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새로운 전기차 부품 생산설비를 선보였다. 부품 생산설비 국산화로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스마트팩토리 관련 사업 역량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12일 충청남도 소재 현대로템 당진공장에서 금형 장비 ‘적층 프레스’ 시연회를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12개 고객사와 관계자들이 참석해 장비 구동 등을 살펴봤다.
프레스는 금속에 힘을 가해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는 설비다. 자동차 차체와 각종 부품류 등을 성형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압축 발생 구조에 따라 기계식과 유압식, 서보 등으로 분류한다.
이번에 선보인 적층 프레스는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설비로 고속·고정밀 기계식 프레스에 해당한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고효율 모터코어 생산을 위해 개발한 장비다. 전기차 모터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엔진에 해당한다. 회전력을 생성해 전기차를 움직이게 한다. 모터코어는 전기차 모터의 동력을 담당하는 구성품으로 주행거리 및 가속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부품이다.
적층 프레스는 얇은 강판을 여러 층으로 겹쳐 모터코어를 생산한다. 강판이 얇을수록 모터 효율이 향상된다. 때문에 높은 정밀성을 유지하면서 고속으로 생산하는 것이 이 장비의 핵심 기술이다. 현대로템은 설비의 균형을 맞춰주는 동적 밸런스(Dynamic Balance) 장치를 적층 프레스에 탑재해 분당 최대 300SPM(Stroke Per Minute)의 고속 공정에서도 높은 정밀도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SPM은 분당 생산 가능한 기계장치의 능력을 말한다. 또한 적층 프레스 프레임에 진동을 흡수하는 주물 소재를 적용해 일반 용접 프레임에 비해 설비 진동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생산제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적층 프레스에 ‘4 포인트 슬라이드 구조’를 적용하기도 했다. 기존 2 포인트 슬라이드 구조 대비 공정 횟수를 늘린 대형 크기 금형도 가능하다.
현대로템은 적층 프레스 국산화를 통해 해외 경쟁사보다 제품을 빠르게 납품하고 고객 서비스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프레스 라인업 확대를 기반으로 향후 완성차 업계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위한 사업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이날 현대로템은 배터리 캔 고속 프레스인 ‘커핑(Cupping) 프레스’도 함께 선보였다. 배터리 캔 고속 프레스는 음료 등 각종 캔뿐 아니라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캔 생산이 가능한 장치다. 원통형 배터리는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각형 배터리나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원가부담이 낮은 장점이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원통형을 주력 배터리로 사용한다. 참치 캔을 생산하는 동원산업 계열 동원시스템즈도 전기차용 배터리 캔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로템 커핑 프레스는 분당 최대 200회의 성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계식부터 유압식과 서보 등 기존 보유한 다양한 프레스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번 적층 프레스 설비를 개발했다”며 “전기차 모터와 배터리 관련 부품 등 업계 수요에 최적화된 프레스 제품군을 확보해 시장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1983년부터 프레스 사업을 전개해왔다. 1996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완성차 브랜드에 프레스 설비 라인을 공급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서보 프레스 라인을 개발해 전기차 생산설비 시장에도 진출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