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로장주와 르노 5, 그리고 르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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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3은 원래 이름 ‘아르카나’로 나온다
XM3은 원래 이름 ‘아르카나’로 나온다

르노자동차코리아가 르노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범했다. 그에 따라 차량 전면의 로고 역시 과거 르노삼성에서 이어진 회오리 형태 심벌 대신 르노의 로장주(Losange) 엠블럼, 즉 마름모 형태의 배지가 사용된다. 그리고 XM3 으로 불린 차명도 본래의 이름 아르카나(Arkana)로 나오게 된다. 이제 정말로 프랑스의 대표적 대중 브랜드 르노의 차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거리에서 간혹 르노 엠블럼으로 ‘튜닝’을 한 차들을 보곤 했지만, 이제는 르노라는 이름으로 나오게 된다. 과거에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쓰지 않던 때에는 대우 마크 대신 쉐보레 엠블럼으로 튜닝한 차들이 보였던 것처럼 르노 역시 그랬다. 이제는 그야말로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그대로 나오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존의 회오리 배지(왼쪽)와 로장주(오른쪽)
기존의 회오리 배지(왼쪽)와 로장주(오른쪽)

물론 브랜드를 저와 같이 달리 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르노삼성은 과거 삼성자동차의 영향도 있었지만, 르노로 경영권이 완전히 바뀐 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삼성’보다는 부족할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사실상 설득력이 크지 않았다. 과연 한국의 소비자들이 ‘르노’라는 브랜드를 몰랐을까? 프랑스에서 르노는 국내에서의 현대/기아만큼 또는 그보다 더 친숙한 브랜드이다. 르노의 차들은 소형차부터 중형급 승용차, 그리고 중형급 SUV까지 무척 다양하다. 유럽을 여행해본 경험이 있다면 거리에 넘치는 르노 차들을 보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다양한 르노 차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특히 기대를 걸게 되는 모델이 전기차로 등장한 르노 5이다. 새롭게 등장한 르노 5는 클래식 르노 5의 디자인을 디지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전기동력 차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제 소형 승용차는 과거의 엔진 동력 소형차의 한계를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해버리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동력을 씀으로써 오히려 실내 공간 활용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성능 역시 더 좋아지는 건 물론, 더 부드럽고 조용하며, 더욱 더 감각적인 디지털 디자인으로 무장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새로운 전기차 르노 5는 클래식 르노5의 이미지를 계승하면서도 오히려 더 감각적이고 더욱 더 디지털적 성향으로 새로운 시대의 자동차라는 가치를 강조해 보여준다. 물론 1972년에 처음 등장한 클래식 르노 5 역시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었다.. 간결한 조형과 차체 뒤쪽이 매끈한 패스트백(fast back) 형태이면서 동시에 큰 테일 게이트(tail gate)를 가진 해치백(hatch back) 구조로 소형 승용차의 구조와 공간 활용성에 그야말로 혁신적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1972년에 처음 나온 클래식 르노 5
1972년에 처음 나온 클래식 르노 5

클래식 르노 5의 자료를 뒤지다 보니 차체 제원이 인치 단위로 표시된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체 길이, 폭, 높이와 휠베이스 등을 센티미터로 환산해보니 대략 3480ⅹ1544ⅹ1410(mm)에 2337mm의 휠베이스 정도 된다. 최근에 나온 현대 캐스퍼의 제원 3595ⅹ1595ⅹ1595(mm)에 2400mm의 휠베이스 비교해보면 약간 더 작긴 하다. 물론 캐스퍼는 SUV의 성격이 가미된 콘셉트이니 조금 더 높은 비례를 가졌을 것이다.

클래식 르노 5의 도면에서 눈에 띄는 건 스페어 타이어를 앞 엔진룸에 넣은 걸로 보이는 부분이다. 트렁크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그야말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소형차다운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법하다. 물론 새로운 르노 5는 스페어 타이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경량화를 위해 거의 모든 승용차들이 스페어 타이어 대신 펑크 리페어 키트를 넣기 때문이다. 그런 설계 변경은 소형 승용차에게는 경량화를 통한 연비, 또는 전비 향상에 기여하는 일면이 있다.

새로 출발하는 르노코리아는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부침을 벗어나 그야말로 유럽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1900년 7월에 창업해 이미 124년을 맞는 역사를 가진 기업의 역량은 역설적으로 그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성에 더해서 프랑스의 창의성과 실용성이 주는 가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공감해왔던 독일의 자동차 기술 특성과는 또 다른 감성과 가치를 가졌음이 틀림없다.

모름지기 건강한 시장 생태계란 치우침이 없는 다양한 개성이 서로 견제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가져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르노삼성은 비록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적어도 차량의 품질과 개성에서는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이제 르노코리아는 로장주 엠블럼과 함께 본래의 르노 브랜드가 지향했던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우리의 자동차 생태계를 더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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