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전기차 화재로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지만, 전기차 화재 진압에 가장 효과가 높은 ‘이동식 침수조’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동아일보가 광역지자체 소방본부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 구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전국 소방서에 배치된 ‘이동식 침수조’는 272개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전기차(54만3900대) 수를 고려하면 이동식 침수조 1개로 약 2000대의 전기차 화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식 침수조는 불이 난 차 주변에 틀을 울타리처럼 둘러쳐 수조를 만들고 그 안에 물을 채워 화재를 진압하는 장비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까지 오르는 특유의 ‘열폭주 현상’ 탓에 일반적인 방식으로 진화가 어려워 차량을 침수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기차가 7만2981대에 이르는 서울의 경우 이동식 침수조가 32개로, 침수조 1개로 2281대의 전기차 화재에 대응해야 한다. 인천은 침수조 1개로 3744대의 전기차를, 제주의 경우 5647대의 전기차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 수는 2020년 13만4962대에서 지난해 54만3900대로 늘었다. 최근 3년 새 4배로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전기차 관련 화재 건수 또한 11건에서 72건으로 급증했다. 소방 관계자는 “최근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이동식 침수조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를 따라가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기차 화재는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려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1일 인천 화재로 인해 차량 140대가 전소하고 주민 120여 명이 대피했다. 주민들의 피난 생활은 최소 1주일 이상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충남 금산군에서도 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 인력 35명이 투입돼 1시간 37분 만에 진화했다.
이동식 침수조를 활용하면 전기차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다. 올해 2월 경남 김해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하자 출동한 소방은 화재 차량을 이동식 침수조에 넣었고, 별다른 피해 없이 2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현장에서 이동식 침수조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동식 수조 도입 확대와 함께 지하 주차장 등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화재 소화 목적으로 물을 뿌리는 장치) 작동을 점검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천 화재의 경우 소방은 이동식 침수조를 가지고 신고 접수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지하 주차장 내에 연기가 가득 차고 불이 다른 차량으로 옮겨붙어 발화 차량으로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주차장 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이동식 침수조는 불이 크게 번진 상태에선 현장 적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스프링클러 같은 초기 소화 설비로 연소 확대를 차단한 후 침수조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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