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세대에서 단종된 아우디 TT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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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23년 11월에 단종된 3세대 아우디 TT는 진화적 디자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전체의 스타일 기조는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점점 숙성시키고 다듬어 온 디자인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일 메이커들의 디자인이 이와 같은 진화적 성향을 보인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인데요, 그 이면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차량을 개발해 왔고, 또 현재에도 많은 주제의 차량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번 세대가 바뀔 때마다 갈아 엎는 것 보다는 진화적 발전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3세대에 걸치 아우디 TT 모델의 역사 역시 그런 진화적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TT의 첫 등장은 199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나왔던 같은 이름의 콘셉트 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TT의 이름이 Touror’s Trophy 라는 자동차 경주에서 따 온 것이니, 클래식 레이싱 머신의 형태를 모티브로 활용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TT 콘셉트 카의 디자인은 아우디의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에서 진행됐다고 하는데요, 참여한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 현대기아의 디자인 총괄 사장이었던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입니다. 이밖에도 뉴 비틀의 디자인 테마를 만들어 낸 인물인 제이 메이스(J Mays)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TT의 콘셉트 모델의 디자인은 마치 뉴 비틀을 앞 뒤로 늘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 TT의 차체 내/외장의 간결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은 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레이싱 머신의 연료 주입구를 형상화 한 주유구 디자인은 많은 유사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국산 차 중에도 그런 디자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1998년에는 쿠페와 로드스터의 두 종류로 양산형 모델이 나오는데요, 마치 컴퍼스로 돌린 듯한 둥근 휠 아치와 장식을 배제한 간결한 차체 디자인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TT는 폭스바겐 골프의 5세대 전륜 구동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에서는 그룹 A 시리즈 플랫폼이라고 구분하는 플랫폼입니다.

이후 2006년에 좀 더 날렵하게 다듬은 2세대 TT가 등장합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테마는 거의 그대로 유지됐지만 좀 더 날렵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뀝니다. 그렇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형 만한 아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첫 모델만큼의 임팩트는 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차량의 성능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콘셉트 카만큼의 신선한 충격이나, 그 느낌 거의 그대로 1세대 모델이 나왔기 때문에 1세대의 디자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듬어 발전시킨 2세대 모델은 필연적으로 임팩트는 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2세대 모델의 디자인 역시 매우 세련된 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은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육각형에 가깝게 진화한 아우디 특유의 모노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가 쓰인 헤드램프 였습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날렵한 이미지도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처음 등장했던 콘셉트 카와 1세대 모델의 TT쿠페에서의 특징은 A-필러와 C-필러가 마치 하나의 원으로 돌린 것처럼 곡선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었지만, 2세대 모델부터는 A-필러에서 지붕의 위쪽을 만나고 거기에서 뒤쪽 C-필러까지 다시 큰 곡선으로 달려가는 이미지로 정리했습니다. 보다 역동적인 인상을 추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스티어링 휠과 환기구를 중심으로 원의 형태를 강조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물론 성능을 강조하기 위한 이미지이지만, 네 개의 링이 조합된 아우디의 심벌 마크와도 디자인 연관성을 가진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원형의 환기구가 매우 특징적인 디자인이면서 각각의 환기구 중앙에 조작 버튼을 배치에 직관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인터페이스를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온도 조절과 바람의 방향 조절 버튼이 그곳에 통합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TT모델이 보여주는 것은 3세대에 걸친 17년의 진화이지만, 간결한 기능주의적 독일의 디자인이 결코 차갑거나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이면서도 모던한 이미지와 감성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인위적인 장식을 쓰지 않고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독일의 모던 디자인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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