한국관광공사

각자 부여받은 번호에 맞춰 자기 방을 찾아간다. 어른 둘이 누우면 꽉 찰 정도의 작은 방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입구에 커튼으로 분리한 화장실이 있고 작은 세면대와 좌식 탁자, 요가 매트, 다기 세트 등이 있다. 화장실 위에는 이불 넣는 수납장을 배치했다. 공간 활용을 야무지게 한 덕에 혼자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신체적 자유를 빼앗긴 독방에서 비로소 심적 자유를 얻은 느낌이랄까. 갇힌 공간에서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곳에서 계획 따위는 필요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따르면 그만이다. 챙겨 온 책을 읽다 누워서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준비된 차를 내려 마시다 탁자 위에 놓인 212호 방명록도 뒤적거려 본다. 10대, 20대, 중장년층 등 이 방을 거쳐 간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이야기가 담겼다. 누군가는 고민을 남겼고 누군가는 거기에 답이나 응원을 달았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얼굴도 모르는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빌게 된다.

백두대간 속 고립된 섬, 맹개마을


맹개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첩첩산중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어느 깊은 골짜기, 강을 건너야만 닿는 마을이 있다. 접근의 불편함을 매력으로 삼는 이곳은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자리한 맹개마을이다. 앞으로는 낙동강이, 뒤로는 청량산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여러 봉우리가 감싼 이곳은 육지 속 섬처럼 고립된 형태를 띤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일대의 풍경만큼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조선 시대의 대학자, 퇴계 이황조차 친구에게 남긴 문장에 언급했을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선사한다.

1980년대 초까지 맹개마을에는 네다섯 가구가 살았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교통,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했던 탓에 하나둘 시내나 대도시로 떠났고, 마을은 방치되다시피 했단다. 버려졌던 마을에 다시 사람이 찾아온 것은 약 20년 후의 일이다. 농업회사법인 ‘밀과노닐다(주)’의 김선영 대표, 박성호 이사 부부가 이곳으로 귀농해 밀과 메밀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에 쓰러져가는 집 두 채만 있었다지만, 부부는 이 땅을 훌륭히 가꾸어 냈다.


맹개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현재 맹개마을은 직접 재배한 유기농 밀로 소주를 빚는다. 이곳에서 출시한 ‘안동 진맥소주’는 한국 최초의 밀소주다. 맹개마을은 진맥소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자에 한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트랙터 타기 체험, 시음, 양조장 시설 견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면, 맹개마을에서 트랙터가 마중을 나온다. 수심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트랙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체험은 정말이지 독특하다.

속세를 벗어나 하룻밤 쉬어가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맹개마을은 소수의 방문객이 고요한 하룻밤을 누릴 수 있는 숙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찾아오기 어렵다는 점을 역이용해 그 누구도 쉽게 방문할 수 없는 숙소를 구현한 점이 흥미롭다.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말고는 아무런 잡음도 들려오지 않는다. 맑은 날 밤이면, 하늘을 수놓는 별천지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1박 2일 숲식 사우나! 불수사도북 종주 산행


도봉산 / 사진=한국관광공사


북한산 / 사진=한국관광공사

북한산은 서울특별시 북부와 경기도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에 걸쳐 솟은 해발 835m의 산이다. 북한산의 능선을 남쪽으로 이으면 산줄기는 더 길어진다. 도봉산(740m)과 사패산(551m), 그 너머 수락산(640m)과 불암산(509m)까지 한줄기로 연결됐다.

이는 곧 다섯 산의 머리글자를 딴 종주 산행의 고전이 됐다. 바로 ‘불수사도북 종주’다. 총 거리 약 45㎞, 누적 상승고도 약 4000m, 등산객 평균 스무 시간 이상 걸리는 난이도 최상급 산행 코스다. ‘강북5산 종주’라고도 한다. 공릉동 백세문에서 출발해 다섯 산의 정상을 찍은 뒤 불광동 대호아파트로 하산하는 길을 정석으로 친다. 그렇다고 이 코스가 원칙은 아니다. 능선을 타고 다섯 산의 정상을 한달음에 오르는 것이 이 산행의 목적이다.


북한산 일출 / 사진=한국관광공사

북한산우이역 부근에 자리한 ‘우이동 산악문화 H·U·B’는 다양한 산악 체험이 가능한 산악문화복합공간이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개봉을 등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업적을 기리는 엄홍길전시관과 유익한 등산 상식을 접할 수 있는 산악체험관을 운영한다. 특히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에베레스트 등반 VR, 산악스키 VR, 산악자전거 VR, 클라이밍 VR 체험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 H·U·B는 히말라야(Himalaya), 엄홍길(Um Hong-gil), 북한산(Bukhansan)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홍지연 여행+ 기자

사진 및 자료=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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