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맞고도 불티나게 팔린다”… 중국 전기차, 유럽 대반전의 비밀


중국 승용차 업체들이 내수 부진을 돌파구로 삼아 해외 시장 공세를 가속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전체 판매의 20%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이 올해 8월 38%까지 치솟으며,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승용차 10대 가운데 4대가 해외로 팔려 나가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전기차를 앞세운 해외 공략이 유럽 본토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수출 88만8천 대…1년 새 77.8% 폭증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2026년 8월 중국 승용차 업체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2025년 8월 20%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1년 만에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수출 대수 자체도 88만8천 대로 전년 동월 대비 77.8% 급증했다. 같은 달 2025년 수출량이 약 49만9천 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40만 대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합친 신에너지차 수출은 51만8천 대로, 전체 승용차 수출의 58.4%를 차지했다.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도 신에너지 승용차 수출은 332만9천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5.1% 급증했다.
내수는 쪼그라들고 수출은 팽창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내수와 수출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선명해지고 있다. 2026년 1~8월 중국 승용차 내수 소매판매는 1,171만6천 대로 전년 동기보다 20.8% 감소했다. 반면 해외 수출은 같은 기간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엇박자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현재 중국 내수시장에는 100개가 넘는 자동차 브랜드가 제한된 수요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극심한 가격 인하전이 이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고, 소비자 구매심리는 오히려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남아도는 물량을 해외로 돌리는 것이 수출 급증의 숨은 배경 중 하나다. 연석회의는 올해 수출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높은 국제유가, 중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향상,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수요 확대를 꼽았다.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 시장서 점유율 22.8%
해외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계 업체들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8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BEV·PHEV 시장에서 BYD·지리·체리 등 중국계 3개 그룹의 합산 점유율은 22.8%를 기록했다. 2025년 같은 기간 15.3%에서 7.5%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중국 밖에서 판매된 전기차 5대 중 1대 이상을 이들 세 업체가 차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시장은 28.9% 성장해 622만3천 대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중국 3사의 성장 속도는 시장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BYD의 해외 전기차 판매량은 76.5% 증가해 약 73만3천 대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11.8%까지 끌어올렸다. 지리는 61.8%, 체리는 무려 310.1% 증가해 단기간의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 신차 등록 시장서 11.3% 점유…BYD 127% 급증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유럽에서도 뚜렷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2026년 8월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 신차 등록시장에서 중국계 자동차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11.3%를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BYD가 8월 유럽에서 2만6천 대를 등록해 전년 동월보다 127.9% 증가했다. 체리는 2만3천 대로 217.5%, SAIC는 2만1천 대로 32.4%, 립모터는 8천 대로 219.5% 각각 늘었다. EU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 집계인 Dataforce 기준으로는 중국계 브랜드가 9만7,639대, 점유율 11.7%로 나타나기도 했다. BYD·체리·SAIC 3사의 8월 유럽 합산 판매량은 6만9,889대로, 현대차·기아의 같은 달 6만2,620대를 앞질렀다.
EU는 중국산 배터리전기차가 중국 정부 보조금의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해 2024년 10월부터 5년간 추가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관세 10%에 더해 BYD에는 17%포인트, 지리에는 18.8%포인트, SAIC에는 35.3%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적용된다. 실질 관세는 BYD 약 27%, 지리 약 28.8%, SAIC 약 45.3%에 달한다.
수출에서 현지 생산으로…공급망까지 해외에 복제
중국 업체들은 완성차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거점 확충으로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 공장에서 2026년 1월 시험생산을 시작했고, 연말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약 960명이 고용돼 있으며, 체코와의 생산거점 구축도 추진 중이다. 튀르키예 마니사에는 약 10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15만 대 규모의 공장을 계획했다. 체리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태국, 브라질, 동남아시아 등에 생산 및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둔화와 통상규제 강화에 대응해 2023년 이후 해외 생산거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배터리·부품 업체들도 완성차 업체와 함께 동반 진출하며 해외 공급망을 넓히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 완성차 업계에 직격탄…경쟁 한층 치열해진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 현지 생산 기반까지 갖추면서 한국을 비롯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2026년 1~8월 누적 기준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는 30만9,17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2.6% 감소했다. 기아는 37만7,078대로 상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중국 업체의 추격 속도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