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사륜구동 장치 ‘콰트로’가 특화된 브랜드다. 44년 역사의 콰트로는 안전한 주행과 역동성, 최신 기술과 탁월한 성능 등 아우디 철학인 ‘기술을 통한 진보’의 상징이다.
1986년 전문 랠리 드라이버 헤럴드 데무스가 아우디 100 CS 콰트로를 운전해 핀란드 카이폴라 스키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은 여전히 압권으로 꼽힌다. 특히 이 시스템이 전기차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아우디는 한층 진보된 콰트로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 만나 본 ‘Q8 e-트론’은 아우디 콰트로 시스템의 방점을 찍는 모델이다. 이 차는 180도에 달하는 급경사나 움푹 파인 울퉁불퉁 노면을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가속이 필요할 땐 슈퍼카 못지않다. 다른 전기차는 엄두도 못내는 상품성을 갖췄다.
Q8 e-트론 생김새는 특별하다. 차체 형태는 SUV지만 날렵한 세단 느낌이 강하다. Q8 e-트론은 기존 8각형 모양 그릴 대신 위가 넓은 사각형으로 바뀌었다. 전면 범퍼도 없앴다. 또한 아우디 로고는 입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2차원으로 구현됐고, 처음으로 B필러(1열과 2열 사이 차체 기둥)에 아우디 레터링과 모델 명칭이 새겨졌다. 아우디 첫 전기차 ‘e-트론’에서 처음 선보였던 버추얼 사이드미러도 들어갔다.
주행 내내 떠올랐던 단어는 ‘승차감’이었다. 신차는 모든 도로환경에서 고급 세단을 타는 것 마냥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노면 상태를 때때로 역동적으로 대응하는 차체와 달리 좌석에서는 흔들림이나 진동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이동을 도왔다. 전자식 콰트로 시스템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통한 구동 시스템은 다양한 환경의 도로에서 차를 부드럽게 나아가게 했다. 차량 아래 주변 공기흐름을 분산시키는 휠 스포일러도 공기저항이 줄여 매끄러운 주행을 이끌었다.
운전대는 빠르고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스티어링 시스템 기어비를 변경해 세심한 움직임에도 반응 속도가 높아졌고, 한층 더 단단해진 전륜의 서스펜션 베어링을 통해 스티어링 반응의 피드백도 향상했다. 기어비 영향으로 Q8 e-트론은 육중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차로 3개 안쪽에서 유턴할 수 있다.
가속력도 뛰어나다. Q8 e-트론은 408마력의 최대출력과 67.71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6초에 불과하다.
오프로드 주행에선 묘기를 보였다. Q8 e-트론은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하는 야산을 거침없이 헤쳐 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차에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차체 높이도 주행 상황에 따라 76mm 범위에서 조절이 가능하다. 험로에 맞게 차체 높이를 최대한 높이고 주행을 이어갔다.
첫 번째로 맞이한 경사로 각도는 무려 30도가 넘었는데 Q8은 비스듬하게 차체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지나갔다. 차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렸지만 중심을 잘 잡아냈다.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 조작 없이 스스로 내려갔다. 전기 유압식 통합 브레이크 시스템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구덩이가 50cm 가까이 파인 범피구간에선 콰트로답게 접지된 바퀴 힘으로만 가뿐하게 통과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전비도 좋았다. 전비는 Q8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은 최고출력 408마력에 67.71kg.m의 최대토크를 갖추고 있다. 약 80km의 거리를 달리고 주행 가능거리를 확인해보니 출발 시 440km에서 380km가 남아 있었다. 약 20km 이득을 본 셈이다. 최종 전비는 kWh당 4.8km로 공인 전비(3.0km/kWh)보다 높게 책정됐다.
특히 시승 시작 전 잔여 주행거리가 447km였는데 83km 주행 후 383km가 찍혔다. 게이지상 주행거리는 실제 주행보다 19km 적은 64km가 나온 셈이다. 전비도 kWh당 4.5km로 공인 전비(3.0km/kWh)보다 높았다.
첨단 안전 및 편의사양도 눈여겨볼만 하다. 우선 조수석 측면에 추가 완속 충전구가 마련돼 총 두 개의 충전구로 충전의 편의성을 높였다.
차량에 장착된 초음파 센서로 차량과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해 MMI 디스플레이에 표시해 주는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와 ‘파크 어시스트 플러스’, 총 4개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차량 주변에 있는 환경을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는 ‘360도 카메라’ 등을 활용하면 보다 정밀한 주차가 가능하다.
주행 중 사각지대나 후방에 차량이 근접해오면 감지해 사이드미러를 통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아우디 사이드 어시스트’, 하차 경고 시스템과 교차로 보조 시스템 등이 적용된 ‘프리센스 360’, 교차로에서 전·측면 차량 인식하여 충돌 가능성이 있을 시 위험을 경고하는 ‘교차로 보조 시스템’, 보행자에게 차량이 근방에 있음을 알리는 ‘가상 엔진 사운드’(AVAS) 등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다양한 최첨단 안전 사양이 탑재돼 있다.
가격은 1억860만 원부터 시작한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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