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현행 K3를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내연기관 준중형 세단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28일 K3 후속모델인 K4를 뉴욕모터쇼에서 공개했지만 소형차 프라이드(해외 수출명 리오)처럼 해외에서만 판매할 계획이다. 국산 준중형 세단은 현대자동차 아반떼만 남게 되는 셈이다. 국산 준중형 세단 선택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동급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수입차로 향하기도 한다.
폭스바겐 제타는 합리적인 상품성으로 국내 준중형 세단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독일차 특유의 탄탄한 주행감각과 기본기를 비롯해 편의사양과 실내공간까지 전반적인 상품성은 이미 수차례 검증을 마쳤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안정감 있는 주행감각과 폭스바겐코리아가 운영하는 프로모션에 따른 경제성은 특히 만족도가 높다.
국내 선적 일정에 따라 간혹 판매물량이 들쑥날쑥했지만 폭스바겐 제타는 어느덧 국내 수입 준중형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누적판매량 3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과 사양으로 중무장한 신차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경제성을 앞세워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탈 수 있는 수입차로 꾸준한 판매를 이어간 것이다. 수입 준중형 세단 중 유일한 3000만 원대 가격도 꾸준한 인기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폭스바겐 제타는 1.5 TSI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상위 모델인 프레스티지 트림 가격은 3660만 원이다. 여기에 폭스바겐코리아가 신차 운영·유지비 절감 관점으로 접근한 5년·15만km 무상보증과 사고발생으로 보험 수리 시 자기부담금을 총 5회까지 지원하는 ‘사고수리토탈케어’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파워트레인은 1.5리터 TSI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엔진회전수 175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 부족함이 없다. 폭스바겐이 골프와 시로코 등 다양한 종류의 콤팩트카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주행 기본기도 제타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무겁지 않지만 차선 변경이나 코너 구간에서 핸들링으로 인한 흔들림은 느끼기 어렵다. 묵직한 기존 2.0 TDI 디젤보다는 다소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전반적인 승차감은 조용하고 안락해졌다. 고속주행 안정감은 폭스바겐그룹(스코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모든 차들의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제타 역시 마찬가지다. 안정성이 우수해 자꾸 속도를 높이게 될 정도다. 때문에 최고속도 구간에서는 저배기량 다운사이징 엔진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연비는 리터당 20km에 육박하는 디젤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가솔린 모델로는 최고 수준 실연비를 보여준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4.1km다. 도심 연비는 12.3km/L, 고속도로 연비는 17.1km/L다.
국내 판매되는 제타는 한국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 편의사양도 풍부하게 구성했다. 앞좌석 통풍 및 히팅 시트와 2존 클리마트로닉 오토에어컨, 스마트폰 무선충전 및 무선 앱 커넥트, 8인치 디스커버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엠비언트 라이트(10가지)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고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여기에 파노라믹 선루프와 뒷조석 히팅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이 추가된다. 열선 스티어링 휠이 상위 트림에만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첨단 운전보조시스템도 기본사양으로 채택했다. 일정 수준 반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는 트래블어시스트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유지보조(레인 어시스트),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등으로 구성된 IQ.드라이브가 적용됐다.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4740mm, 1800mm, 높이는 1465mm다. 현대차 아반떼보다 약간 크다. 휠베이스는 2686mm로 아반떼보다 40mm가량 짧다. 제타와 아반떼 모두 성인 남성에게도 여유로운 뒷좌석 공간을 갖췄다. 제타는 전고가 높아 뒷좌석 헤드룸도 더 여유롭다. 트렁크 공간도 눈여겨 볼만하다. 기본 용량은 510리터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2열 좌석을 접으면 986리터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기본 트렁크 공간에는 골프백이 가로로 들어간다. 골프백과 함께 24인치 캐리어와 보스톤백까지 함께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제타는 운전하기 부담 없는 차체 크기와 독일 엔지니어링이 빚어낸 탄탄한 주행성능, 한국 소비자를 위한 편의사양 등이 어우러져 자동차 본질의 기본기를 잘 살린 모델”이라며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판매되면서 누적 3만대 고지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