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벌이는 ‘안락사’…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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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킬즈 피플’에서 가망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자 조력 사망을 실행하는 의사 우소정 역의 이보영. 사진제공=MBC

유능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말기 암과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마지막 선택을 돕는다.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환자들의 안락사를 돕는 의사는 어떻게든 인간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동시에 환자의 뜻에 동조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아이러니에 놓인다. 

배우 이보영과 이민기가 주연한 MBC 금토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극본 이수아)이 꺼낸 대담한 질문이다. 조력 사망을 다루는 이 드라마는 가망이 없는 환자들의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하는 의사가 그 환자들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안락사를 돕는 이야기다. 암묵적인 약속으로 생의 마지막을 맞는 이들의 선택은 존엄성을 지키려는 합의로 볼 수 있지만,  제3자의 눈에는 ‘살인’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딜레마를 다루는 드라마는 조력 사망에 대한 공론의 장이 되고자 한다. 

이보영은 응급의학과의 베테랑 의사 우소정 역이다. 능력을 인정받는 의사이지만, 어린 시절 희귀병을 앓는 엄마의 죽음을 도운 기억을 트라우마로 갖고 있다. 고통받는 환자들이 조력 사망을 부탁해오면서 불법으로 취득한 약물로 상호 합의된 안락사를 벌인다. 소정을 돕는 조력자인 대현은 한때 유능한 의사였지만 술과 약물 등에 중독돼 면허를 잃은 상태. 소정과 함께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들을 만나 그들의 기구한 사연을 접하고 원하는 대로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한다.

● 이보영 “고민하는 문제”

‘메리 킬즈 피플’은 동명의 캐나다 드라마가 원작이다. 해외서 먼저 인기를 얻은 작품을 리메이크했다고 해도, 국내서는 불법인 안락사를 전면에 다루는 선택은 제작진은 물론 출연을 결심한 배우들에게도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드라마 제작을 가능케 한 주인공은 이보영이다. 최근 ‘대행사’ 등 드라마를 통해 성공적인 작품 활동을 잇는 이보영은 조력 사망 등 죽음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깊이 고민하던 차에 제작진으로부터 출연을 제안받았다고 했다.

이보영은 지난해 ‘메리 킬즈 피플’의 대본을 받았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해외의 한 노부부가 안락사를 통해 동시에 하늘로 떠났다는 뉴스가 화제를 모았다. 노부부의 사연이 인상 깊었다는 이보영은 남편인 배우 지성과도 관련한 이야기를 오래 나눴다고 했다. 또한 점차 연로해지는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죽음에 관해서 남편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보영은 ‘메리 킬즈 피플’이 다루는 조력 사망의 이야기가 불법이나 비현실이 아닌 현실에 가까이 와 있는 이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드라마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보영은 “작품을 선택하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보기도 하지만, 제안을 받을 당시 저의 고민이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내용에 끌리기도 한다”며 “조력 사망이 옳은지 그른지 말할 수 없고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함께 논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보영은 남편인 배우 지성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MBC

● 조력 사망 의사들 추적하는 형사, 이민기

‘메리 킬즈 피플’의 장르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소정과 대현이 벌이는 조력 사망을 의심하는 형사 지훈은 불법으로 이뤄지는 안락사 현장을 추적한다. 지훈은 배우 이민기가 연기한다. 불법인 안락사 설정에 대한 반감 등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균형감을 갖춘 캐릭터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박준우 감독은 “경찰의 눈으로 보면 소정과 대현은 살인범일 수도 있지만, 이 드라마는 이들이 왜 불법적인 안락사를 벌였는지에 대해 묻는다”고 밝혔다. 안락사 등 조력 사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공론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은 이보영도 마찬가지다. 이번 드라마가 혹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논란이 된다면 많이 봤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드라마를 통해 조력 사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지난 1일 방송을 시작한 ‘메리 킬즈 피플’은 첫날 시청률 3.2%(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출발해 2회에서는 2.1%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방송하는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 ‘서초동’ 등과 경쟁하면서 상대적으로 초반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8일과 9일 방송하는 3, 4회에서 주인공 소정이 왜 조력 사망을 돕게 됐는지, 그에게 접근한 형사 지훈의 비밀은 무엇인지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다.

이민기는 우소정의 비밀을 추적하는 형사 반지훈 역이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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