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과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배터리 기술 분야 협력을 본격화한다. 지난 2019년 페라리 브랜드 첫 전동화 양산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데 이어 본격적으로 파트너십 확대에 나선 것이다.
SK온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소재 SK서린빌딩에서 페라리와 ‘배터리셀 기술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협약식에는 SK온 측 이석희 사장과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 이장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페라리 측 베네데토 비냐(Benedetto Vigna) 최고경영책임자(CEO),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Ernesto Lasalandra) 최고연구개발책임자(CR&DO)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SK온과 페라리는 각자 보유한 전문성을 공유하면서 그동안 이어온 기술 협력을 한층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셀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한다.
SK온은 현 시점에서 페라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지난 2019년부터 페라리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Stradale)’를 시작으로 컨버터블 버전인 ‘SF90 스파이더(Spider)’에 7.9킬로와트시(kWh) 용량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새로운 PHEV 모델인 ‘페라리 296 GTB’와 ‘페라리 296 GTS’에 7.5kWh급 배터리를 공급했다. 작년 한정판 모델로 선보인 ‘SF90 XX(스트라달레, 스파이드)’에도 SK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페라리 SF90과 296은 SK온 배터리를 탑재해 순수전기모드로 최대 25km가량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모드 주행가능거리가 최근 출시되는 PHEV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짧다. 차체 구조와 차 특성에 맞춰 작은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페라리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일반적인 순수전기차(60kWh급 이상)는 물론 최근 출시되는 대중적인 PHEV 모델(15~25kWh급)에 장착되는 제품보다 용량이 작다.
페라리 SF90은 브랜드 전동화 시작을 알리는 미드십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카다. 최고출력 780마력의 성능을 내는 4.0리터 V8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8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 전기모터 3개와 SK온 배터리가 조합된다. 전기모터 2개가 프론트엑슬에 장착돼 사륜구동 방식을 구현한다. 합산 최고출력은 1000마력, 최대토크는 81.6kg.m다. 가격은 6억4000만 원부터다. 한정판 모델인 SF90 XX는 최고출력을 1100마력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페라리 296은 6기통 포뮬러1(F1)에 맞춰 ‘6기통 페라리’의 부활을 알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미드십 스포츠카다. 3.0리터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8단 DCT,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조합됐고 합산 최고출력 830마력, 최대토크 7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작고 가벼운 차체를 기반으로 핸들링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운전재미를 추구하는 운전자에게 적합한 스포츠카다. 특히 낮은 배기량에도 12기통 엔진과 유사한 엔진음 구현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가격은 3억9800만 원부터다. 296 GTS는 컨버터블 버전이다. 경주차인 296 GT3는 대회 규정에 따라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제거한 내연기관 모델로 만들어졌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빠지면서 최고출력은 600마력 수준으로 낮아졌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두 기업이 힘을 합치면 공동 발전이 촉진될 것”이라며 “SK온과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세계 슈퍼카 시장을 선도하는 페라리의 전동화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기술력과 전문성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전동화를 추진 중인 페라리는 내년 첫 순수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종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지난 2022년 미국 특허청(USPTO)에 출원한 페라리 전기차 특허 문서가 공개됐다. 특유의 미드십 스포츠카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 2개 이상의 배터리 탑재 공간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섀시 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프레임도 확인할 수 있다. 페라리 순수전기차가 내년 데뷔를 앞둔 만큼 해당 모델 배터리 공급사로 이번에 파트너십을 강화한 SK온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