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석칼럼] 현명한 전동화 틈새 전략의 사례들, 제네시스 EREV과 BYD 돌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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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유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물론 한 가지만 확실히 하고 가자. 전기차가 비관적인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여전히 성장 중이지만 그 성장률이 다소 완만해졌다는 정도다. 우리 나라는 세계적으로 강력한 제품을 공급하는 나라이며 전기차 생산 및 기술 기반이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 규모때문에 더 고전하는 느낌일 뿐이다.
 
자, 각설하고. 순수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될 것만 같았던 흐름은 확실이 누그러들었다. 덕분에 과도기적 솔루션이라고 평가되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세가 뚜렷하게 강해졌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차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배터리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지 않는다. 현재는 단기적으로 전기차보다 안전한 선택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공략 대상은 분명 순수 엔진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선진국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는 물론 가솔린 자동차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급격하게 대체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그렇다면 주춤한 전기차를 대신하여 자동차 전동화 시대에 어떤 대안들이 등장하고 있을까? 오늘 세 가지 정도 예를 들어 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제네시스 GV70 하이브리드 소식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이 모델은 평범한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니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즉 EREV라는 소식이다. 현행 GV70 전동화 모델의 77.4 kWh보다 작은 40 kWh 정도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대신 달리면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엔진을 탑재하는 것이다. 배터리 전기차처럼 급속 충전도 지원하는 등, 대략 항속거리 200km 내외는 순수 전기차로, 장거리는 하이브리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전부터 EREV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었다. EREV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배터리 전기차로 넘어가는 가장 논리적인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풀 하이브리드, 특히 PHEV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이다. 이유는 또렷하다. 엔진과 전기 모터가 구동하기 위하여 매우 복잡한 트랜스미션, 그리고 전기차와 엔진차의 모든 장치를 갖고 있는 시스템의 복잡성이다. 또한 중량에서도 PHEV는 특히 불리하다. 
 
이런 면에서 순수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사용하되 배터리의 용량을 줄이고 그 대신 작은 엔진을 탑재하여 발전기로 사용하는 EREV는 시스템 복잡성이 확실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스템 구조 상으로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도 일종의 EREV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전기차와의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하이브리드와 같은 항속거리 유연성을 통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전기차와의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다음 차로 순수 전기차를 확신을 갖고 고르고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소 연료전지차는 수소 네트워크의 문제와 연료 전지의 가격 때문에 또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뿐이다.
 
중국은 2023년에도 전기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 내부 구조가 조금 달라졌다. 현금 보조금 대신 세금 감면 혜택을 도입하면서 중국은 신에너지자동차(NEV)라는 정의를 도입하였다. NEV의 범주에는 BEV, PHEV, 그리고 수소 연료전지차를 포함한 EREV가 포함된다. 
 
충전형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 중국은 이미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초소형 전기차부터 대형 고급차까지 세그먼트에서 이미 다양성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NEV라는 개념과 함께 순수 전기차에 더하여 PHEV와 EREV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플러그인 자동차가 금년에는 1천만대를 넘어서는 주류 모델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PHEV 보조금을 철폐한 독일이 속한 유럽의 플러그인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확연하게 꺾였다. 그렇지 않아도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난과 경제난을 겪고 있는 유럽인데 유럽 시장에 적합한 소형 전기차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점과 함께 독일 PHEV 보조금의 철폐는 그나마 PHEV가 일정 부분 뒷받침을 하고 있었던 플러그인 자동차 시장의 둔화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네시스 GV70의 EREV 선택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몇 해 전 제네시스가 내연기관에서 순수 전기차로 직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나는 우려의 뜻을 여러 경로로 전달했었다. 
 
그 때 제안했던 중간 전동화 솔루션을 두 가지 정도였다. 첫번째는 PHEV가 강세를 보였던 유럽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솔루션이었다. 당시 제네시스가 유럽에 처음 도전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 때 ZF 하이브리드 내장형 변속기와 마그나를 결합한 솔루션을 제안했었다. 
 
즉,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제네시스 모델만이라도 PHEV 또는 HEV를 가져야 하며, 이 때 독일 ZF에서 발표한 변속기 일체형 전동화 솔루션을 적용하고 오스트리아 마그나에서 차량을 완성한다면 무역 장벽과 낯선 브랜드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두 번째 제안이 바로 이번에 알려진 EREV 솔루션이었다. 이미 GV70 전동화 모델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던 당시였기 때문에 전기차의 파워트레인은 그대로 사용하고 배터리의 옹량만 줄인 뒤 기존의 엔진과 하드 포인트를 공유할 수 있는 2.5 자연 흡기 엔진의 엣킨슨 사이클 버젼을 개발하여 발전용으로 탑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개발 기간과 개발비를 확실하게 세이브할 수 있으므로 시장에서의 기회를 덜 잃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제네시스는 후자의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듯 빠른 대응에 효과적이며, 전기 파워트레인 모듈의 물량을 늘림으로서 전기차와 EREV 버전 모두의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EREV가 각광을 받고 있는 중국 시장에 제네시스가 제시할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이다.
 
두번째 사례는 이번에 기업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심히 보게 되었던 BYD의 전기 픽업인 샤크(Shark)다. 이 모델은 멕시코 시장을 공략한다. 이것도 의미심장한데 그 구성이 매우 영리하다. BYD가 잘 하는 것들을 모두 집대성했으며, 최신 기술 트렌드에도 적합하고, BYD는 완성차 제작사(OEM)이면서 동시에 배터리 모듈을 판매하는 부품 판매사(Tier)라는 것을 교묘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다.
 
BYD 샤크는 PHEV다. 세로로 앉은 1.5리터 터보 엔진에 최고 출력 170kW – 최대 토크 310 Nm의 모터를 결합하여 전륜 구동계를 완성하고 뒤 차축에는 토크에 강점이 있는 150 kW – 340 Nm의 전기 모터를 탑재한다. 시스템 출력은 435마력. 
 
그리고 배터리 팩은 BYD의 대표 LFP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로 만든 ‘셀-투-새시’ 배터리 팩이 사용된다. 바디 온 프레임 차체의 사다리 프레임에서 가로 부재 한 두 개를 제거하여 확보된 넓은 공간에 셀-투-새시 방식으로 배터리 팩을 결합하여 오히려 더 강성이 높아진 프레임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BYD가 자신의 강점을 십분 활용했네’ 정도의 소감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더 의미심장하다. BYD에 의하면 BYD 샤크는 독립된 후륜 전기 구동 모터를 가진 4륜 구동 HEV 또는 PHEV 가운데에서 엔진룸 안의 엔진이 세로로 탑재된 모델은 BYD 샤크가 세계 유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것은 바로 BYD는 세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픽업이나 SUV들을 PHEV 모델로 컨버전할 수 있는 모듈형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다! 1.5 터보 엔진과 그 뒤의 전륜 하이브리드 모터는 기존의 (대부분 더 쿤) 엔진과 변속기의 탑재 공간이 문제 없이 들어갈 것이며, 후륜 구동 모터는 기존의 후륜 디퍼렌셜 자리에 쉽게 안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 프레임의 가로 부제를 제가한 뒤 그 자리에 셀 투 새시 배터리 팩을 견고하게 탑재하여 넉넉한 배터리 용량과 차체 강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오늘 두 가지 중간 솔루션을 확인하였다. 하나는 전기차 시대의 안심할 수 있는 마중물로, 다른 하나는 기존의 – 더럽고 시끄럽지만 매우 중요한 시장인 –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엔진 픽업을 플러그인 자동차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둘은 엔진을 탑재한 플러그인 자동차라는 기술적 특성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성격상으로는 중간 지대의 반대쪽 양끝단에 위치한다. 
 
전동화의 중간지대에도 다양성이 더 커질 듯 하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전기차에 더 가까워지는 시대를 맞이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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